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회 LG배 우승자 양딩신
한국의 주적(主敵)은 중국이다. 물론 바둑에 국한된 이야기다. 두 나라는 새 천년 진입 후 세계 바둑 패권을 놓고 끝없이 부딪쳐 왔다. 한 중 두 나라가 천하를 양분하고 있다고 말해서 지나치지 않다. 6월 1일 인터넷 방식으로 개막될 제25회 LG배에선 둘 중 어느 나라가 우세할까. 출전이 확정된 중국 선수 라인업을 심층 분석해 보았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각국 기사들이 함께 모여 겨루는 통합예선을 치르지 못하고 국가별로 대표선수를 뽑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가별 쿼터는 한국 7, 중국 6, 일본 2, 대만 1명이 할당됐다. 여기에 예선이 면제된 국가 시드 3명을 포함해 9명의 중국 선수단이 확정됐다. 한국은 와일드카드(최정) 1명을 포함해 총 16명으로 중국보다 모처럼 수적으로 앞선다(일본 5, 대만 2명).
▨커제(23)
명실공한 중국 간판 스타다. 중국 랭킹 부동의 1위로 국가시드를 받아 올해 LG배에도 무혈입성했다. 지금까지 메이저 세계타이틀전서 우승 7회, 준우승 1회를 기록 중이다. 전성기를 지낸 구리가 보유 중인 중국 기사 세계 타이틀 최다우승(8회)을 언제 깨느냐를 놓고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날고 기는 커제로서도 아직 결승 조차 올라보지 못한 메이저 기전이 하나 있으니 바로 LG배다. 22회 때 일본 이야마 유타에게, 24회 때는 한국 신진서에게 각각 준결승서 패퇴했다. 20회 대회 이후 개근 중이지만 전혀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20회 때 8강, 21회 때 16강, 23회 때는 32강에 머물렀다.
▨탕웨이싱(27)
중국 랭킹에선 26위(5월 기준)로 푸대접(?)을 받고 있지만 국제 성적은 커제 다음으로 좋다. 지금까지 3차례나 세계 메이저 봉을 정복, 창하오 쿵제 천야오예와 함께 중국 기사 중 이 부문 공동 3위에 올라있다. 준우승도 2번이나 했다. 이런 성적이 감안돼 이번에 국가 시드로 뽑혔다.
그런데 탕웨이싱 역시 유독 LG배에선 재미를 보지 못했다. 16강이 한계 였고 그 너머 고지를 한 번도 넘어서보지 못한 것이다. 이번 제25회 LG배에 출전하는 중국 선수단 9명 중 최고령자여서, 앞으로 얼마나 기회가 주어질지도 모른다.
▨양딩신(22)
기사 층이 엄청나게 두터운 중국 바둑계에서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커제를 정점으로 2위는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는 자리다. 양딩신은 커제나 탕웨이싱과 정반대로 LG배가 유일하게 정상을 밟아본 메이저 국제대회다. 2019년 제23회 LG배 결승서 자국 선배기사 스웨를 2대1로 물리치고 생애 첫 우승을 맛보았다.
이번 중국 대표선수 9명은 자타가 공인하는 일당백의 강자들인데, LG배 우승 경험자는 양딩신이 유일하다. 중국은 역대 LG배에서 중국에 11번 우승을 안긴 10명(구리 2회)이나 배출한 최다 우승국이다. 그 중국 선수단에 LG배 챔프 경험 기사가 단 1명뿐이란 사실 때문에 양딩신을 향한 주목도도 높아질 전망.
▲ 탕웨이싱 vs 구쯔하오
▨구쯔하오(22)
중국 국내 선발전을 거쳐 이번 LG배 원정단에 동승했다. 타오신란과 탄샤오를 눌렀다. 고향 후베이성에 머물다가 코로나 사태로 봉쇄령이 내려졌고, 베이징에 돌아오지 못한 채 격리 상태에서 화상 카메라를 켜고 대국한 끝에 얻어낸 본선 티킷이었다.
2019년 삼성화재배를 통해 세계 메이저 챔피언클럽에 가입했다. 이 밖에도 세계 메이저 4강에 2번이나 진출했다. 하지만 그 또한 LG배에선 지금껏 이렇다 할 전과를 올리지 못해와 올해 결과가 주목된다. 중국 랭킹은 커제 양딩신 미위팅에 이어 4위.
▨리쉬안하오(25)
충칭(重慶) 출신으로 구리와 동향이다. 13세이던 2008년 입단한 뒤 유망주로 주목받았으나 기대만큼 성장하진 못했다. 2017년 제3회 몽백합배서 4강에 올라 박영훈에게 1대2로 패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 현재 중국 국내 랭킹은 19위.
이번 중국내 선발전에선 22회 및 21회 LG배 우승자인 셰얼하오와 당이페이를 차례로 제압, 대망의 본선 티킷을 움켜쥐었다. 리쉬안하오도 구쯔하오처럼 베이징 밖에 머물면서 관계자들의 감독 아래 화상 카메라로 원격 대국해 티킷을 땄다. 네 번째 LG배 도전이 어떤 결과로 나올지 주목된다.
▨롄샤오(26)
2012년 제17회 LG배 때 8강에 진출, 한국서 최철한과 4강을 다툴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런 폐 질환으로 출국하지 못하고 기권패했다. 뛰어난 재질을 인정받으면서도 건강이 항상 발목을 잡아왔다. 국내 대회에선 여러 차례 정상을 밟았지만 국제무대에선 이 LG배 8강이 가장 좋은 성적으로 남아있다.
롄샤오로선 모처럼 국제대회 출전 기회를 잡았다. 이번 LG배 국내 선발전서 쉬자양과 셰커 등 주목받는 신예 강자들을 제쳤다. 셰커는 신민준과 2000년 생 동갑으로, 차세대 최고 유망주 가운데 한 명이다. 롄샤오의 중국 내 랭킹은 7위.
▨판윈러(24)
세계대회 최고 성적은 2016년 삼성화재배 때 기록한 4강. 당시 그는 신진서와 박정환을 연파하고 올라가 준결서 퉈자시에게 패했다. 2017년 제18회 농심배 때는 한국 최종 주자 박정환을 눕히고 중국에 4연속 우승을 안긴 실적도 했다.
선발전에선 판인과 랴오위안허를 제치고 티킷을 땄다. 중국을 대표하는 또 한명의 2000년도 출생 군단 기수(旗手)인 랴오위안허는 세계챔프 출신의 미위팅을 꺾고 올라왔지만 판윈러에게 막혔다. 중국 랭킹 11위로, 올해 LG배서 개인 통산 본선 첫 승에 도전한다.
▨딩하오(20)
중국 2000년 출생 유망주 가운데 선두 주자. 동갑내기 세계 챔피언 신진서를 가장 근접 거리서 위협하는 기사로 꼽힌다. 13세 때인 2013년 입단해 신인왕전 4강에 올랐고, 2019년엔 속기 기전인 CCTV배서 한 차례 우승도 맛 보았다.
하지만 국제 무대에선 아직 몽백합배 16강, TV아시아선수권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이번 선발전서 퉈자시(18회)와 장웨이제(16회) 등 역대 LG배 챔프 출신 선배 2명을 잇달아 꺾고 이 대회 본선 무대에 처음 입성, 올해 ‘태풍의 눈’ 역할이 예상된다. 중국랭킹 15위.
▨자오천위(21)
중국 랭킹 12위. 자국 선발전 1회전서 2013년 제7회 잉씨배 우승자 판팅위를 물리쳤다. 뒤이은 결승에선 강호 펑리야오를 흑 불계로 따돌려 티켓을 따냈다. 자오천위에게 LG배는 통산 네 번째, 3년 연속 올라온 본무대여서 상당한 인연이 느껴진다.
23회 때는 일본 이야마를, 지난 해 24회 대회에선 장쉬를 누르고 16강에 올랐다. 그에겐 LG배에서의 최고 성적인 동시에 국제 경력을 통틀어 최고 성적이기도 하다. 한국 신민준, 일본 역대 최연소 명인 시바노와 동갑으로 더 도약이 가능한 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