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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史 漫步 - 왜 2점일까, 왜 1집일까 - 자신의 명국 조건
 
나의 반상 일기(5월 21일)
바둑史 漫步 - 왜 2점일까, 왜 1집일까 - 자신의 명국 조건


아침 8시 58분.


오랜 만에 쓴다.
휴식 시간이 길어지면 다시 쓰기 대단히 힘들다.
세상 모든 것이 그러하다.

오늘 책 읽는 까닭은 내일 책 읽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한 달 전에 잡아두었던 책을 잠깐 옆에 밀쳐두었다가 그만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습관이란 소중히 여겨야만 할 것이리.

그렇다면…, 의지를 일으켜 세우지 않고 삶에 의미를 주지 않는다면, 어떠한 사회활동도 대부분 쓸모가 없으리. 잠깐의 자기만족에 불과하리. 본래의 뜻은 그렇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렇다. 그래서 사소한 일에도 시작을 하기 전에 연구가 먼저 필요하다.

오늘 아침, 고민했다.
무엇을 쓸까.
예전엔 쓸 것이 꽤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만 다 사라져 버렸다. 어디로 갔을까.
놀고 마시느라 다 사라져갔다. 내 혼자 놀고 혼자 즐기는데 누가 나와 함께 할 것인가.
흐트러진 술자리에서 문득 깨어난 듯도 하다. 깨어보니, 나만 홀로 남아 있고.

스스로 논다….
홀로 논다….
하긴 인생에서 그밖에 달리 할 것이 무어 있으랴.


홀로 노는 것은 외로운 일.
그래서 자만은 항상 다른 배경을 염두에 둔다.
나는 나다! 왜 나냐? 내가 은근히 염두에 두고 있는 그 누군가가 앞서 있기에 그러하다.

나의 키를 재는 것은 기준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 세속의 일에서는.

바둑에서 명국은 많다.
그러나 스스로 인정하고픈 명국도 많을 것인가?

문용직에게는?
하하. 나에게는 물론 없다.
있다면 - 이 표현으로 볼 때 실제로는 말과 달리 있긴 있는 거다. 뭔가를 구하긴 구하고 있는 거다 - 서울로 바둑 공부하러 오기 전에 김천 역 앞 평화기원에서 당시 김천의 제1인자였던 전병윤 님께 배운 선(先) 바둑일까. 59수까지 밖에 기억나지 않지만 말이다.

그런 거다.
의미가 주어지는 것만이 의미가 있고, 의미가 있는 것만이 명국의 조건이 된다.
스스로 고른 자신의 명국.


도사쿠가 자신의 명국으로 꼽는 것이 하나 있다.
1683년 춘찌와의 대국인데 2점 바둑이다.

먼저 기보를 보자.

(1683)

1683년 11월 19일 於御城
白: 本因坊 道策
黑(2점): 安井春知
백205 이하 생략. 흑277 끝. 흑 1집 승.















무지 흥미로운 내용이다.
그러나 일일이 내용을 말씀 드릴 수 없음을 이해하시라.
흑4와 흑10 눈목자 굳힘은 당시로서는 유행이었다.
아니, 1930년대까지만 해도 그리 두었다.
요즘 두는 날일자 굳힘은 오청원이 처음 두었다.

백의 사석작전이 볼 만하고, 또 백97이 두점머리 급소로 맥점이다. 그러나 흑98로는 먼저 100에 꼬부렸다면 백도 곤란했을 것이다.
백193도 좋은 수단.
백203, 백205의 수순도 좋다. 이창호도 특히 이런 수를 잘 둔다.


도사쿠는 왜 이 바둑을 자신의 명국으로 꼽을까?
상대인 춘찌는 대단히 뛰어난 기사. 그런 기사를 상대로 2점을 접어서 두었다는 것. 그리고, 그 두점으로 상대를 혼쭐냈다는 것, 그런 것이 이유 아닐까.
도사쿠는 스스로, “춘찌는 뛰어난 기사”라고 추켜세우면서, “그도 자신도 역량을 다해 두어 조금도 후회 없이 두었다”고 했다.

춘찌의 말은 남겨진 바가 없으나, 춘찌로서는 부끄러운 일이겠다.
혼인보 가문과 야스이 가문의 갈등? 하하.


죠와 명인은 자신의 명국으로 내기꾼 시미야와 둔 두점 바둑을 꼽았다.
1821년에 둔 그 바둑은 앞서 반상일기 3월 19일 날에 실려 있는데, 그 바둑은 빅이었다.

빅이 아니라 한 집을 죠와가 졌다면 더욱 유쾌했을지도 모르겠다.


1913년 슈사이 명인은 노자와 치쿠조(野澤竹朝)와의 2점 대국을 자신의 명국으로 꼽았다.
아쉽게도 자신이 1집을 이겼다. 역시 1집을 졌어야 했는데…, 라고 해야 할 것인가.

그러나 실제 바둑은 명국이었다. 백으로서는.
흑도 잘 두었는데 백의 안목과 수읽기, 판단의 신랄함이 당대의 명인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1913)

1913년 7월
白: 本因坊 秀哉(八段)
黑(2점): 野澤竹朝(四段)
백189 이하 생략. 흑269 끝. 백 1집 승.















전체적으로 백의 안목이 폭 넓다. 결단력 좋다.
부분적으로 백의 수읽기가 대단히 깊다. 감각은 신랄하고 수단의 착상은 자신만만이다.

기백에서 백이 흑을 압도하고 있다.
접바둑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은 이 바둑 연구하면 좋으리.
맞바둑에 대해서도 이 바둑 놓아보면 좋으리.

앞서 두 대국보다 이 바둑이 현대적 안목에 가깝기 때문에 좀더 이해하기 쉬우리.


그런 걸까.
실제 두점 바둑에서 명국이 많이 등장할 수 있는 걸까.
아니면, 우연히 도사쿠가 그리 말했기에, 그 다음부터 두점에서 한 집 정도의 차이가 나오는 바둑이 있다면 도사쿠를 따라하고 싶은 걸까.

아쉽다.
요즘 프로들은 두점 바둑 둘 기회가 아예 없다.
이것도 간직하고픈 과거의 전통과 단절되는 현상인가.

당대 최정상급의 누군가가, “이것이 나의 명국이다” 라고 한 마디 한다면, 그리고 그 이유를 하나 든다면, 그 다음부터 좀더 쉽게 “이것도 나의 명국이다.”고 한 마디 할 수 있는 기사가 많이 나올 것인가.

담긴 내용은 어렵고 표면의 의미는 쉬운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아침 10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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