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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랭킹으로 짚어본 2023 여자리그 판도
 
“바둑 두는 여자는 아름답다.” 아홉 번째 시즌에 막 돌입한 2023 NH 농협은행 여자바둑리그(약칭 여바리)의 캐치프레이즈다. 올해도 8개 팀이 출전, 6일부터 5개월 간 아름다운 시즌을 시작했다. 여바리엔 지난 8년간 연속 우승을 거둔 팀이 단 하나도 없다. 연패(連覇)뿐 아니라 두 번 우승한 팀도 존재하지 않는다.

▲ 7월 4일 엘리에나호텔서 열린 2023NH농협은행 여자바둑리그 개막식 후 관계자들 전원이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어떤 팀이 우승할까. 난형난제다. 정말 예상이 쉽지 않다. 생각 끝에 각팀의 선수 평균랭킹으로 우열을 비교해 보기로 했다. 어린 선수들의 기량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이어서 랭킹이 절대적 지표일 수는 없다. 하지만 랭킹은 현재 위상을 보여주는 가장 객관적 자료인 것도 사실이다. 그저 참고만 하자. 7월 여자 랭킹을 기준했으며, 국내 랭킹이 없는 외국 용병은 평균 계산에서 제외했다.

󰊉H2 DREAM 삼척(11.5위)

김채영(3위), 조혜연(5위), 김은선(15위), 김수진(23위) 등 4명의 평균 순위가 11.5위로. 출전 8개 팀 중 가장 높다. 3년째 연속 같은 멤버로 출전 중이며, 2021년 제7회 때 우승, 자난 해는 3위를 차지했었다. 3년 보호 연한 마지막해인 만큼 선수들의 의욕이 높다. 10위 이내 기사가 2명 이상 포함된 유일한 팀이기도 하다.

주전 멤버 층이 두텁다는 것이 이 팀의 강점이다. 삼척이 지표상 1위인 것은 또 있다. 평균 연령이 34세로 가장 높다. 최연소 팀인 부광약품(19세)에 비해 무려 15세나 높다. 이 점이 긍정과 부정 어느 쪽으로 발현될지에 따라 팀의 순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다혜 감독은 “베테랑들답게 노련미를 살려 정상에 복귀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 출전 8개팀은 입장 세러머니를 통해 각각 팀 이미지를 선보였다. 사진은 서귀포칠십리 선수들의 입장 모습.


②새만금잼버리(13.6위)

지난 해 대회 주역이었던 김주아(김효영), 김민서, 김다영 트리오가 올해도 한데 뭉친다. 김주아(2006년생)와 김민서(2007년생)는 라이벌 관계로 최연소 투톱을 구축했다. 여기에 일본 여류본인방 후지사와 리나(澤里菜·25) 6단이 용병으로 가세한다. 후지사와는 우승 횟수 22회를 자랑하는 중견으로 국제 여자대회인 오청원배 4강에도 올라있다.

후지사와는 2019년 부안 곰소소금 우승에 한 몫을 맡았다. 당시 그 팀을 지휘했던 김효정 감독은 개인 두 번째 우승 도전에 나선다. “3지명 김다영이 주장급으로 든든한 버팀목 구실을 할 것”이라고 했다. 후지사와를 뺀 나머지 3명의 랭킹은 김주아 12위, 김민서 16위, 김다영 13위로 고른 전력이 특징이다. 팀 평균 랭킹은 13.6위로 삼척에 이은 2위.

③서귀포칠십리(17.2위)

여바리 사상 첫 2연속 우승을 겨냥 중인 디펜딩 챔피언이다. 한국 여자랭킹 6위 조승아를 선봉으로 주부 기사인 이민진(17위)과 김윤영(8위)이 2, 3지명을, 신예 유주현(38위)이 소방수 역할을 맡는다. 노소가 조화를 이루면서 평균 랭킹 전체 3위(17.2위)를 기록하고 있다. 25세 주장 조승아는 올해 4월 말부터 6월 초까지 12연승을 달리는 등 전성기 기량을 뽐내고 있다.

선수 4명 전원을 보호선수로 묶은 팀은 삼척과 함께 서귀포까지 두 팀 뿐이다. 그만큼 물샐틈없는 전력을 자랑한다. 명장 반열에 올라선 김혜림 감독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유주현(22)을 키플레이어로 꼽고 있다. “워낙 뛰어난 선수들이라 감독이 선수들에게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우승의 관건이 될 것 같다”고 했다.

▲ 개막식 당일 보령머드 선수단의 건배 광경. 역대 최다 MVP 최정이 속한 팀이다.

④순천만국가정원(19.3위)

한국 여자랭킹 4위 오유진과 24위인 주부기사 이영주가 팀의 주축이다. 여기에 22세인 30위 이도현이 힘을 합친다. 이들 세 명은 지난해에도 함께 뛰면서 준우승을 일궜다. 또 하나의 변수는 일본 용병 나카무라 스미레(仲邑菫·14) 3단. 만 10살 때 입단한 스미레는 올 초 역대 최연소(13세 11개월)로 여류기성전서 우승하는 등 각종 신화를 쏟아내고 있는 뉴스메이커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지난해 서귀포와 패권 다툼 끝에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사령탑 이상헌 감독은 지난해에도 이 팀을 맡아 준우승을 목표로 내세웠고 목표를 달성했다. 목표를 우승으로 상향 조정한 올해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개인적으로도 첫 우승 도전이다. “용병 스미레와 3지명 이도현을 키플레이어로 꼽고 있다.”

▲ 순천만국가정원 선수들. 왼쪽부터 이도현 이영주 스미레 오유진. 우승 후보 중 한 팀으로 꼽힌다.


⑤서울 부광약품(20.3위)

중국 17세 소녀 우이밍(吳依銘) 4단이 올해 여바리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보인다. 아직 중국 여자 랭킹 7위에 불과하지만 최근 끝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을 2위로 통과할 만큼 기세가 좋다. 지난해 호반배 세계여자 패왕전서 5연승으로 중국 우승을 이끈 적도 있다. 허서현(9위), 정유진(20위), 김상인(32위) 등 국내 선수들만의 평균 랭킹은 20.3위로 전체 5위권이다.

사령탑 권효진은 종신(?) 감독으로 불릴 만큼 팀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 최정이 소속 멤버로 뛰었던 2016년 한 차례 우승한데 이어 7년만에 두 번째 패권을 차지하겠다는 집념에 불타고 있다. “작년에 함께 했던 허서현 정유진이 성장했다. 다크호스 김상인도 전력에 도움을 줄 것이다. 국내외 일정이 바빠진 우이밍의 출전 횟수가 변수다.”

⑥여수세계박람회(21.2위)

폭발적 성장세의 김은지가 팀의 주축이다. 7월 랭킹에서 처음 여자 2위에 올랐다. 작년 국내 최다승(94승) 기록을 세웠고 현재 2관왕(효림배·난설헌배)이다. 이슬주(26위), 강다정(29위), 이나경(28위)이 2~4지명을 맡았다. 팀 평균 순위는 6위지만 평균 연령 2위(20세)의 패기가 위협적이다. 최연소(2008년 10월생) 이나경은 여수 지역연고 선수로 지명됐다.

‘섬섬 여수’에서 팀 이름을 바꾸고 세 번째 출전하는 여수는 아직 우승 경험이 없다. 이현욱 감독은 “작년처럼 힘없이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각자 자신의 바둑을 둔다면 첫 우승 염원도 꿈만은 아니다. 꼴찌의 기적을 만들어 보겠다”라며 투지를 보였다. 최정이 이끄는 보령머드처럼 ‘에이스 승리 플러스 원‘이 매경기 여수 팀의 숙제다.

▲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케이크 커팅에 참여한 관계자들.


⑦포스코퓨쳐엠(22.0위)

올해 출전 8개 팀 중 보호지명이나 지역 연고 없이 선수 전원을 물갈이한 유일한 팀이다. 김혜민(7위)와 김경은(19위)을 1-2지명으로 뽑은 뒤 박태희(25위), 김선빈(37위)을 한 식구로 맞이했다. 그 결과 평균 랭킹은 22위로 나타났다. 선수 지명 순번이 늦어 후순위가 배정된 바람에 평균 랭킹(7위)은 낮지만 내실 있는 구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멤버는 모두 바뀌었지만 2017년 포스코켐텍이란 이름으로 우승을 맛본 팀. 평균 연령(27세)은 세 번째로 많다. “주장 김혜민의 노련미, 2지명 김경은의 기본 능력을 신뢰한다. 3~4번을 맡은 박태희 김선빈도 자신의 역할을 다 할 것이다. 주변의 격려가 큰 힘이 된다. 포스트시즌을 넘어 우승까지 넘보겠다”는 게 이정원 감독의 다짐이다.

⑧보령머드(28.0위)

세계 바둑 여제(女帝)로 불리는 최정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팀이다. 최정은 여바리 8년 간 4회 MVP에 뽑혔을 만큼 독보적 활약을 거듭해왔다. 현재 여바리 통산 95승(13패)을 기록, 100승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포스트시즌에선 17전 전승 중이다. 최정은 4년째 연속 지역연고선수로 보령머드서 뛰는 동안 팀을 2020년 한 차례 우승시켰다.

▲ 8개 출전팀 소속 선수들이 결정된 뒤 감독들은 한 명씩 소감과 임전 각오를 밝혔다. 사진의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전년도 우승팀으로 2연패를 겨냥 중인 서귀포칠십리 김혜림 감독.
(사진 제공=한국기원)


팀 평균 랭킹이 낮은 것은 드래프트 제도에서 1위를 확보한 ‘대가‘인 셈. 하지만 박소율(21위), 고미소(40위), 김희수(50위)를 랭킹만 보고 평가했다간 큰코다친다. 박소율(19)이 크게 성장했고, 고미소(21)와 김희수(19)는 작년 입단 후 1년 간 높은 잠재력을 드러냈다. 처음 사령탑을 맡은 김미리 감독도 “최정 외에 1명이라도 기세를 타면 막아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외국인 용병 가세…새 판도 변수될 듯

외국인 용병 3총사가 한국 여자리그에서 어느 정도의 성적표를 받아들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후지사와는 한국기사 상대로 통산 27승 43패를 마크, 4할에 약간 못 미치는 승률을 작성 중이다. 우이밍은 5승 5패, 스미레는 4승 4패를 기록하고 있다(비공식전 제외). 저마다 고비에서 결정타를 터뜨릴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

7월 6일 서귀포 대 서울 전으로 막을 올린 2023 여바리는 매 경기 3판 양승제 더블리그로 치른다. 상위 4팀이 스텝래더 방식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다. 총 56 경기 168대국이 예정돼 있다.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4일간 이어지며 시간 누적방식이 적용된다. 상금은 우승팀 5500만원, 준우승팀 35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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