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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입신의 꿈 이룬 신진서
 

2000년에 출생한 신진서는 꽤 오랫동안,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 의해 한국 바둑의 대표적 희망 아이콘으로 꼽혀왔다. 2012년 12살 때 열린 제1회 영재 입단대회서 신민준 7단과 함께 프로행을 이뤘던 신진서는 한국 바둑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마다 절대 빠질 수 없는 화두(話頭) 역할을 했다.

신진서가 현재 국내 최정상권 기사란 데 의문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랭킹만 해도 박정환에 이어 2위다. 2015년엔 렛츠런파크배 우승으로 국내 타이틀 무대를 정복한 경험도 있다. 영재 또는 신인대회를 제패한 숫자는 부지기수다. 2017년엔 20세 이하 세계 대회인 제4회 글로비스배를 통해 첫 세계 정복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그런 신진서가 지난달까지만 해도 아직 못 이룬 게 2가지 있었다. 하나는 세계 메이저 기전 우승, 또 하나는 9단 승단이다. 세계 제패는 몇 차례 정상권에 접근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아직 ‘눈동자’를 찍는데 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9단 승단의 꿈은 최근 마침내 이뤄냈다.

과거 단의 권위가 많이 추락했을 때 9단은 큰 의미가 없었지만, 특별 승단제도 도입 후 성적이 단위에 연동되면서부터 입신(入神. 9단의 별칭)의 지위는 기사 능력의 또 다른 척도로 자리 잡았다. 9단이 되면 입신들만 출전하는 맥심배 참가가 허용되는 등 실질적인 혜택도 많다.

한국기원이 2016년 개정한 특별승단 규정을 보면 세계 메이저대회 우승은 3단, 준우승은 2단을 올려준다. 국내 타이틀도 메이저 우승과 준우승은 각각 2단과 1단씩 승단 혜택을 누린다. 신예 또는 여성 기전 등 이른바 제한기전서 우승했을 때는 1단이 올라가도록 돼 있다.

이런 방법 외에 점수 누적으로 승단하는 길도 있다. 종합기전서 1승을 올릴 때마다 4점, 제한 기전 1승은 1점을 부여한다. 또한 전기(前期) 시드 또는 랭킹 시드 등 본선 이상에 자동 진출할 경우 대국서 승리한 것으로 간주해 점수를 준다. 8단에서 9단에 오르기 위해선 240점이 추가돼야 한다.

신진서는 이 방법에 의해 최근 고대하던 입신의 경지에 올랐다. 제23회 LG배 본선 시드를 받아 16점을 추가함으로써 9단 승단에 필요한 점수를 넘어선 것. 예선을 4판으로 계산하고 한 판 당 4점씩 16점을 인정받았다. 승단일은 4월 7일로, 신진서가 태어난 지 6596일째 되는 날이었다.

신진서는 지금까지 두 차례의 특별 승단을 통해 3단계를 점프했다. 5단 시절 렛츠런파크배 우승으로 2단, 7단 시절 글로비스 정복으로 1단이 올랐다. 하지만 그는 8단이 된 이후 단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최고단에 이를 수 있는 기회를 여러 번 놓쳐왔다.

2016년 열렸던 제21회 LG배 조선일보기왕전 4강에 오를 당시 그의 단위는 6단이었다. 그가 만약 그 대회서 우승했으면 3계단을 도약해 박정환을 제치고 일약 국내 최연소 9단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당이페이와의 준결승서 이길 수 있던 바둑을 놓침으로써 최연소 입신을 향한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렸었다.

신진서는 2017년 4월 신아오배서도 한국기사 중 홀로 8강에 진출했으나 더 이상 진격에 실패하면서 특별 승단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 때 신진서가 결승 진출에 성공했더라면 박정환이 갖고 있던 국내 최연소 입신 기록을 10개월 가량 따돌릴 수 있었다. 그 해 10월 열렸던 이민배(중국 주최 세계 주니어대회)를 우승해 1단을 보탰어도 9단 승단이 가능했지만 이 역시 실패했다.

글로비스 우승으로 2017년 봄 8단이 된 시점에서 입신까지 추가 1단만 필요한 그해 가을 시점에 그는 또 한 번의 기회를 잡았다. 제22회 LG배 8강에 오른 것이다. 9단 승단만 따지자면 준우승만으로도 족한 상황이었는데, 신진서는 중국 커제에 의해 진로가 막히면서 8강으로 대회를 마쳤다.

신진서에게 최연소 9단 등정을 위한 기회는 2018년 초 마지막으로 찾아왔다. 2월 11일 끝난 크라운해태배 박정환과의 결승전이 그 무대였다. 이 대국서 신진서가 이겨 우승했더라면 생후 6541만에 9단 승단이 이뤄졌을 것이다. 이는 박정환이 보유한 국내 최연소 9단 기록(6554일)을 13일 차로 제친 국내 신기록에 해당했다.

세계 최연소 9단 기록은 중국 판팅위가 가지고 있는 6057일이다. 그 다음 커제(6375일), 천야오예(6389일), 리친청(6533일), 미위팅(6543일) 이고 박정환이 6위에 해당한다. 중국의 경우 초단이라도 세계 메이저를 제패하면 곧장 9단을 인정하는 시스템이어서 ‘벼락 입신자’가 양산됐다.

신진서는 최근 제23회 GS칼텍스배 결승에 진출, 5월 21일부터 이세돌과 결승 5번기를 가질 예정이다. GS칼텍스배는 최대 국내 타이틀로 우승 2단, 준우승 1단을 올려준다. 이것으로도 신진서는 9단 승단 자격을 확보한 셈. 8단에서 그렇게 애를 먹이더니, 9단이 되려니까 기회가 중복해서 찾아온 셈이다.

신진서의 9단 승단 나이(6596일)는 박정환(6554일)에 비해 42일 늦다. 신진서 입장에선 안타까운 노릇이다. 또한 국제대회 성적에 의한 월단(越段) 기회를 여러 번 놓치고 ‘인정 점수’로 9단에 도달했다는 점도 다소 아쉽다. 하지만 그는 국내 현역 입신 76번째 중 현역 최연소 9단으로 ‘신들의 왕국’에서 막내 멤버가 됐다.. 한 중 일 통틀어 2000년대 이후 출생자 중 9단도 신진서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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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에 대한 우리 바둑계의 기대는 엄청나게 크다. 모든 전문가들이 중국에 내준 세계 패권을 되찾아올 후계자로 신진서를 꼽는다. 신진서는 아직은 그 같은 기대에 부응할 듯, 할 듯 하면서도 아직은 메이저 세계 정복의 야심을 이뤄내지 못했다. 하지만 신진서는 아직도 만 18세에 불과한 미성년자다. 프로 경력이라야 고작 6년도 채 안 된다. 여전히 성장 중이며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대표팀 목진석 감독은 신진서에 대해 “기량은 더 기대할 게 없을 만큼 완숙해졌다. 다만 너무 속기(速棋)가 몸에 배 손이 빨리 나가는 습관이 있다. 국내 속기 대회에만 출전하다가 2~3시간짜리 국제대회에 나갔을 때 대국 호흡이 달라지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분석이 맞다면 속기 일변도로 치러지는 국내 타이틀 제도 자체에도 문제가 많다는 이야기가 된다.

신진서에겐 어쩌면 오는 28일부터 시작될 제23회 LG배 조선일보기왕전이 세계무대 본격 진출의 본격 교두보가 될 가능성도 크다. 만약 신진서가 올해 LG배서 결승 진출 또는 우승의 염원을 이룬다면 이는 LG배 역대 최연소 기록에 해당한다. 시기적으로도 신진서가 이쯤해서 발동을 걸어줄 때가 돼 보인다. 신의 경지에 올라선 신진서는 우승 상금 3억원이 걸린 세계 최고 기전 트로피에 입맞춤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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