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English LG
LG Home English Chinese

생중계
뉴스
기보보기
기보해설
대회개요
대진표
선수소개
역대 우승자 보기
기력향상 길라잡이

쏙쏙바둑정보
에피소드
이홍렬의 바둑이야기
  쾌조의 행진 중인 한국 여자바둑
 

지난 연말 이후 우리 바둑계 낭자군들이 보여주는 활약이 눈부시다. 남자 중심의 메이저 정규기전은 중국의 기세가 압도적으로 높아져 가는데 반해 여자 쪽의 주도권은 확실하게 한국으로 넘어온 느낌이다. 한국 바둑의 체면은 스무살 전후 젊은 여성 기사들이 세워주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6월 초 막을 내린 제7회 황룡사 쌍등배에서 한국은 숙적 중국을 따돌리고 2년 만에 패권을 되찾았다. 황룡사배는 한 중 일 3개국 단체 연승전으로 농심배와 똑같은 형식의 대회다. 국가 바둑 실력의 총화(總和)를 겨루는 방식이어서 특히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한국은 선봉장 송혜령이 무승(無勝)에 그쳤으나 김윤영이 1승, 오정아가 4승으로 우승의 기틀을 놓았다.

막판 중국은 리허와 위즈잉, 한국은 오유진과 최정을 남겨 2대2의 투톱 대결로 이어졌는데 오유진이 끝냈다. 오유진은 중국 4번 주자 리허의 3연승을 제지한 뒤 중국 에이스 위즈잉마저 잠재우고 한국의 우승을 완성했다. 한국 팀 최종 주자 최정은 바둑 돌 한 번 잡아보지 않고 우승의 기쁨을 동료들과 함께 누렸다. 한국이 이 대회서 이런 식으로 우승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여자 국가대항 연승전은 원래 한국 주최의 정관장배가 택하던 방식인데 대회를 중단하면서 황룡사배로 넘어갔다. 2011년 1회 때는 4개국 팀 리그를 채택했고, 이듬해 2회 때부터 지금의 국가대항 연승전으로 바뀌었다. 올해까지 6번의 대회를 치른 결과 한국은 3회, 5회, 7회 등 홀수 회를, 중국은 2회, 4회, 6회 등 짝수 회를 가져가는 징크스가 형성됐다. 3국의 한 축인 일본은 2위 한 차례(2012년 2회 대회) 외엔 매년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보다 약 한 달가량 앞서 5월 중순에도 한국 여자바둑은 낭보를 전해왔다. 제6회 천태산 농상은행배를 제패한 것이다. 이 대회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4개국서 각 3명의 선수를 파견, 상대 3개 팀의 같은 순번 선수와 대결하는 방식으로 토틀 스코어로 승패를 계산하는 팀 리그 대회다.

한국은 1라운드 대만전과 2라운드 일본전을 모두 3대0 무결점 스코어로 장식한 뒤 대회 최종일 주어진 각본대로(?) 중국과 마주 앉았다. 오유진이 2장 대결에서 중국 루자를 꺾었으나 3장 싸움에서 노장 박지은이 리허에게 막혔다. 패권을 가리는 주장전서 한국 최정이 중국의 숙적 위즈잉을 통쾌하게 꺾고 2대1의 전적으로 승리했다. 한국이 3승으로 우승했고 중국(2승 1패), 일본(1승 2패), 대만(3패)이 그 뒤를 따랐다.

이 우승으로 한국과 중국은 역대 우승 회수에서 3대3으로 같아졌다. 한국이 2012년 원년 대회와 2013년 2회 대회를 연패(連覇)했다가 3회부터 5회까지 중국에게 3연속 우승을 내주며 역전됐는데 균형을 되찾은 것. 무려 4년 만에 거둔 우승이어서 더욱 값진 개가였다. 6년 동안 으레 결승은 한-중전이고 일본과 대만은 3-4위를 다투는 형식으로 계속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해 11월 벌어졌던 제7회 궁륭산병성배 우승 트로피가 찾아간 곳은 오유진의 품이었다. 중국 쑤저우서 열린 이 대회는 현재 거행되고 있는 세계 유일의 여자바둑 개인전이다. 오유진이 우승까지 엮어낸 16강 토너먼트 과정은 완벽한 한 편의 드라마였다. 첫 판서 일본 신예 뉴에이코에게 반집 승, 8강전서 중국의 ‘철녀’ 루이나이웨이에게 반집 승했다. 준결승 리허와의 대결 결과 역시 반집 승리였다.

3연속 반집 승이란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우며 결승에 나간 오유진은 왕천싱과 마주 앉았다. 불리했던 바둑을 흔들어간 것이 적중했다. 결과는 오유진의 대 역전승. 모든 판에서 최장 시간을 기록하며 투지를 불태운 결과물이어서 더욱 짜릿했다. 함께 출전한 최정과 박지은 등 나머지 한국 기사들이 1회전서 탈락하자 더욱 이를 악물고 싸웠던 모양새다.

오유진이 세계 바둑 퀸에 등정함으로써 궁륭산배 역대 국가별 우승 판도는 한국이 4회로 가장 앞서게 됐다. 박지은이 1, 2회 대회를, 최정이 5회 대회를 손에 넣었다. 중국은 리허(3회), 왕천싱(4회), 위즈잉(6회) 등 3회로 한국에게 최다우승 자리를 내주게 됐다.

현재 거행 중인 여자바둑 세계 메이저급 대회는 이상 살펴본 3개가 전부다. 이 3개를 모두 한국이 쥐고 있으니 우리 낭자군들의 분전이 얼마나 눈부셨는지 새삼 확인된다. 오유진의 궁륭산병성배 우승을 제외하곤 천태산배, 황룡사배와 마인드게임 여자부분(위즈잉) 등에서 중국에 열세를 보였던 2016년에 비해 180도 달라진 변화다. 완전 무관(無冠)으로 내몰린 남자 바둑과 비교하면 더욱 빛나는 업적을 쌓아가고 있다. 지난 6월 중순 벌어졌던 중국 여자리그 초반 한국은 중국 기사들을 상대로 13전 전승을 거두기도 했다.

앞으로의 판도는 어떻게 될까. 당분간은 역시 한국과 중국의 치열한 각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기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 해 2016년 한국의 중국 기사 상대 세계 여자대회 전적은 33승 42패, 본선 이상은 6승 8패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 들어선 한국 기준으로 전체 16승 11패, 본선 이상에선 6승 4패로 뒤집었다. 한국 여자바둑의 도약은 수치(數値)로도 입증된 셈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역시 한 중 최정상권 기사들 간의 싸움이다. 한국운 최정과 오유진, 김채영 등이 주력 부대를 형성 중이다. 이들과 중국을 대표하는 위즈잉 왕천싱 리허 등 간의 대결이 양국 간 우열을 결판내 줄 중대 변수들이다. 최정(21)은 43개월 연속 한국 여성 기사들 중 최고의 랭킹을 지켜오고 있다. 6월 전체 기사들 가운데 최정이 들어간 자리는 54위.

최근 오유진(19)의 상승세는 무시무시하다. 앞에서 살펴보았듯 황룡사쌍등배 중국과의 연승 대결 마지막 순간 ‘화룡점정‘의 주인공이 됐고, 그 직전 열렸던 천태산 농상은행배서도 최정과 나란히 3연승을 올리며 한국 우승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세계 유일의 개인 타이틀인 궁륭산병성배의 현역 타이틀 보유자란 점에서 그의 위상이 실감난다. 아직 국내 100위권 진입엔 성공하지 못했지만 깊은 수읽기, 끈덕진 기풍과 투지, 만 스물에 못 미친 나이 등으로 보아 한국 간판 여성기사로 올라설 가능성이 보인다.

중국에선 48위 위즈잉이 여자 기사 중에선 20개월째 선두를 고수하고 있다. 독보적이란 얘기다. 그 뒤를 왕천싱(95위), 리허(102위), 루이나이웨이(105위)가 추격 중이다. 최정과 위즈잉은 공식전서 18번 만나 최정이 7승 11패로 쫓아가고 있다. 비공식전을 포함하면 9승 13패.

오유진은 위즈잉을 상대로 4승 5패를 기록 중이다. 먼저 2연승 후 3연패, 다시 2연승 후 2연패 하는 등 역전이 거듭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최정 대 오유진의 대결 그래프. 최정이 12승 2패로 압도적 우세를 유지 중이다. 병아리 때 쫓기면 장닭이 된 뒤에도 쫓기는 격이랄까. 하지만 한떼 7연패까지 했던 오유진이 얼마 전부터 감을 찾은 모양새여서 앞으로의 전개가 주목된다.

세계 여자바둑의 1인자 계보를 돌이켜 보면 중국→한국→한 중 각축의 사이클을 그려왔다. 1993년 최초의 여성 세계기전인 제1회 취보배를 시작으로 루이나이웨이가 2001년 제2회 흥창배까지 7번 우승했고 펑윈과 장쉔이 한 번씩 정상을 밟았다. 이후 윤영선(2002년 제1회 호작배)과 루이나이웨이(2003년 제1회 정관장배)를 거쳐 박지은의 시대가 열렸다. 박지은은 2004년 제2회 정관장배를 시작으로 2011년 제2회 궁륭산병성배에 이르기까지 5개 여성 메이저를 독식했다.

이후 세계 여자바둑계는 리허 왕천싱 최정 위즈잉 오유진 등의 한 중 기사를 여자 단식 우승자로 배출하면서 백가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올 가을 벌어질 제8회 궁륭산병성배 우승 트로피가 중요한 변곡점 구실을 하리란 데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3대 세계 메이저를 독식하고 있는 한국이 어느 때보다 좋은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Top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