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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한 9단의 휠체어대국 전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LG배 개막전 이모저모
[LG배]

아래 이 사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 아닌가?
한국기사로는 세계대회에서 최초로 휠체어대국을 두고 있는 최철한 9단.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막을 올린 20회 LG배 개막경기 16판 가운데 단연 주목을 끌 수밖에 없는 대국이다.


▲ 상대는 일본의 다카오 신지 9단이다.



그렇다. 30여년 전인 1986년 1월 일본 기성전 도전7번기 1국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조치훈 9단이 도전자 고바야시 고이치 9단과 벌인 저 유명한 '휠체어대국'을 연상케하는 장면이다.

최철한 9단의 발목 골절 전말
바둑팬들께서 가장 궁금해할 사안인 거 같아 최철한 9단의 부상소식부터 전한다. 아들의 부상 얘기를 듣고 급히 평창에 내려온 최9단의 아버지(최덕순 씨)와 김광덕 삼천리연구회 실장에게 들어본 전말은 이랬다. (최9단을 비롯한 정상급 기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삼천리연구회’는 삼천리자전거에서 후원하는 프로기사들의 연구모임으로 김광덕 실장이 스폰서와의 다리 역할에서 주무에 이르는 업무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그간 경포에서 열렸던 LG배와 이번 알펜시아리조트에서의 20주년 개막식을 강원도에서 후원하는 데 산파역을 한 일인이기도 하다.)

LG배 본선에 진출한 한국선수와 삼천리연구회 소속 기사들은 공동연구 겸 컨디션 조절차 일찌감치 5일(금요일) 현지에 내려왔다. 알펜시아리조트 측에서도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려 애썼다. 평창동계올림픽 베이스캠프로 쓰일 이곳엔 스키점프 경기장이 있는데, 최고급 양잔디가 깔려 있는 드넓은 착륙지는 평시 축구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한국기사들은 대회 전날인 7일이나 중간 휴식일(9일) 중 하루 날을 잡아 중국선수들과 친선 축구경기를 벌일 참이었다. 땡볕이 수그러진 6일 오후5시쯤 연습을 할 겸 컨디션 조절도 할 겸 이 잔디구장에서 발을 맞추기로 했다. 때마침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잔디구장을 특별개방해 주었다. 미니골대 두 개도 가져다주고 라인까지 그려 주었다. 그런데 낮에 잔디밭 중앙에 스프링쿨러가 뿌려 놓은 물이 미처 빠지지 않은 부분이 사달을 낼 줄 몰랐다. 미니경기장은 물기가 없는 한쪽에 마련했는데, 최철한 9단이 잔디밭 중앙 언저리에서 몸을 풀다 그만 미끄러져버렸다. 볼다툼이나 몸싸움도 없었고, 혼자 움직이다 삐끗 넘어진 것이다.


▲ 아버지 최덕순 씨(오른쪽 마스크를 쓴 이)가 불안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덤덤하게 상대를 기다리는 최철한 9단. 대국시간 30분 전, 아버지가 민 휠체어에 앉아 가장 먼저 대국장에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처음엔 인대가 늘어났거니 했다. 놀란 국가대표팀 목진석 코치와 박정상 9단이 김광덕 실장에게 연락을 했고, 대관령을 넘어 강릉 병원으로 급히 데려갔다. 모 병원에서 진단한 1차 결과는 왼발목 골절이었다. 철심을 박아야 한다는 소견과 더불어 완치되려면 2~3개월이 걸릴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철심을 박으려면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데 이는 대회 포기를 말한다. 비상이 걸렸다. 환자가 이틀 뒤 종일 대국해야 하는 프로기사인 줄 모르는 의사가 골절환자에게 내리는 일반적인 진단이었기에 급히 ‘바둑을 잘 아는 전문의’를 수소문해 엑스레이 사진을 전송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 목진석 국가대표 코치가 병원의 양해를 얻어 휴대폰으로 촬영한 엑스레이 사진. 주말이라 '바둑을 잘 아는 전문의'가 곧장 올 수 없어 SNS로 급히 이 사진을 전송했다.

이 사이 유창혁 국가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양재호 한국기원 총장에 이르기까지 비상망이 가동되었다. 만일 포기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최철한 9단은 국가대표팀 시드를 받고 출전한 선수이기에 대타를 세워야 하는데, 4월 선수선정 당시 최9단 다음 랭킹 선수는 백홍석 9단이었고, 6월 현재 순번으로 따지면 조한승 9단이기 때문에 골치 아파졌다. 다행이 전문의로부터 조심만한다면 한 열흘은 수술을 미뤄도 괜찮겠다는 의견이 왔다.

처방받은 약은 대회 전날 저녁까지만 먹었다. 진통제를 먹지 않은 채 대국장에 나선 최9단이 약간의 통증을 호소했다. 장시간 맑은 정신으로 수읽기를 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갑작스레 벌어진 일(부상)이라 휠체어로 대국하기에 적절한 세팅을 준비할 수도 없었다 (출입문과 가장 가까운 곳에 판을 마련해주어 화장실을 드나드는 편의를 배려하는 정도). 비스듬히, 사선으로 앉아 대국할 수밖에 없다. 고개를 외로 꼰 채 바둑판을 보며 수를 읽어야 하는 자세로는 오후쯤엔 필시 목이 많이 저려 올 터이다. 정신력으로 버틸 수밖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정용진, 김수광 기자]


▲ 한국기원 대회관계자들이 골절된 다리가 최대한 편하도록 쿠션을 깔아주고 있다.


▲ 이 자세로...


▲ 다른 선수들처럼 자유로이 왔다갔다 할 수 없는지라 아버지가 간식거리와 마실 음료를 한움큼 미리 가져다 놓았다.


▲ 어쩌다 이리? 이세돌 9단이 대국장에 들어서다 깜짝 놀라며 다가와 위로와 격력를 하고 갔다.


▲ 안형준 4단의 강한 태클에 걸려 넘어져 골절됐다고 전하는 뉴스가 있는데, 정확한 소식통인 삼천리연구회의 김광덕 실장의 말에 따르면 혼자 몸을 풀다 물기에 미끄러져 다친 것이라 한다. 검토실에서 본 안형준 4단은 배시시 웃으며 "잔디가 더 강해 부러진 것"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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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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