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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과 함께하기 - 국악
 

바둑과 국악은 체질상 어울리는 구석이 많다.

우리 몸과 땅이 하나로, 우리 땅에서 난 산물이 몸에 좋듯 놀이도 음악도 우리 것이 제격인 탓이다.

특히 근년 들어 우리 음악이 일종의 명상음악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국악은 예술성과 함께 그 ‘기능성’또한 인정받고 있다.

국악은 크게 정악(正樂)과 민속악으로 나뉜다. 한마디로 말해 정악은 양반들이 즐겨 하던 음악이며 민속악은 서민들이 삶 속에서 누리던 음악이다. 정악이 평화롭고 도도히 흐르는 강물이라면, 민속악은 역동적으로 휘감아 치는 격랑이다. 그만큼 변화가 심하고 힘이 넘친다.

바둑을 둘 때 배경음악으로 틀라치면 아무래도 귀에 지나치게 맵 짠 놈보다는 은근한 된장찌개 같은 소리에 손이 가게 마련. 친해지기 쉽기 않지만 한번 친해놓으면 여간해선 떨어지기 싫은 오랜 친구같은 정악은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안정시켜준다는 점에서 최고의 BGM이 아닐 수 없다.

한없이 느리고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막상 맘잡고 앉아 감상하기에는 꽤 품이 들어가지만, 바둑을 두는 데에 배경음악으로는 이 이상 가는 게 없을 정도이다. 하루 종일 틀어놓아도 귀에 거슬리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사람간의 대화에도 자발없이 끼어들지 않는다. 마음을 고요한 호수처럼 다듬고 깎아주니 수읽기 하는 데에도 그만이다.

정악에는 궁중에서 제사를 지낼 때 연주하는 제례악과 양반들이 생활 속에서 즐기던 풍류음악, 시조, 가곡, 가사와 같은 정가, 임금님이나 고관대작이 행차할 때 쓰던 고취악 등이 있다.

반면 민속악은 서민들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은 소박한 음악이다. 성악으로는 판소리, 단가 등이 있고, 기악곡으로는 산조와 시나위, 농악 등이 있다.

정악의 간판스타 영산회상

바둑을 두면서 듣기엔 가사가 있는 성악곡보다는 기악곡이 낫다. 빠르고 템포의 변화가 심한 것보다는 장중하고, 깊은 맛이 우러나는 곡을 선곡하는 것이 요령. 성악곡이 듣고 싶으면 느린 장단인 진양조나 담담한 맛의 중모리 장단에 얹은 판소리, 또는 가곡, 가사, 시조같이 정갈한 창법으로 부르는 곡들을 권한다.
정악의 간판스타라면 뭐니뭐니해도 영산회상을 꼽는다. 대가로 칭송받는 이들조차 평생 연주해도, 할수록 새로운 맛이 우러난다는 심연같은 깊이를 지닌 신비의 음악이다. 영산회상에 얽힌 일화 한 토막.

옛날 대금의 달인이 있었다. 그는 날이 어둑어둑해지면 어김없이 한 손에는 나막신을, 한 손에는 대금을 들고 인왕산을 올랐다. 그리곤 영산회상 한바탕 불고, 나막신에 손톱만한 돌멩이 하나 넣고, 또 한바탕 불고 돌멩이 하나 넣고. 그는 나막신에 그득히 돌멩이가 채워지고 나서야 산을 내려왔다. 이러기를 몇 해 거듭, 달인이 비로소 영산회상의 맛을 알 만하니까 나막신에서 풀이 돋아나더란다.

사랑방에서 객과 수담을 나누며 선비들이 즐겼던 우리의 음악. 테크놀로지 승리의 혜택으로 우리는 숱한 명창, 명 연주자들의 전설적인 명연을 지금이라도 당장 손짓 한번으로 안방에 불러들일 수 있다.

은근한 영산회상의 속삭임을 들으며 즐기는 수담 한수. 반상에선 흑백의 학이 노닐고, 하늘에선 꽃비가 내리니 과연 우화등선(羽化登仙)의 경지가 부럽지 않으리.(주: 영산회상은 인도 영산에서 부처가 제자들을 가르치던 중 하늘에서 꽃비가 내린 장면을 소재로 만든 음악이다)

( 양형모 - 알콩달콩 상식의 달인/ ryuhon@baduk.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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