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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번째 LG배 8강전 승자는 누구일까
 
LG배 조선일보기왕전 계절이 어느덧 약 한 달 앞으로 또 한 번 다가왔다. 스물 다섯 번째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LG배는 본선 32강전으로 출발, 현재 8강까지 추려놓은 상태다. 8강전 4판이 오는 11월 9일 열리고, 그 승자 4명이 다시 추첨을 거쳐 11일 준결승 단판 승부를 갖는 일정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올 한 해 국제 바둑계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LG배 역시 세계적 유행병 속에 모든 대국을 온라인으로 펼치는 등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큰 사고 없이 일정을 소화하했고, 한걸음 더 나가 다른 국제대회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냈다. 이번 8-4강전 역시 한국기원과 중국기원을 연결하는 온라인 방식으로 치러지게 된다.

올해 대회 8강엔 한국이 대거 6명이 진출, 2명이 올라온 중국을 압도하는 중이다. 다른 메이저급 국제대회를 중국이 주도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8강에 한국 선수가 중국보다 많은 것은 5년만이다. 그래서 한국의 우승을 미리 점치는 시선도 많다. 하지만 중국의 생존 기사 2명은 자국 랭킹 1, 3위인 커제와 양딩신이다.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만만치 않은 여정을 각오해야 한다는 뜻이다. 8강 대진 별로 판세를 전망해 봤다.

▨커제(23) 대 원성진(35)

커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 톱스타이면서 세계적인 고수다. 23개월 연속 중국 1위를 지키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신진서(20)와 결승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됐는데, 16강전서 때이르게 격돌했고 신진서가 패하는 바람에 양웅의 결승 카드는 성사되지 못했다. 커제는 32강전에선 한국의 박건호 4단을 따돌리고 16강에 진출했다.

커제의 8강전 상대는 한국 베테랑기사 원성진 9단이다. 국가대표 시드를 받아 국내 예선을 면제받고 출전 중이다. 본선 참가자들 중 최고령인 그는 본선서 대만 쉬하오홍과 중국 구쯔하오를 꺾고 8강에 상륙했다. 쉬하오홍도 올해 2개의 국제 메이저대회 8강에 진출해 있는 대만의 희망이지만, 구쯔하오를 16강전서 누른 것은 일대 사건이었다. 구쯔하오는 2017년 제22회 삼성화재배 우승자이자 중국 랭킹 2위에 올라있는 강타자다.

원성진의 10월 한국 랭킹은 18위. 커제와 비교하면 나이나 최근 실적에 비춰 일단 열세가 점쳐진다. 하지만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법. 원성진 역시 어엿한 세계 챔피언(2100년 16회 삼성화재배) 출신이다. LG배서도 한 차례 결승에 진출(2013년 17회)한 경험이 있다. 반면 커제는 7번의 메이저 우승을 자랑하면서도 LG배 등정은 아직 이뤄내지 못했다.

원성진과 커제는 지금까지 5번을 겨뤄 커제가 3승 2패로 앞서 있다. 2016년 제3회 바이링배 준결승 3번기서 원성진이 1승 2패로 역전패한 뒤 22회 및 23회 LG배서 연거푸 만나 1승씩 나눠가졌다. 가장 마지막 대결(2018년 23회 LG배 32강전)서 원성진이 이긴 바 있다. 커제의 우세가 예상되지만 원성진이 또 한 번 이변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박정환(27) 대 양딩신(22)

이것도 흥미진진한 매치업이다. 박정환은 2015년 19회 LG배 때 김지석을, 양딩신은 2019년 23회 LG배서 스웨를 각각 결승서 누르고 우승했다. 자국 선배 기사에 2대1로 이겨 정상을 밟은 ‘LG배 우승자 동문’인 셈이다. 하지만 국제 메이저대회 제패 회수는 차이가 난다. 박정환이 이 대회 포함 4번 우승한 반면 양딩신의 세계 정복은 LG배서 거둔 우승이 아직까지 유일하다.

이번 대회서 박정환은 일본의 떠오르는 샛별 이치리키 료와 한국의 선배 기사 홍기표를 연속 따돌리고 8강에 안착했다. 양딩신은 한국 유망주 설현준을 첫 판서 울린 뒤 이동훈을 눌러 8강 티켓을 확보했다. 박정환은 한국랭킹 2위. 양딩신도 중국 ‘남버 2’였다가 최신 랭킹에서 구쯔하오에 밀려 한 단계 하락했다.

두 기사 모두 올 한해 국제무대에서 8강 이상에 진출해 있는 메이저 무대는 아직까지 LG배가 유일하다. 질 수 없는 외나무 대결인 셈. 특히 전기(前期) 대회 결승서 7살 후배 신진서에 패한 뒤 정상 자리를 내준 박정환으로선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이다. 신진서가 탈락한 한국 바둑계 입장에서도 박정환은 꼭 살아남아야 한다.

둘 간 맞대결에선 박정환이 양딩신에게 4승 2패로 앞서 있다. 6판 중 5판이 중국 갑조리그서 작성된 기록이다. 가장 마지막 대결은 지난 8월 31일 온라인으로 벌어진 갑조리그 대국으로 박정환이 흑 불계승했다. 농심배, 쏘팔코사놀 리그, 신진서와의 슈퍼매치 등 산적한 대회 결과도 영향을 미칠 전망. 단언하긴 어렵지만 박정환의 근소차 우세를 점쳐본다.

▨변상일(23) 대 강동윤(31)

두 기사 모두 괄목할 만 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강동윤은 일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쉬자위안과, 세계제패 경험자인 중국 탕웨이싱을 잇달아 침몰시키고 이번 LG배 8강에 올랐다. 두 차례 메이저 제패 후 서른을 넘긴 강동윤은 다른 동년배 기사들과 달리 여전히 20대 시절의 위용을 떨치고 있다.

강동윤은 올해 농심배 한국대표 선발전서도 승승장구한 끝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마지막 결승서 박정환에 반집을 져 탈락이 결정됐지만 풍부한 대회 경험과 실력을 감안해 와일드카드가 주어졌다. 이런 컨디션이라면 2016년 제20회 대회에 이어 5년만의 LG배 탈환도 꿈만은 아니란 전망이 나온다.

강동윤이 정점을 살짝 지났다면 변상일은 아직도 상승중인 대형 루키다. LG배서 일본 무라카와, 중국 자오천위를 꺾고 LG배 8강에 도약했을 뿐 아니라 춘란배서도 전 세계챔프 미위팅 양딩신을 연파, 롄샤오와 4강을 놓고 격돌할 예정. 올해 그가 물리친 적의 질(質)이 누구보다 높다. 2020년 시즌 국제 메이저 8강전 이상에 복수(複數) 진출해 있는 한국 기사는 신진서와 변상일 2명뿐이다.

10월 한국랭킹은 변상일이 4위, 강동윤이 6위로 둘 다 최상위권이다. 맞대결 성적에선 4대4로 팽팽히 맞서다가 변상일이 지난 2월 쏘팔코사놀 리그서 승리하면서 균형을 깼다. 결과 예상이 쉽지 않은 판. 일각에선 올해 돌풍을 몰고 왔던 변상일의 우세를 점치지만, 특유의 끈기와 승부기질을 보여주는 강동윤의 승리를 내다보는 전망도 많다.

▨신민준(21) 대 이태현(30)

이태현은 올해 LG배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출전자다. 30세를 넘긴 나이에 일본 오니시와 중국 롄샤오를 눕히고 커리어 하이인 세계 메이저 8강 진출의 꿈을 이뤘다. 제대 이후 4년 만에 밟아보는 본선 무대였다. 특히 롄샤오는 중국 랭킹 최상위권을 넘나드는 강호여서 팬들을 놀라게 했다. 국내 예선부터 따지면 이번 LG배서 7연승 행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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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준은 한국 바둑 황태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제1회 영재대회 동기생인 신진서에 아직 못 미치지만 그 대열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우승과 주니어 국제대회 우승을 모두 거쳤다. 메이저 제패의 꿈만 남았다. 지금까지 최고 성적은 2년 전 제23회 LG배 때 기록한 4강이다. 이번 대회선 대만 왕위안쥔과 중국 딩하오를 제물로 8강에 도착했다. 딩하오는 중국이 애지중지 육성 중인 2000년대 출생 예비 스타 중 한 명이다.

둘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 10월 현재 한국 랭킹은 이태현이 30위, 신민준은 3위다. 뻔한 결과가 나올 것 같지만 승부세계란 그리 간단한 곳이 아니다. 뜻밖에도 맞대결 전적에서 이태현이 4승 1패, 80%의 승률을 간직하고 있다. 신민준은 초기 4연패 후 2015년 승단대회서 가까스로 첫 승을 맛보았다.

하지만 이 데이터는 5판 모두 2013~2015년 사이에 작성된 것이어서 큰 의미를 부과하긴 힘들다. 최근 5년 동안 맞대결이 한 판도 없었다. 이태현 특유의 마지막까지 온몸을 던지는 끈기와, 신민준이 자랑하는 인공지능형 파워 중 어느 쪽이 더 위력을 발휘할지 지켜볼 일. 일단 신민준의 우세 전망이 많지만 속단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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