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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렬의 바둑이야기
  세계 최다대국 1위 커플은 이세돌-구리
 
프로복싱 팬들이라면 20세기 후반 중량(中量)급 스타들 간의 물고 물리는 명승부에 환호하던 시절을 기억할 것이다. 슈거레이 레너드, 로베르토 두란, 토마스 헌스, 마빈 해글러 등 네 명의 천재복서들은 폭발적 기량으로 서로 물고 물리는 난타전을 펼쳤다. 당시엔 이들 외에도 에스테반 데헤수스, 윌프레도 베니테스 등 불세출의 강타자들이 여럿 쏟아져 나와 복싱 황금기를 구축했다.

바둑의 세계에서 이들 같은 최강 라이벌을 고른다면 어떤 커플이 있을까. 최초의 공식 세계 바둑대회는 1988년 출범한 후지쓰배였고, 이를 기준으로 하면 바둑 세계 메이저 대회의 역사는 30년이 채 안 된다. 복싱에 비해 바둑은 초1류들이 대결할 기회가 더 많은 조건을 갖고 있지만 짧은 역사로 인해 생각보다 많은 판을 두지 못했다. 국제 공식무대에서 가장 많은 맞대결을 펼친 커플은 한국 이세돌과 중국 구리로, 공식전만 추리면 총 47전을 겨뤄 구리가 24승 1무 22패로 약간 앞서 있다.

이세돌과 구리는 83년에 태어난 동갑나기인데다 자기나라를 대표할 만큼 실력도 출중했고, 외줄타기 난전을 즐기는 등 기풍까지 닮아 둘도 없는 숙적으로 평가받아왔다. 이처럼 팽팽한 두 기사의 스타성은 결국 현대바둑에 유례가 없는 10번기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10번기 이벤트는 세계 최강의 기사 수십명이 출전해 요란하게 진행되는 국제대회를 압도할 정도의 인기 속에 진행됐고, 이세돌이 6승 2패란 일방적 전적으로 승리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전적에 무승부가 포함돼 있는 것도 두 기사의 치열한 대결의식을 말해주는 또 다른 징표다. 201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32강전서 맞붙은 바둑에서 치열한 몸싸움 끝에 4패빅이 발생한 것이다. 4패빅이 되면 수순의 무한 반복이 거듭돼 무승부로 처리될 수밖에 없다. 국제대회 본선 이상의 주요 대국에서 4패빅이 발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두 기사는 규정에 따라 한 시간 휴식 후 정규대국의 절반(1시간)이 주어지는 재대국에 또 임해야 했는데 이 역시 첫 기록으로 남았다.

이세돌과 구리가 세계 메이저대회 결승서 만난 회수는 모두 3번이다. 2009년 2월 제13회 LG배를 놓고 첫 결승을 펼친 결과 구리가 2대0으로 승리, 우승했다. 하지만 이세돌은 이후 제3회 비씨카드배(2011년 4월)와 제17회 삼성화재배(2012년 12월)에선 각각 3대2, 2대1로 이겨 패권을 차지했다. 현재 한국 랭킹 3위인 이세돌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TV아시아선수권 보유자였고, 구리는 이번 기엔 탈락했지만 아직 차기 우승자가 가려지지 않은 춘란배의 현역 챔피언 리스트에 올라있다. 둘이 앞으로도 맞대결 승부를 펼치며 총 대국수를 늘릴 기회가 얼마든지 있으리란 뜻이다.

역대 국제무대 대결 횟수 2위 커플은 한국 이창호와 중국 창하오다. 둘의 총 대국수는 40국. 이세돌-구리 커플에 비해 7판이 적다. 이세돌-구리가 팽팽한 승률을 보여온 데 반해 이-창 커플은 다소 일방적이다. 이창호가 28승, 창하오가 12승으로 7대3의 비율이다. 75년생 이창호에 비해 한 살 아래인 창하오는 전성기 시절 중국의 간판으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이창호의 벽에 막혀 고개를 숙이는 경우가 많았었다.

이창호와 창하오는 무려 5회나 결승서 맞붙었다. 이세돌-구리가 결승전에선 3번밖에 만나지 않았는데 그보다 많다. 최다 결승 커플 부문 1위에 해당한다. 이창호는 98년 제11회 후지쓰배, 2001년 제4회 잉씨배, 2003년 제1회 도요타덴소배에서 잇달아 창하오를 울리고 정상에 올랐다. 창하오는 이후 11회 삼성화재배(2007년)와 제7회 춘란배(2009년) 결승서 설욕했지만 다시 결승무대서 이창호를 만날 수는 없었다.

창하오보다 한 대(代) 위 중국대표라면 마샤오춘이 꼽힌다. 67년생인 그는 이창호보다 8년 연상이지만 이창호와 동시대에 전성기를 누렸는데, 바로 이것이 그의 불행이었다. 불세출의 천재 이창호에게 연패가 거듭되면서 좌절에 시달린 끝에 끝내 퇴조했기 때문. 중국 최초의 세계 대회 우승자였던 마샤오춘은 이창호와 통산 32판을 겨뤄 단 6승에 그쳤다. 32전은 최다대결 커플 순위에서 3위에 해당한다.

30세 이하 현역 세계 최고수급 기사군에서 가장 많이 칼을 섞어본 기사는 어떤 커플일까. 40개월 연속 한국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박정환(24)과 중국 8위(3월 14일 현재) 천야오예(28)로, 총 29판을 겨뤘다. 이 숫자는 전체 4위에 해당한다. 전적은 천야오예가 16승 13패로 약간 앞서 있다. 하지만 둘 간의 세계 결승 대결은 없었다. 박정환은 LG배와 후지쓰배 2차례, 천야오예는 춘란배서 한 차례 세계 정복을 이루는 동안 결승전에서 마주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이세돌은 구리 외에도 많은 기사들과 결승전서 격돌했다. 창하오와 24전을 겨뤄 17승 7패를 기록했고, 쿵제와도 역시 똑같은 17승 7패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창하오와 가진 두 번의 결승전은 모두 승리했지만 쿵제와는 세 차례 결승서 마주쳐 한 번 우승하는데 그쳤다. 천야오예와의 결승 대결에선 1승 1패를 마크했다. 이세돌은 국내 기사 중엔 이창호 및 최철한과 각각 두 번씩 세계 결승서 마주쳐 한 번씩 우승을 나눠가졌다.

세계대회 결승서 가장 많이 격돌한 한국인 커플은 예상했던 대로 조훈현-이창호 사제다. 이들은 1995년 제7회 TV아시아선수권서 첫 동족상잔(?)을 펼친 것을 신호탄으로 2002년 14회 TV아시아까지 네 번 결승서 만나 2승씩 나눠가졌다. 이창호는 유창혁에겐 국제 결승전 3승 무패를 기록 중이다. 또 유창혁은 조훈현을 상대한 국제 결승서 2승 1패의 전적을 남기고 있다. 이세돌과 이창호는 LG배를 놓고 두 번 결승전을 치러 공평하게 한 번씩 우승했다.

현역 세계 1인자로 꼽히는 중국 커제(20)는 짧은 경력 탓에 이렇다하게 내세울 만 한 ‘국제 결승 파트너’가 아직 없다. 이세돌을 상대로 2016년 제2회 몽백합배를 쟁취한데 이어 같은 해 치러진 이벤트성 기전 하세배서도 이세돌을 이겨 우승했는데, 이를 포함해도 2번에 불과하다. 세계 바둑계는 앞으로 박정환을 비롯한 한국 주니어 기사들과 커제 간의 결승전이 얼마나 이루어질지, 그리고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50대 이상 고참 세대에서 자주 싸우던 국제 라이벌들을 찾아보았으나 20전을 넘는 커플이 보이지 않았다. 조훈현(9승)과 마샤오춘(7승)이 16판, 조훈현(9승)과 녜웨이핑(6승)이 15판, 유창혁(9승)과 위빈(6승)도 15판에 그쳤다. 초기 국제무대에서 1회 및 2회 후지쓰배 패권을 놓고 으르렁거렸던 커플로는 일본의 노장 다케미야 마사키와 린하이펑이 꼽힌다. 두 기사는 2년 연속 이 대회 결승을 벌여 두 번 모두 다케미야가 우승했다.

무대를 국내로 좁혀 한국기사끼리의 최다 대국을 찾는다면 역시 조훈현-서봉수 커플이다. 둘은 지금까지 무려 372전을 싸웠다. 그 뒤는 조훈현 대 이창호(311전), 유창혁 대 이창호(143전), 조훈현 대 유창혁(127전), 조남철 대 김인(108전), 서봉수 대 이창호(69전) 카드로 이어진다. 조-서의 372국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최다 맞대결 기록으로 오래 보존될 전망이다.

한국과 중국 특정기사 간 통산전적 가운데는 승률이 어느 한 쪽으로 쏠린 경우가 종종 있다. 박정환과 저우루이양이 대표적 케이스로, 박정환이 11승 3패의 압도적 우위를 지켜가고 있다. 이창호 대 위빈 11승 2패, 이세돌 대 커제 3승 10패, 강동윤 대 천야오예 3승 7패, 유창혁 대 창하오 3승 10패, 최철한 대 판팅위 7승 1패, 박영훈 대 쿵제 무승 7패 등에도 눈길이 간다.

전 세계에 산재된 프로기사들을 모두 합쳐봐도 그 숫자는 대략 1000명이 약간 넘는 정도다. 그 중 세계 정상을 다투는 초1류는 대략 30여명뿐이다. 그럼에도 평생 통산 대결수 1위 커플이 47국에 불과하고, 평생 20판 이상을 싸운 쌍이 6개 팀뿐이란 사실은 바둑 시장(市場) 자체의 협소함을 말해주는 자료에 다름 아니다. 스타 페어들끼리 맞대결할 기회가 줄어드는 한이 있더라도 바둑이 구미(歐美)권까지 확산돼 다양한 국가에서 선수가 출전하는 진정한 세계화의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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