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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TV 시청률로 본 최고 대국
 
바둑TV는 명지대 바둑학과와 더불어 지난 수 십년 동안 경쟁국들이 부러워해온 한국 바둑의주요 자산이었다. 1995년 12월 개국 후 30년 넘는 역사를 쌓아오는 동안 바둑TV는 우리 바둑계의 구석구석을 비추는 향도(嚮導) 역할을 하며 한국바둑 중흥기를 이끌었다. 바둑TV가 그간 걸어온 길이 현대 한국 바둑계의 족적이라고 보아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바둑TV 시청률에 나타난 팬들의 취향 변화, 최고의 매치와 인기 기사를 정리해 보았다(2026년 6월 기준).

▲ 바둑TV는 1995년 12월 1일 개국 후 30여 년 동안 우리 바둑계 파수꾼 역할을 맡아왔다. 사진은 개국 기념식에서 현재현 당시 한국기원 이사장이 첫 단추를 누르는 모습.

바둑TV가 증언하는 역대 최고의 대결은 예상했던 대로 구글딥마인드 챌린지매치다. 2016년 서울서 열린 인공지능 알파고와 인간 대표 이세돌 간의 다섯 판이 그것. 그 중에서도 3월 12일 치러진 제3국이 바둑TV 사상 최고시청률(1.746%) 기록을 세웠다. 이 숫자는 239개 유료방송 기준으로 당일 해당시간대 1위에 해당했다. 이 대국을 시청한 전국 시청자 수가 271,012명인데 그것이 전국 일반가구 수의 1.746%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시청률 1.746%는 방송업계에서 엄청난 대기록으로 통하는 숫자다. 유료채널 분야 1위인 뉴스전문 YTN의 대표적 메인뉴스 프로그램 ‘뉴스 나이트’의 2026년 평균 시청률이 0.976%로 1%에 채 미치지 못한다. 시청률 조사는 전국 가구 중 연령, 지역, 소득, 가족 구성 등을 고려해 대표성을 가진 수천 가구를 선정하고 어떤 채널을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시청했는지 정밀한 분석을 거쳐 이뤄진다.

바둑TV가 역대 단일 프로그램 시청률 1%의 벽을 넘어선 것은 총 3회인데, 그 세 판 모두 알파고와 이세돌이 펼친 챌린지매치에서 작성됐다. 제2국(1.496%)이 3국(1.746%)에 이어 역대 2위에 올랐고 4국(1.246%)이 3위에 랭크됐다. 바둑TV 역대 시청률 4위인 1국(0.819%)은 1%의 철벽 바로 앞까지 진격했다. 우리 바둑 역사에서 이세돌-알파고의 챌린지매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새삼 확인할 수 있다.

▲ 바둑TV 생중계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3국 종료 후 패자 이세돌(오른쪽) 9단이 양건, 한종진 등 동료들과 함께 복기를 나누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똑같은 챌린지매치를 놓고 바둑TV와 나머지 방송들 간의 대국별 시청률 순위가 서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는 점. KBS MBC SBS 등 공중파 3사 및 TV조선 JTBC MBN 등 종합편성 채널 시청률 합산 지표를 보면 1국 5.5%, 2국 7.3%, 3국 7.5%, 4국 10.0%로, 비 바둑전문 채널들의 시청률이 갈수록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세돌이 초반 3연패 후 4국에서 첫 승을 따내면서 분위기가 고조됐고, 일반인들도 이 때부터 대거 TV 시청에 나선 것이 상승 흐름으로 나타난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챌린지매치 네 판을 제외한 바둑TV 역대 최고 시청률(전체 5위) 대국은 신진서와 천야오예 간에 벌어진 제1회 천부배 결승 2국(2018년 12월 25일)이었다. 시청률 0.800%가 나왔다. 이틀 전 당했던 1국 패배를 설욕하면서 최종 3국에 기대를 걸게 하는 통쾌한 내용이었다. 신진서는 그러나 26일 열린 3국서 패배, 첫 세계 제패의 야망을 실현하는데 실패했다. 천야오예도 이 대회를 마지막으로 국제대회 우승권에서 사라졌다.

이상 최상위 1~5위에 이어 역대 시청률 6~10위에 오른 대국 내역은 다음과 같다



▲ 2016년 3월 9일부터 1주일 동안 거리는 온통 이세돌·알파고전 얘기로 넘쳐났다. 전문채널인 바둑TV는 역대 자사시청률 1~4위를 독점했고, 공중파·종편들도 연일 이 뉴스로 도배질했다.

시청률 순위는 대회 규모나 상금액수와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대회 포맷이나 출전자 특성에 따라 대형 기전들을 제치고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 잉씨배(0.400%)에 이어 역대 평균 시청률 2위에 오른 천태산 농상은행배가 좋은 예다. 4개국 여자 단체전인 이 대회는 아기자기한 승부를 자주 펼쳐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 간 평균 시청률 0.393%를 기록했다. 해마다 연초 한 중 최고 에이스 단판 대결로 열렸던 하세배 역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 시청률 3위(0.358%)를 기록해 인기를 방증했다.

바둑TV 역대 장수 프로그램 순위 톱은 ‘초점국’이 누리고 있다. 중계물 아닌 해설 프로그램인 ‘초점국’은 1995년 개국과 함께 론칭돼 ‘초점국 퍼레이드’, ‘스피드 초점국’ 등 몇 차례 간판을 바꿔 달며 이어져왔다. 농심배와 맥심배는 장수 프로그램 공동 2위(각 27년)이고 바둑리그(22년)가 4위로 추격 중이다. ‘지지옥션배’, ‘대학동문전’, ‘고교 동문전’이 나란히 19회 차로 공동 5위를 형성하고 있다.

바둑은 기본적으로 개인 종목이다. 스타파워가 높은 시청률을 담보하는 구조다. 2021년 이후 현재까지 최근 6년 동안 바둑TV 연도별 시청률 톱10 진입 회수를 기사별로 뽑아본 결과 신진서가 총 31회로 1위를 장식했다. 농심배 잉씨배 등 다양한 무대를 종횡무진 누벼온 족적 그대로다. 2위는 16회 등장한 최정이고, 박정환과 김은지(이상 각 6회)가 공동 3위로 집계됐다. 요즘 TV만 틀면 등장하는 얼굴들이다. 최정 김은지 등 정상권 여자 프로들의 눈부신 도약이 특히 화제가 되고 있다.

▲ 바둑TV 역대 시청률 5위를 기록한 제1회 천부배 결승 2국(2018년 12월) 계가 장면. 신진서(오른쪽)가 천야오예를 제압해 1대1을 만들었으나 다음 날 최종국서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이들이 자리를 잡기 앞서 2013~2020년 무대를 누빈 주역들은 이들과는 약간 다른 얼굴들이다. 이 기간 동안 연도별 시청률 톱10에 가장 빈번히 진입한 1위 기사는 박정환으로, 총 34회를 기록해 2위 이세돌(18회)의 추격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김지석이 12회로 박정환 이세돌에 이어 3위였고, 신진서와 최정은 각 8회씩 공동 4위에 자리 잡으면서 2020년대를 자신들의 시대로 예약했다.

바둑이 대중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장르로 떠오르면서 스타 프로기사들의 각종 무대 나들이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이세돌은 프로기사 직을 은퇴한 이후 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각종 강연과 세미나 초청 연사, 광고 모델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 중이다. 이창호 신진서 조훈현 최정 등도 ‘응답하라 1994’, ‘미생’ ‘더 글로리’, ‘승부’ 등 영화나 드라마에서 직간접으로 주인공 역할을 해냈다.

30여 년 동안 바둑TV에서 프로그램을 이끈 진행자 수는 대략 50여 명으로 추산된다. 현재는 30 여명이 활동 중이다. 가수 김장훈, 개그맨 엄용수, 축구 해설가 한준희, 게임해설 유튜버 클템 등 유명 인사들이 이 자리를 거쳐갔다. 게스트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다수의 국회의원, 기업인들이 등장했다. 해설자로 가장 많이 출연한 프로기사로는 박정상 송태곤 유창혁 등 3명이 꼽힌다.

▲ 최정(왼쪽)과 김은지의 블리츠 오픈 8강전 모습. 두 사람은 함께 여성기사 전성시대를 이끌면서 신진서와 함께 최고 인기기사 트리오를 형성 중이다. [사진=한국기원·바둑TV}

바둑 팬들은 이른바 라이브, 즉 생방송을 압도적으로 선호한다. 2025년 기준 바둑TV 생중계 평균 시청률은 약 0.114%로 나타났는데, 이는 같은 해 바둑TV 하루 평균 시청률(약 0.072%) 및 본방송 평균 시청률(0.099%)보다 뚜렷이 높은 수치다. 전체 프로그램 중 생중계 비율이 약 54%에 달한다(재방송 등을 제외한 본방송 기준). 아쉬운 것은 이번 집계가 2013년 이후 데이터를 중심으로 작성됐다는 점. CJ그룹 소속이던 바둑TV가 한국기원 산하 조직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자료가 제대로 이관되지 못했다고 한다.

임진영 바둑TV본부장은 “바둑TV의 시청률 흐름은 한국 바둑의 관심사 변화와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며 “바둑TV는 앞으로도 주요 순간과 기사들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면서 기사들의 서사와 바둑의 대중적 확장성을 함께 담아내는 채널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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