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이버오로 왕별 '바람의검심'이 올해부터 집중조명 코너를 맡아 처음 인사드립니다. 작년까지 친구 '키르아'의 명해설이 큰 인기를 누렸는데요, 저도 그에 못지않은 내용을 선보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월 18일엔 바둑팬 여러분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승부, LG배 세계기왕전 결승1국이 열렸습니다. 한국 원성진 9단과 중국 스웨 5단이 맞섰죠. 준결승전에서 원성진 9단은 멋진 타개 바둑으로 최철한 9단을 제쳤고, 스웨 5단은 강동윤 9단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리면서 결승에 올라왔습니다.

LG배 결승1국은 올해 세계대회 중 한국과 중국의 기사가 맞붙은 첫 대국이기도 했는데요, 스웨 5단이 원성진 9단에게 불계로 승리하며 기선을 제압했습니다. 전에 중국갑조리그에서도 스웨 5단이 승리한 바 있었기에 상대전적에서도 2승으로 앞서게 됐습니다.

원성진 9단은 초반 흐름이 좋았지만 중반 스웨 5단의 버티기를 응징하는 결정적인 한방을 날리지 못하고 아쉽게 선취점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1국이 끝났을 뿐입니다. 원성진 9단이 2, 3국에서 연승하며 우승하길 응원합니다.



제17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3번기 제1국
●스웨 5단 ○원성진 9단
장소: 강원도 태백 365세이프타운
날짜: 2013년 2월 18일
결과: 139수 흑불계승

▼ 하이라이트1

상중앙 흑 5점을 고립시킨 원성진 9단이 우세하다. 스웨가 흑1로 우변을 확실히 지켰다. 이 다음 한 수가 이 바둑의 운명을 뒤흔들 만큼 중요하다. 백a로 흑을 압박하며 백진을 넓히는 것이 좋을까? 당장 큰 현찰인 b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 참고도1-1(대세점을 놓치다)

실전은 백2를 선택했다. 물론 눈에 보이는 큰 자리. 하지만 백2~6까지는 물러서는 행마이며, 흑7의 대세점을 빼앗겨서 원성진 9단은 어려운 형세에 처하게 됐다.

▼ 참고도1-1(오직 이 한 수)

백2가 천하를 호령하는 수였다. 이하 흑2~백12까지 상대를 압박하면서 좌변을 키웠다면 백이 지는 길은 잘 보이지 않는다.

▼ 하이라이트2

원성진 9단이 백1로 꼿꼿이 뻗어 상변 흑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백은 a로 연결을 보강해야 할까 아니면 b로 붙여 승부를 걸어야 할까?

▼ 참고도2-1(두려움에 떨다)

연결이 끊길까 두려워 흑2로 받으면 백이 3, 5로 좌변을 넓히게 되어 순식간에 바둑이 역전된다. 흑이 이런 진행을 선택한다면 세계대회 결승전에 임하는 기사로서 기백이 부족하다 하겠다.

▼ 참고도2-2(스웨, 승부수)

흑2로 하나 붙여서 상변 흑돌의 안형을 확보하고, 흑4, 6으로 스웨 5단의 승부를 건다. 이 바둑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이다. 원성진 9단은 7, 9로 돌파했고 이하 흑14까지 진행되었다. 스웨 5단은 좌변에서 실리를 벌어들이면서 상변 흑 대마가 공격 받는 걸 버텨내겠다는 자신감을 보인다.

▼ 하이라이트3

원성진 9단은 흑의 양곤마 중 하나를 잡자고 한다. 지금은 잡지 않으면 진다. 스웨 5단은 흑1로 안형을 마련하려 했다. 흑을 공격하는 정확한 급소는 백a와 b중 어디일까?

▼ 참고도3-1 (실전진행)

실전에서 원성진 9단은 그물 안에 들어온 물고기를 놓치고 말았다. 실전에서 백2를 선택했는데 이는 잘못된 공격 방향이었다. 이하 흑21까지 진행되어 스웨 5단의 양쪽 대마가 모두 살아 승부가 났다.

▼ 참고도3-2 (역시 안 된다)

다른 변화는 없을까. 상변 흑돌은 백6으로 잡으러 간다고 해도 흑5가 중요한 위치에 와있어 흑9, 11로 잡으러간 중앙 백돌이 끊어지게 된다.

▼ 참고도3-3( 필살 급소!)

백2가 진정한 급소였다. 흑3으로 탈출을 시도해 보아도 백10에 이르면 좌변 흑 대마와 엮이게 된다.

▼ 참고도3-4 (흑 위험)

흑3으로 살자고 하면 백4, 6으로 공격하고 나서 백8로 들여다 볼 때 흑은 응수가 없다.

▼ 참고도3-5 (별책)

별책도 있었다. 백2로 좌변을 먼저 공격하는 것이다. 상변을 잡기 위해 좌변부터 공격한다는 생각으로, 이른 바 도남의재북 작전이다. 흑3~12까지 상변 흑 대마가 완전봉쇄 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