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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렬의 바둑이야기
  ‘백년 가약’ 줄 잇는 가을 바둑계
 

가을은 사랑의 계절인 동시에 결실의 계절이다. 바둑계에서도 기사끼리 가정을 이루는 경사가 줄을 잇고 있다. 10월 14일 김대용 6단(33)과 김수진 5단(31)이 화촉을 밝히고, 뒤이어 2주 뒤인 28일엔 이영구(31) 9단과 오정아 3단(25)이 웨딩마치에 함께 발을 맞춘다.

김-김 커플은 국내에서 일곱 번째로 탄생한 부부기사다. 교제 3년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유명 관광지 발리에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신접살림을 차리기로 했다. 김-김 커플의 결혼식이 열리는 장소는 전쟁기념관 내 뮤지엄 웨딩홀이다.

김대용 6단은 2002년 제94회 입단대회를 통과하면서 프로가 됐다. 제10기 천원전 8강 등 각종 본선 무대에서 활약했다. 현재 충암 바둑도장에서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다. 박하민 4단, 허서현 초단 등 유망 신인들이 입단하기 까지 김대용 6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김수진 5단은 2001년 여자입단대회를 통과한 프로 18년차다. 제2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선수권대회 본선, 제11기 프로여류국수전 본선 등에서 활약했다. 올해는 여자바둑리그 서귀포칠십리 선수로 출전, 강타를 휘둘렀다. 김수진이 올라간 국내외 프로기전 본선 수는 13개에 이른다.

김수진도 방과후 수업을 포함한 후학 지도에 힘을 쏟고 있다. 부부가 나란히 바둑 보급에 진력하고 있는 셈이다. 김대용은 “수진이의 한 달 수입이 나보다 많다”고 말한다. 표정만 봐선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별이 잘 안 간다.

김수진은 역시 프로로 활동 중인 김대희 7단의 친누나로도 유명하다. 김수진-김대희는 국내에 유일한 남매 프로기사다. 김대용 기준으로 아내와 처남까지 같은 집안에서 3명이 프로기사로 활동하는 가문도 물론 이들이 처음이다.

이영구와 오정아는 부부기사 클럽에 등록한 8번째 커플이다. 당초 11월 3일을 예식일로 잡았으나 10월 28일로 앞당겼다. 장소는 강서구 마곡나루 보타닉 파크웨딩. 둘은 지난 6년 간 이미 바둑계에서 잘 알려진 ‘공개 커플’이었고, 그래서 웬만한 바둑계 인사들은 결혼 날짜 발표만 기다리는 상태였다. 당사자 두 사람은 예식일을 금년 초에 이미 결정해 놓고도 발표 시기를 조절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영구 9단은 “정아가 워낙 착하고 이해심도 깊다”며 일찍부터 점 찍었다”고 고백한다. 오정아 3단은 “오빠의 듬직한 모습에 끌렸다”고 회상했다. 이영구는 2001년 프로가 됐고, 2011년 제7회 물가정보배 우승으로 한차례 타이틀까지 획득해 본 정상급 프로다.

올해 한국바둑리그 SK엔크린 팀 주장을 맡아 승승장구, 개인 다승왕을 눈앞에 두었을 때 이영구는 “결혼 선물로 다승상을 정아에게 선물하겠다”고 선언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영구의 공약이 실현되기를 응원했으나 그는 손에 다 들어왔던 다승상을 막판 3연패로 놓쳐 주변을 인타깝게 했다.

오정아 3단은 2015년 국제 연승전인 제5회 황룡사 쌍등배 대회서 5연승, 한국의 우승을 주도한 바 있다. 2016년 여류국수전서 준우승했다. 여자바둑리그에선 고향 팀인 서귀포칠십리의 프랜차이즈 선수로 활약해왔다. 여자기사 랭킹 5위에 올라있다.

오정아 3단은 10월 30일부터 중국 쑤저우에서 열리는 제9회 궁륭산병성배 세계여자바둑대회에 한국대표로 출전한다. 이 때문에 신혼여행도 이 대회 이후로 미뤘다. 신혼 보금자리는 한국기원 부근 왕십리에 차리기로 했다.

김대용-김수진, 이영구-오정아 커플 이전에 프로기사끼리 가정을 이룬 팀으론 모두 6쌍이 존재했다. 2004년 김영삼-현미진 커플을 시작으로 이상훈-하호정(2005년), 박병규-김은선(2011년), 최철한-윤지희(2012년), 윤재웅-김세실(2015년), 김진훈-김혜림(2016년) 커플이 1~6호로 등록됐다.

일본 나카네(中根直行) 9단과 결혼 후 일본서 활동 중인 김현정 4단, 중국 웨량(岳亮) 6단과 혼약을 맺은 권효진 6단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프로끼리 가정을 이룬 한국 기사는 10쌍이고 머리 숫자론 18명에 이른다. 다른 분야서도 동료끼리 웨딩마치를 올리는 경우는 많지만 그 빈도는 바둑 쪽이 유독 높아 보인다.

외국 바둑계의 경우도 비슷하다. 중국은 창하오-장쉔, 차오다위안-양후이, 류싱=왕천싱 등 10여 쌍의 바둑 커플이 활약 중이다. 세계 최강의 바둑 커플로 불렸던 장주주-루이나이웨이 부부도 있다. 일본엔 장쉬-고바야시 이즈미를 비롯해 반세기 넘게 해로한 최고령 스기우치(杉內) 9단 부부가 이에 해당한다.

바둑 커플 수가 유독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어린 나이 때부터 같은 공간에서 함께 어울리는 바둑의 특성이 한 가지 이유로 꼽힌다. 입단을 목표로 하는 어린이들은 이런 환경에서 10년 넘게 희로애락을 함께 겪는 사이가 된다. 그러다 보니 정이 들면서 결혼까지 이어지곤 한다는 것.

부부가 바둑계 생활을 서로 너무도 잘 알다보니 바둑계에서 같은 일을 할 경우 최고의 컴비를 이룰 수 있다. 박병규 9단과 김은선 5단 부부는 스승인 장수영 사범으로부터 도장 운영을 이어받아 남편은 경영자, 아내는 사범으로 ‘부창부수(夫唱婦隨)‘를 실현하고 있다. 최철한과 윤지희는 한동안 대국자와 해설자로 함께 스튜디오를 누볐다.

프로-프로 뿐 아니라 프로-아마 커플도 자주 탄생한다. 어느 한 쪽이 입단까지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 결혼에 이른 케이스다. 아마추어라지만 대부분의 경우 프로 못지않은 실력자가 많다. 이들 부부의 협업도 높은 효율을 자랑한다. 박정상 9단과 김여원 아마 7단, 원성진 9단과 이소용 아마 6단은 TV 해설에 함께 등장해 ‘시너지 시청률‘을 누린다.

전력을 쏟은 대국서 패했을 때의 아픔을 이해해주고 보듬어줄 최고의 적임자들은 같은 승부사들이다. 프로 승부사들 대부분이 역시 프로기사인 배우자의 배려와 격려 속에 살벌한 승부세계에서 버텨낸다. 술고래로 유명했던 중국 뤄시허 9단이 2006년 삼성화재배서 우승했다. 그 이면엔 부인 양야디 2단의 눈물겨운 뒷바라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온다.

현재 교제 중인 프로기사 커플도 몇 쌍이 있다고 한다. 바둑계 옵서버들은 이들 가운데 일부가 결혼까지 다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둑인 커플이 증가하면 그 자체가 화제를 불러 바둑계 활성화에 도움 될 뿐 아니라 바둑인 저변 확대로도 이어진다. 바둑 우성 인자(因子)끼리 결혼하면 우수한 바둑 영재가 태어날 가능성도 높다. 바둑 커플이 앞으로도 계속 쏟아져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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