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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외수에 중독되다
이외수의 복수, 세상을 감동시키다
 
▲소설가 이외수.

평범하지만 은근히 어깨근육이 뭉쳐지는 일상이다. 무의미하게 흐르는 하루, 움츠러들고 재미없는 일상이 지속되다 보면 속물이 되고, 소시민이 되고, 생각은 비루해진다. 무엇을 봐도 별 느낌이 없다. 모니터의 잔고를 본다. 숫자가 높으면 즐거워지고 숫자가 낮으면 비참해진다. 카지노에서 전 재산을 날린 사람과 비교해 본질적인 천박함에서 다른 게 과연 뭔가. 그러나 이런 일상의 천박함은 중독성이 너무나 강해 벗어나기 힘들다.

가끔씩은 이런 비루함과 천박함에 ‘쉼표’를 던져 줄 누군가 필요하다. '멘토'라고도 하던가. 한때나마 감수성이 무척 찌릿했던 내 친구, 문학소년이었던 놈에겐 멘토가 한 분 있었다. 그분의 이름은 이외수였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의 기억이지만, 그 순간과 순간의 영향이 지속되었던 만큼은 '멘토'였던 것이 분명하다. 그는 절대로 교주가 아니다, 그러나 따르는 ‘신도’들이 여전히 많다. 이른바 ‘이외수’에 ‘중독’된 ‘감성’신도다. 그 중독은 일상에서 시작된 또 다른 세계, 그러나 그 시점이 달라진 ‘감성’의 세계를 선사한다. 이외수가 선사하는 ‘감성의 쉼표’에 중독되어 보자. 아마 행복할 것이다. 뭉쳐있던 근육도 잠깐은 풀릴 것이다. (여기에서는 이외수 선생의 인터뷰 일부를 소개한다, 인터뷰 전문은 월간바둑 9월호에서 볼 수 있다.)

이외수(1946) : 소설가, 시인, www.oisoo.co.kr(1998년 오픈) 8월 13일 강원도 화천, 다목리 감성마을에서 인터뷰했다. 감성마을 이외의 곳에선 인터뷰를 행하지 않는다

- 바둑을 정말 좋아하신다! 고 들었다. 프로기사들과도 교분이 많다던데? “돌아가신 전영선 사범하고 친하게 지냈다. 도신스님과 춘천에 많이 왔었다. 김성동(소설 '만다라'의 저자) 빼곤 문인들 중에서 내가 두 번째 정도로 프로기사들과 교류가 많을 거다. 서능욱, 박정상, 박지은, 목진석, 홍성지 등은 몇 번씩 왔다 갔다. 사인도 다 받아 놨다. 프로기사들은 한 분야의 일가를 이룬 것이다, 설령 도끼자루가 썩을 지라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좋아할 것이다. ” (이외수 선생의 바둑에 관한 빛나는 말씀들은 '9월호'에서 계속)

“절망의 천재, 자학의 달인” 예술은 이미 행복한 사람 위한것 아니라 아파하는 사람 위한 것

- 고흐의 ‘슬픔’이란 작품. 이외수 선생의 글은 그런 느낌이 날 때가 있다. 스스로를 ‘절망의 천재, 자학의 달인’ 이라 표현하신 적이 있다. "심리적 바닥"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거나, 혹은 그것을 묘사함으로써 아름다움을 창조하거나, 비극에서 새로운 시작을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어떻게 가능한가?
"예술의 역할은 이미 행복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좌절했거나 절망했거나 슬픔에 빠진 사람을 위한 것이다. 물론 음악이나 미술 등의 예술은 이미 행복한 사람들 옆에 있는 경우가 많았었다. 오늘날은 꼭 그렇지는 않다, 특히 이외수의 예술은 아픈 사람을 위한 것이다. 나도 아팠기 때문에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공감대를 얻게 되고 위안이 되고, 아픔을 극복할 수 있다. 그런 기억의 절실함들이 어려운 시절을 견디게 해준다 바둑도 그런 면이 있지 않은가? 프로기사들은 진 바둑을 더 아파하고 생생히 기억하더라. 그리고 많이 아파하는 사람이 더 큰 기사가 된다. 비슷한 맥락이다. "

- 고흐는 평생 한점의 그림을 그것도 친동생에게 팔았다는데, 만약 생전에 그의 그림이 조금이라도 일반인에게 더 팔려 ‘경제적 ‘여유’라는 걸 그가 맛 보았다면, 고흐의 남은 인생은 이외수 선생과 뭔가 비슷해졌을 지 모르겠다. 그런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다.
"그랬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예술에 반드시 고통이 따라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본다. ‘고통 중’에 예술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고통 끝’에 예술이 나오는 것이다. 세상이 고흐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고 고흐가 덜 외로웠다면 더 오래 살면서 더 많은 작품을 만들었을 것 아닌가. 그의 작품은 양적으로 너무 적어 모두 기억할 수 있을 정도다. 그는 천재로서 기억되는데 이건 그가 요절했다는 걸 뜻한다. 오래 살아남아 대가(大家)로 인정받으며 많은 작품을 냈어야 한다.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예술이 사회적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창호는 대단하다. 바둑이란 것이 한 번 해 볼 만한 것으로서 사회에서 인정받지 않나, 사람들이 그렇게 통념을 바꾼 것은 대부분 이창호 덕분이라 말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좋은 운동선수들이 활약하면서 ‘머리 나쁜 놈들이 운동한다’라는 이상한 사회통념을 바꿨다.
모든 통념이 다 바뀌는 데 유독 예술만 그런 게 안 바뀐다. 지금이 무슨 왜정(倭政)시대도 아니고 ‘글을 쓴다, 예술을 하겠다.’ 그러면 아직도 굶어 죽기 딱 좋은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게 미신이다. 이건 무슨 원고지로 흙을 퍼서 쌈 싸먹는 환경이다. 요즘은 경제적 가치만을 최고로 치지만, 예술이 최고의 대접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환경이 되어야 한다. “

“이외수의 복수”는 세상을 감동시키는 것이다.
- 세상에 보복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가? 복수를 주제로 한 어느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아마도 감독이 무시당하고 고독했나 보다, 뭔가 세상에 일을 저지르고 싶었나 보다.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세상의 무시와 버림에 대해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복수가 인생의 힘이 되기도 한다. 극복해야 할 대상(일본)을 정해놓고 매진했던 건 한국바둑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외수 선생의 글은 지독한 외로움과 고독을 아픔과 슬픔을 묘사하면서도 결론에선 "복수"의 모습이 잘 없다. 물론 개인적인 느낌이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외로움의 느낌이라면, 복수를 꿈꿀 수도 있지 않았나?
“왜 없나, ‘들개’에도 세상에 복수를 하려는 주인공이 있다. 내 글을 읽고 감동을 하면 그게 충분한 복수가 된다. 작가의 복수는 세상을 감동시키는 것이다. 세상을 감동시키면 나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고 나를 외롭게 하던 세상이 조금이라도 변화한다. 그것이 가장 통렬하고 유쾌한 복수다.
어떤 시대든 그 시대의 현실은 ‘예술의 적‘이 된다. 작가는 그 현실에 복수를 하는데 그것이 바로 ’감동‘이다. 내가 멋있게 살면 ‘예술도 글도 한번 해 볼 만하다‘고 사회통념이 변할 수 있지 않겠나. 씨트콤도 나가고, CF도 나가고 했다. MBC에서 하는 라디오방송(언중유쾌)은 대한민국 최초의 ’재택방송‘이자 ’가내수공품‘이다. 죽이지 않나? 누가 그런 걸 할 것인가, 예술에 있어 그런게 내 몫이라고 느낀다. 내가 총대를 메려 한다.“

참조 : http://twitter.com/oisoo 이외수 선생이 트위터에 마련한 일종의 '단문블로그'다. 구독자(followers)가 12,000을 넘어 13,000을 육박해 가고 있다. 트위터 내에서도 이미 커다란 '팬덤 현상' 을 형성해 가고 있는 중이다. 감성마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지만, 이외수는 인터넷을 통해 세상사람들과 엄청난 소통을 하고 있다. 이외수 선생이 이렇게 너무 잘 알려져 있는 것이 이번 인터뷰의 가장 큰 압박이자 부담이었다. 인터뷰중 트위터에 이미 소개된 말은 최대한 싣지 않았다. twitter는 '지저귀다' 라는 뜻으로 2006년 미국에서 개발된 실시간 짧은 글 블로그다. 한국에서도 인터넷 '소통'의 유행이자 대세가 되어 가고 있다.

- 돈에 관한 질문이다. 저서에서 “당신이 직접 지폐를 찍어낸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상상력을 발휘했다.(지폐에 대한 믿음을 창조하고, 화폐로 게임을 벌이는 과정이 자본주의의 발전이다.) 경제학을 따로 공부하신 것은 아닐 것 같은데 룰 자체를 벗어난 상상력이다. 누구나 화폐를 발행한다면 자본주의 게임의 법칙이 파괴된다.
“그렇지, 그러면 돈이 쓸모 없어지지. 그런데도 돈 만들겠다는 놈이 있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데. 이렇게 ‘자신이 직접 지폐를 찍어낸다면”이라고 물어보니까 자기 시각을 바꾸는게 아니라 프린터기 구입할 생각하고, (지폐를 찍게) 종이를 많이 준비하겠는 둥, 그런 식으로 연연하는 마음을 바꾸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게 왜 그러냐면 자기 인생을 살지 않아서 그런 거다. 자기 인생을 살지 않으면 인생은 바둑의 축에 걸린 거와 같다. 맨날 지그재그로 몰리면서 살아가는 거지, 자기가 자기 인생의 주인이 아니라 그런 거다. 이게 하수다. 축인 줄도 모르고 자기인생을 ‘1선’까지 빨리 몰아가는데 여념이 없다.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려면 통념과 규범을 뛰어 넘을 줄 알아야 한다. ”

- “자신이 만든 고치 속에 갇혀 굳은 의식으로 불만의 풍선껌을 불어 댄다.(청춘불패)”란 말이 나온다. 자신이 만든 고치를 벗어날 방법은? 한 계통에서 오래 일하거나 노력하다 보면. 자신이 만든 고치를 벗어나기 힘들 것 같은데. 바둑계도 역시 그런 분야다. 특히 프로를 지망하다 실패하면 좌절이나 상처가 보통이 아닌 것 같다. 어린 나이에 인생에 ‘올인’했다가 실패를 맛 본 것이기에 그렇다. 한마디 해 주실 수 있다면.
“실패했더라도 바둑은 배운거고 다시 인생을 잘 두어야지, 인생이란 걸 잘 두어 가야지. 바둑만이 (인생의) 절대는 아니다. 바둑도 결국 인생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고 그것을 수업한 것이지. 그것만이 절대인 것이 아니다. 모두가 다 맨 위에서 뛰어야 하나? 어떤 이는 메이져를 뛰지만 어떤 이는 조기축구를 즐기는 거다. 스스로가 즐기고 행복하면 되는 것이다. 꼭 돈 벌기 위해서만 바둑을 두었던 것만은 아닐 테고, 그게 꼭 직업이 되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제때 손 떼고 전환해서 그걸 밑거름으로 삼으면 된다. 인생의 교훈과 경험으로 삼아야 한다. " ....(계속......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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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마을, 8월 13일의 하늘은 맑았고, 계곡의 물은 차갑고 깨끗했으나, 무진장 더웠다.

취재 : 최병준, 박성근, 김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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