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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사람 洪南麗
 
노인(老人)의 나이는 65세라고 한다. 흑발보다 은발이 더 많은 머리하며, 웃을 때마다 얼굴 가득 출렁거리는 주름물결을 보면 그건 틀림없는 듯하다.

그러나 그는 '구부정하다, 추레하다, 노쇠하다, 가엾다'는 수식어와는 거리가 먼 푸르디푸른 노인이다. 그렇다고 호의호식하며 자기관리에 공을 많이 들이는 '부유한 노인'을 연상하지는 마라.

그건 이 노인에 대한 모독이다. 그의 젊음은 물질의 풍요가 아니라 정신의 풍요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청년 못지 않은 꼿꼿한 허리를 가진 이 노인은 제4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이 진행중인 상하이(上海) 홍챠오(虹橋)호텔에서 가장 유명한 반외(盤外)의 스타 '빨간옷의 카메라할머니'다.

대국이 시작될 시간이면, 대국실 포토라인 맨 앞쪽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이 노인의 자리다. 누군가 더 좋은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정해진 포토라인 앞쪽으로 머리를 내밀기라도 하면 까랑까랑한 '왕할머니'의 호통소리를 듣게 된다.

노인의 날렵한 몸매가 예사롭지 않아 물었더니 과연, 소녀시절에는 잘나가는 체조선수였단다. 그럼, 체조선수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카메라는 언제 배웠을까? 가까운 친구가 친절하게 일러준다. "아, 홍할머니요? 한 25년 됐을걸요?" 25년 전이면 나이 40인데? 그렇게 늦게?

40대는 위기의 세대다. 가장 많은 일을 하면서도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하고 후배에게 추월당할 것을 두려워하며 명퇴를 걱정해야 하는, 비탈진 언덕 위의 세대가 40대다.

바로 그런 나이에, 이전까지 해온 일과는 전혀 다른 전문가의 길에 도전했다는 얘기.

'그렇게 늦게 사진에 입문해서 얼마나 잘 하려고...' 행여 그런 의구심을 가졌다면 빨리 버려주기 바란다. 언젠가 상하이의 한 테니스장에서 찍었다는 이창호 9단의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스트로크하는 동선을 생생하게 잡아낸 멋진 작품이었다. '전문가의 솜씨'가 분명한 사진 같아 '누구의 작품이냐?'고 물었더니 '바로 그, 빨간옷의 카메라할머니'였다.

당대체육잡지사(當代體育雜志社) 상하이기자주임. 동료직원이 수인사를 하고 받아온 명함에 적힌 노인의 공식직함이다. 이름은 홍난리(洪南麗), 우리발음으로는 남려인데 아마도 남쪽고을에서 태어났다는 뜻이 아닐지.


'포즈를 취해 달라'는 말에 카메라를 목에 걸고 싹싹하게 응하는 모습이 한 장의 사진에 담겼다. 포토라인에서 젊은 기자들과의 몸싸움도 사양하지 않는 노인의 당당함이 그 안에 고스란히 살아 있다.

나이 40에 결코 쉽지 않은, 새로운 길을 찾아나선 노인은 지혜로운 사람이다. 젊은이보다 더 푸른 가슴을 가진 이 노인의 일상은 '행복한 인생이란 결코 물질의 풍요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간이 흐르면 영예의 화관을 쓰게 될 최후의 승자와 우승국이 가려지겠고 이 대회 최고의 스타도 탄생하겠지만 어쩐지 나는, 화려한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영웅보다 이 노인을 더 오래 기억할 것 같다.

노인은 내게, 자유로운 정신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시들어가는 꽃'의 의미를 가르쳐주었다. 누가 이 사람을 아름답다 하지 않으랴. 눈이 부시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세상을 비추는 작은 빛과 같은 이름 홍난리.

나는 다음 해에도, 아니 그 다음해에도, 오래오래 이 아름다운 사람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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