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지나고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승부세계에 몸담은 프로기사들이 더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시기다. 지난 2023년 한 햇 동안 어떤 기사가 어느 만큼의 도약을 이뤘는지 랭킹으로 점검해 보았다.
한국기원에 소속된 400여 명 프로기사들 중 2023년 1년 간 랭킹이 가장 많이 도약한 기사는 원제훈 3단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원 발표에 따르면 2023년 1월 랭킹 153위에서 올해 1월 75위로 1년 만에 무려 78계단이나 점프했다. 원제훈의 작년 대표 실적은 제11기 하찬석국수배 영재 최강전(박지현과 결승) 준우승이다.

▲ 원제훈 3단
2005년생인 원제훈의 출신지는 제주 서귀포. 2015년 영재 연구생 입단대회를 통해 프로가 됐다. 입단에 앞서 만 9세 11개월의 나이로 한국기원 연구생리그 멤버로 뽑혀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2023년 한 해 성적은 97전 62승 35패(승률 63.9%)였다.
랭킹 상승 폭은 원제훈에 못 미치지만 각종 대회성적을 발판으로 랭킹 ‘신분 상승‘을 일궈낸 유망주들도 많다. 대표적 인물이 세계 남자기사 중 최단기 9단에 오른 한우진(2005년생)이다. 한9단은 2023년 천원전과 글로비스배서 우승하고 백암배서도 준우승하는 맹활약으로 1년만에 32계단 뛰었다(51위→19위). 20위권에 진입한 이제부터는 신예 아닌 정상급 기사로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한우진과 동갑인 박지현 6단도 주목 대상이다. 2023년 하찬석국수배와 김인국수배 등 신예기전 2관왕에 올랐다. 종합 기전인 명인전서 거함 신진서를 격침해 세상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활약으로 작년 73위에서 58위로 비상(飛上)했다. 2020년 12월(214위) 기준으로 보면 3년 1개월만에 156 계단이란 폭발적 상승이다.

▲ 박지현 6단
김승진(2006년생) 4단의 도약도 경이적이다. 작년 12월 117위에서 올해 초 1월 랭킹 48위로 발표됐다. 69 계단이나 뛰어오른 ‘하이 점프’다. 2021년 입단 후 그해 말 첫 랭킹(189위) 기준으로 따지면 141계단이나 올랐다. 지난 한 해 국제 메이저대회인 삼성화재배 본선 16강까지 진격하는 등, ‘물이 올랐다’는 평을 듣는다.
1년 기준으로 역대 최다 랭킹 상승 기록 보유자는 권효진(남) 7단이다. 2020년 1월 257위에서 이듬해 1월 144위로 무려 113계단을 건너뛰었다. 그해 권효진의 총전적은 45승 35패로 승률 56.3%였다. 권효진의 2024년 1월 현재 순위는 63위. 2004년 1월생으로 만 20세 생일이 지났다. 올해 각종 기전 활약이 기대된다.
2년 연속 랭킹 최다 도약 기록을 세운 기사도 있었다. 2001년생인 박상진 7단은 2018년 154위에서 95위로 59계단, 2019년엔 95위에서 48위로 47 계단을 뛰어넘었다. 2년 간 합계 106 계단 도약도 놀랍지만, 최고 기록을 2년 연속 작성했다는 사실이 더 시선을 끈다.
상위권 중견 기사들의 랭킹 곡선은 어떨까. 그들의 성적 추이도 랭킹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홍성지(1987년생), 김정현(1991년생), 백홍석(1986년생)등이 대표적이다. 만 37세 생일이 눈앞인 홍성지 9단은 2023년 대통령배 준우승, 맥심배 4강, 삼성화재배 본선, 백암배 16강 등의 활약으로 15위에서 7위로 역주행했다. 10위권 진입은 2023년 6월(7위) 이후 처음이다.

▲ 홍성지 9단
새해 랭킹 14위 꼬리표를 받아든 김정현 9단의 1년 전 순위는 39위였다. 2022년 7월 5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위기를 겪다가 20위권으로 컴백했다. LG배 16강, 삼성화재배 본선, 바둑리그 진입 등의 활동이 반영됐다. 신진서를 꺾고 GS칼텍스배 8강행 ‘깜짝쇼’를 펼쳤던 백홍석도 나이가 무색하게 15계단이나 올라섰다(46위→31위).
랭킹 향상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기사가 있다. 신진서 9단이다. 올해 24세가 되는 신진서는 2020년 1월 박정환에게 탈취한 랭킹 1위 자리를 49개월째 놓지 않고 있다. 개인 통산 1위 회수도 57회로 늘어났다.
‘만년 넘버3’로 굳어지는 듯 했던 변상일(27)은 박정환(31)에게 내주었던 2위 자리를 정확히 1년 만에 되찾아왔다. 변상일과 박정환의 랭킹 점수 차이는 불과 6점. 올 한 해 두 기사 간의 2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점쳐진다.

▲ 변상일 9단
한국 최상위권 서열이 안정된 것과 대조적으로 중국은 지난 해 내내 정상 다툼이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1월 초 발표된 중국 1월 랭킹의 톱자리는 딩하오(2000년생)에게 돌아갔다. 딩하오는 LG배와 삼성화재배를 보유 중인 현역 세계메이저 2관왕이지만 1위 등극은 처음이다. 이로써 한 중 두 나라가 나란히 2000년대 출생 톱랭커 시대로 접어들었다.

▲ 딩하오 9단(사진 제공=한국기원)
오랫동안 중국 바둑의 대명사적 존재였던 커제(1997년생)는 구쯔하오 및 양딩신(이상 1998년생)에게도 밀려 4위로 추락했다. 커제는 통산 92회, 51개월 연속 중국 톱랭커에 올랐던 간판스타다. 중국 신예 파워를 대표하는 왕싱하오(2004년생) 9단과 투샤오위(2003년생) 8단은 신년 랭킹에서 각각 13위, 24위에 자리잡았다.
한 중 두 나라 최상위 랭커 30명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베테랑급 기사, 중국은 신예 쪽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80년대생-90년대생-00년대생 수효가 한국은 5명, 20명, 5명, 중국은 2명, 22명, 6명으로 나타났다. 30위권만 놓고 보면 한국이 중국에 비해 2살 가량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