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 바둑 최강자는 누구일까. 어떤 기사가 가장 근접 거리에서 최강자를 조준하고 있을까. 국가별 최강은 어느 나라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풀려면 여러 가지 분석 방법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최근 2년 사이 열렸던 9개 국제 대회 8강을 기준으로 집계해 봤다.
분석 대상으로 선정된 9개 대회는 최근 2년 내 종료됐거나, 8강을 추려낸 채 종료가 임박한 메이저 대회들이다.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최근 2년 국제메이저 8강 진출자 명단
연인원 72명의 명단을 살펴보면 다음 몇 가지 사항들이 확인된다.
첫째. 최근 2년 간 메이저 8강에 가장 많이 오른 기사는 중국 커제다. 9개 대회 중 2021년 삼성화재배에서만 초반 탈락했을 뿐 나머지 8개 무대에서 8강 이상의 실적을 냈다. 2위는 신진서로 7개 대회에 이름을 올렸다. 25회 LG배와 4회 몽백합배에만 중도 탈락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우승 회수(굵은 글씨 처리)를 따지면 신진서가 2회로 1회에 그친 커제를 질적으로 앞질렀다.

▲ 제26회 LG배 조선일보기왕전 결승서 중국 양딩신과 대국 중인 신진서. 이 대회 우승으로 춘란배를 포함해 현역 세계 2관왕으로 군림 중이다.
둘째. 신진서 커제 다음으로 양딩신이 6번 호명돼 전체 3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이 변상일과 일본 이치리키(각 4회), 박정환 신민준 미위팅(이상 각 3회) 순이다. 2번 이름을 올린 기사는 롄샤오 리쉬안하오 리웨이칭 자오천위 탕웨이싱 쉬하오홍 강동윤 셰얼하오 셰커 판팅위 등 10명이다. 구쯔하오 박영훈 스웨 원성진 이동훈 이창석 이태현 타오신란 한승주 김명훈 딩하오 시바노 쉬자양 멍타이링 등 14명이 한 차례씩 포함됐다.
셋째. 국가 간 불균형이 뚜렷하다. 72개 자리의 국가별 점유 수를 보면 중국이 39개(54.2%), 한국이 26개(36.1%)다. 두 나라를 합하면 전체의 90%가 넘는다. 양국 바둑이 천하를 양분 중이란 사실을 재확인하게 된다. 나머지 7 자리는 일본이 5회, 대만이 2회를 가져갔다.
넷째. 한 중 양국은 선수층도 압도적으로 강하다. 72개의 자리를 채운 기사 수는 4개국 합해 모두 32명이다. 중국(17명)과 한국(12명)을 합하면 전체의 90.6%인 29명을 배출해 ‘머릿수’에서도 한 중 편중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은 이치리키가 4회나 포함돼 국제적 기사임이 확인됐다. 총 진출 수는 시바노(1회)를 포함해 2명이 5번 올랐다. 대만은 쉬하오홍 혼자 2번 ‘족보’를 장식했다.
8강 고지에 오른 중국 기사 숫자 17명은 한국(12명)에 비하면 약 1.4배에 달한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최근 2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1988년 첫 세계메이저 대회(제1회 후지쓰배) 이후 중국이 배출한 세계 우승자 수는 21명으로 15명이 정상에 오른 한국을 앞서고 있다. 기사층(저변)은 한국이 중국에 비해 열세였다는 얘기다.

▲ 올해 초 농심배 국가 단체전서 중국 주장으로 나온 커제 9단. 최근 2년간 국제 대회 8강 진출 회수에서 8회로 가장 많지만 최근 세계 1인자 다툼에선 신진서에게 밀리고 있다.
하지만 역대 통산 총 우승 회수에선 한국이 중국보다 우위를 지키고 있다. 15명의 기사가 총 65회에 걸쳐 세계 제패에 성공, 21명이 45회 우승한 중국을 압도 중이다. 중국은 단 한 차례 세계 정상 등정에 그친 기사가 13명으로 전체 21명 중 절반이 넘는다. 대조적으로 한국은 역대 챔프 15명 중 8명이 멀티 타이틀 홀더로 기록되고 있다. 최근 2년 간 열린 9개 국제대회 8강 통계에서도 우승 회수는 한국 4, 중국 2개였다. 중국은 인해전술, 한국은 소수정예란 구도는 여기서도 적용된다.
앞에 제시한 최근 2년 동안의 9개 국제대회 중 6개는 우승자를 가려냈고 나머지 3개는 현재 진행 중이다. 올 연말에서 내년 초까지 열릴 메이저 대회를 간단히 살펴보자. 우선 제27회 LG배 조선일보기왕전이다. 11월 13일부터 8강전 및 준결승을 치르고 내년 2월 마지막 1인을 가리는 결승 3번기가 예정돼 있다.
대진은 신진서 대 미위팅, 강동윤 대 커제, 김명훈 대 딩하오, 그리고 양딩신 대 시바노로 짜여졌다. 신진서와 커제가 어디까지 진출할지, 둘 간의 맞대결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신진서는 LG배 최초의 2년 연속 우승에 도전 중이어서 우선 결승행 과정부터 주목받을 전망이다. 터줏대감 격인 박정환 김지석 신민준 등이 중도 탈락한 것이 아쉽다. 세계 무대 8강에 처음 얼굴을 내일게 될 김명훈 딩하오 시바노의 종착역도 주목된다.

▲ 신민준이 제25회 LG배 조선일보기왕전서 커제를 누르고 우승할 때의 모습. 최근 2년간 열린 메이저 대회 8강 진출수 3회로 한국 주축 멤버 중 한 명이다.
신진서와 커제는 올해 연말 속개 예정인 제14회 춘란배 8강전서 맞대결한다. 올해 초 열린 농심배서 신진서에 완패한 커제의 무례한 도발로 둘 간의‘10번기’설이 퍼지는 등 감정이 쌓여있다. 두 라이벌 간 상대 전적에선 아직 커제가 11대7로 앞서 있지만 최근 5판은 신진서가 4승 1패로 우세하다. 신진서가 지난 해 6월 이후 만 1년 간 외국 기사에게 30전 전승을 기록 중이란 사실도 든든하다.
춘란배는 신진서-커제전 외에도 신민준 대 탕웨이싱, 변상일 대 리웨이칭, 양딩신 대 리쉬안하오의 8강전이 함께 열릴 예정이다. 신진서 박정환의 투톱 바로 뒤에서 기회를 노려온 변상일과, 25회 LG배 챔피언을 지낸 신민준의 선전도 기대된다.
오는 10월 27일 개막 예정인 삼성화재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궁금하다. 이 대회는 본선에 들어가면 논스톱으로 우승자까지 가려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직 국내 예선도 치러지지 않아 국가별 출전 명단을 가늠할 수 없다. 결승이 11월 초 3번기로 열린다는 것만 확실하다. 지난 기엔 박정환이 신진서를 2대1로 꺾고 타이틀을 차지했었다.

▲ 중국 톱스타 중 한 명인 양딩신이 제26회 LG배 결승서 신진서와 대국 중인 모습. 최근 2년 8강 진출 회수 6회로 전체 3위에 올라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제9회 잉씨배도 있다. 신진서와 셰커의 결승 3번기만 남은 상황. 2020년 9월 11일 벌어진 8강전서 신진서가 구쯔하오를, 셰커가 커제를, 자오천위가 쉬하오홍을, 이치리키가 타오신란을 각각 탈락시켰다. 2021년 1월 속개된 준결승 3번기에선 신진서가 자오천위를, 셰커가 이치리키를 각각 2대0으로 따돌렸다.
2000년생 동갑나기인 신진서 대 셰커의 결승은 2021년 열릴 예정이었으나 계속 연기돼 아직 대국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3년째 세계 바둑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사태 때문이다. 결승전만큼은 인터넷 아닌 오프라인 대면(對面) 방식으로 진행하려는 주최측의 희망이 몇 차례 대회 연기로 이어졌다. 2022년 안에 치른다는 방침이지만 어쩌면 또 2023년으로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