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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史 漫步 - 글을 쓰기 전에 - 무거운지 가벼운지
 
나의 반상 일기(3월 13일)
- 바둑史 漫步 - 글을 쓰기 전에 - 무거운지 가벼운지


새벽 4시 05분.


1시간 전에 일어났다. 바둑 한 판 두려고 오로 들어갔다. 많은 분들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나름대로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는 요즘인데, 의외로 지난 반상일기 5년간의 승부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한 과거의 한 때를 초점에 잡은 듯하다. 애초의 의도와는 달리 무거운 기분으로 끝나고 그 전개과정도 그랬다. 처음과 끝이 일관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임을 새삼 느꼈다. 노력이 부족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주제는 무겁지 않았는데 글이 굳었는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아쉬운 일이다.


많은 분들이 저의 글을 두고 고마운 말씀 주셨다. 격려도 주셨고 비판도 叱正도 주셨다. 아쉬운 것은 제가 답장을 드리지 못한 것. 글에 반영하려고 노력을 아주 아니 한 것은 아닌데, 쉽지는 않았다. 제가 그 분들의 말씀 뒤에 바로 답장 드리는 것은 그다지 좋은 방식이 아니라고 보았다. 자리를 빌려서 감사!


약간 만회하고픈 마음이 들었다. 내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나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리 생각해보았다.

세상에서 읽었던 즐거운 사건을 몇 개 찾아보면 어떨까. 그래서 웃어보면.

예를 들면,

1) 슈사쿠秀策가 세키야마센다유關山仙太夫에게 바둑을 지도하러 떠나기 전 스승 죠와丈和에게 여행을 고告했을 때 죠와가 말했다. 세 판 중의 한 판은 져주도록 하라. 가만 이건 웃을 일이 아닌가? 하하.

2) 죠와가 나왔으니, 하나 더. 죠와가 숙적 인세끼因碩와의 바둑을 한 판 자신의 책에 기록했는데, 그 바둑의 내용은 인세끼로서는 대단히 불쾌한 불명예스러운 그런 것이었다. 상대를 생각하면 그런 바둑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예절일 듯한데, 죠와는 대담하게도 책에다 공개했다. 인세끼는 얼마나 화가 났을까. 하하.

3) 라이벌과 승부판을 둔다. 졌다. 복기도 아니 하고 말도 없이 돌을 걷자마자 방을 나가버린다. 하하.

…

뭐랄까.
이런 이야기들은 - 우리가 세상에서 흔히 만나는 일인지 여부는 모르지만 - 삶의 유쾌한 장면 아닐까. 그리 볼 수 있지 않을까.
군자君子는 이런 얘기를 즐기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처럼 작은 사람은 이런 얘기 들으면 먼저 웃기부터 한다. 크게 웃는 편이다. 혼자 미소 짓기도 하고.


경험이 주어지는 것에는 여러 경로가 있다. 자신이 경험하는 것. 책을 읽는 것.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 미루어 짐작하는 것. 그래서 우리 나라 얘기는 내 그다지 알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없을 리가 없건마는 내 판단에 편견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왜 없겠나.

1) 노사초 국수의 내기 바둑 일화. 이에 대해서는 권경언 사범님이 많이 수집해서 월간 바둑에 글 쓰신 적이 있다. 하늘 아래 모든 것을 다 잡는 그런 일은 없다. 그건 하늘의 이치에 어긋난다. 그래서 다 이긴 바둑을 대마 살려주고 졌다는 얘기. 누군가 스폰서는 화가 치밀어 올랐겠다.

2) 쌍립을 끊어먹은 얘기. 老국수가 백 차례에 흑돌로 착점했다. 쌍립 자리에. 상대의 입장에서는 고맙게도 한 수 이득보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모른 체하고 다른 곳에 두었더니, 노국수 왈, 아니, 내가 왜 흑돌로 두었지? 다시 백돌로 흑돌을 대체하고 쌍립을 끊었다는 웃지 못할 그러나 웃어야만 할 일화.

…
그러나 아쉽게도 이 두 일화는 대국보가 남아 있지 않다.


대국보가 남아 있는 것을 기본적인 제약점으로 하고, 여러 가지 크게 웃어야 할 사실들을 모아보고 싶다. 웃는다? 하하. 어쩌면 나 혼자만의 웃음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안목이 부족하여 해석을 제대로 내리지 못해서 틀린 이해를 갖는 것일 수도 있다.

당시는 웃지 못할 비극적인 또는 안타까운 사실임에도 뒷날 씁쓸히 웃는다면, 그런 것은 넣어야 할까. 제쳐두어야 할까.

자료가 충분한지 잘 모르겠다.
다양한 자료가 돌출될수록 좀더 삶의 경쾌함에 접근할 수 있을까. 희망은 자유다.

내일이나 모레쯤부터 시작해 보겠다.
그저 즐겁게 노닐어 보겠다.


아침 4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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