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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렬의 바둑이야기
  세계 최강 커제, 과연 난공불락일까
 

▲ 커제 vs 이세돌

2016년도 저물어가고 있다. 올 연말엔 2개의 세계타이틀전 결승이 벌어진다. 하나는 제21회 삼성화재배, 또 하나는 제3회 바이링배다. 그 두 기전 결승전 대진표에 모두 캐스팅돼 있는 기사가 있으니 바로 중국의 19세 소년기사 커제(柯潔)다. 이 ‘미성년자’가 중국 톱랭커 자리를 지켜온지도 어언 14개월이 지났다.

잘 알려진 대로 커제는 현역 세계 3관왕이다. 삼성화재배, 바이링배, 몽백합배를 한 손에 쥐고 있다. 한국이 전체를 통틀어 LG배(강동윤) 1개뿐인 것과 비교하면 그 위용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 실감 난다. 커제는 올해 LG배, 잉창치배 등에서 중도 탈락, 간간이 스타일을 구기긴 했으나 연말 결산을 하려고 보니 역시 그의 실적을 위협할 만 한 기사는 보이지 않는다. 열흘 사이 2개의 세계 기전 결승을 동시에 치르는 것은 한창 시절의 이창호 또는 이세돌, 구리 등에게서도 볼 수 없던 경이로운 풍경이다.

커제가 만약 이들 2개 결승을 모두 승리로 장식한다면 만 2년 동안 5개의 세계 대회를 정복하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게 된다. 커제가 첫 세계 정복을 이룬 것은 2015년 1월이었다, 아직 채 2년이 지나지 않은 ‘엊그제‘의 일이다. 신기한 것은 2014년 이전의 커제는 세계 우승은커녕 국내 우승기록조차 남아있지 않을 만큼 미미한 존재였다는 점이다. 다만 그는 삼성화재배와 바이링배 모두 현재 주인은 커제여서, 연말 우승을 추가해도 3관(冠) 이상의 다관 등극과는 무관하다.

중국이 지금까지 배출한 세계 메이저 우승자는 16명이다. 그 중 같은 대회를 2회 연속 우승한 기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기록을 커제가 깰 태세다. 바이링배는 이미 결승 5번기 중 2판을 소화했고 천야오예가 2대0으로 앞서 있지만, 그럼에도 커제의 우승 가능성은 낮지 않다는 관측이 나올 만큼 커제에 대한 신뢰는 높다. 이보다 8일 전인 12월 6일부터 시작될 삼성화재배 결승은 퉈자시와 0대0의 동등한 상태에서 3번기로 치러진다.

커제의 바둑은 깊은 수읽기, 전광석화 같은 속기 능력, 그리고 초중종반의 고른 기량 등으로 정리된다. 워낙 손이 빨라 그와 상대하는 기사들은 농락당하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한다. 어린 무명시절 인터넷 바둑으로 감각을 익히면서 속기 능력이 눈부시게 상승했다. 그토록 빨리 두는데도 잔수가 누구보다 강하다. 특히 전투력이 발군이다. 흑으로도 잘 두지만 백번으로는 한때 국내외에서 35연승을 내달렸다고 중국기원이 밝힌 적이 있다.

중국에선 흑이 부담할 덤이 한국-일본식보다 한 집 많은 7집 반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커제의 압도적으로 높은 백번 승률을 설명할 수는 없다. 커제가 백으로 둘 때 유독 강한 것은 그의 독특한 대세관 또는 바둑철학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초1류들은 커제와 대결이 잡혔을 경우 흑번에 대비해 공동 포석 연구를 실시하곤 한다.

커제는 과연 난공불락일까. 중국에 밀리는 형국의 한국 바둑으로는 커제를 잡아야하는데 과연 이는 가능한 미션일까. 일단은 지금까지의 상대전적으로 그 가능성을 따져보는 수밖에 없다. 커제는 한국 기사들과 지금까지 75전을 소화해 50승 25패, 승률 66.7%를 기록 중이다. 정확하게 3판을 두어 2판 꼴로 이겼다(11월 9일 현재). 낮은 편은 아니지만 초기 상대 중엔 2선급 한국기사들도 다수 포함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홍성지 박창명 박진솔 강병권 등이 커제에 승점을 기록했다.

한국 베스트 10권(圈) 기사들 중 커제에게 가장 고전을 겪어온 기사는 이세돌이다. 최근 삼성화재배 준결승서 1대2로 패한 것을 포함해 총 3승 10패의 절대 열세를 기록 중이다. 올해 초엔 제2회 몽백합배 결승 5번기 2대2에서 마지막 5국을 반집패하는 등 가슴 아픈 패배가 여럿 기록돼 있다. 이세돌의 입장에서 커제는 참으로 거북한 상대였다는 얘기다.

한국 10위권 기사들 중 커제에게 열세를 보이는 기사는 이세돌 외에도 박영훈과 최철한이 꼽힌다. 두 기사 모두 2013년 중국리그서서 커제와 첫 만남 이후 나란히 1승 4패를 기록 중이다. 최철한의 경우엔 첫 상면서 이긴 뒤 내리 4연패에 몰리고 있다. 원성진도 1승 2패. 공교롭게도 한국의 ‘송아지 3총사’가 약속이라도 한 듯 커제에게 열세를 보이고 있다.

▲ 강동윤 vs 커제

그러나 다른 한국 10위권 기사들과의 상대전적을 보면 커제가 불침항모(不侵航母)는 아니란 느낌도 든다. 톱랭커 박정환은 커제와의 양국 1인자끼리 대결 7국 중 4국을 이겨 한 발 앞서 달리고 있다. 김지석(2승 2패), 강동윤(2승 2패), 이동훈(3승 3패), 신진서(1승 1패) 등은 커제와 딱 5할 승률로 맞서고 있다.

이 자료들 가운데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동훈의 커제 상대 전적이다. 6판이면 비교적 많은 표본(標本)인데 이동훈이 3대3으로 팽팽하게 버티고 있다. 커제가 출세가도에 접어든 최근 만 1년 사이만 따지면 오히려 2승 1패로 이동훈이 앞서 있다. 이동훈은 전투와 수읽기도 강하지만 정확한 형세판단과 계산 능력이 주무기인 기사로 분류된다.

커제가 전형적 전투형인 이세돌과 최철한에게 강한 대신 계산력이 강점인 이동훈에게 고전한다는 것은 퍽 시사적이다. 실제로 커제는 초중종반 가운데 상대적으로 종반이 가장 약한 기사로 평가받는다. 초중반은 무적인데 마무리 진입 시점에서 가끔 난조를 보이고, 그것이 패배로 이어질 때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2016년 초, 제21회 LG배가 강동윤의 우승으로 끝났다. 우승 회견에서 한 기자가 “커제에게 거둔 8강전 승리가 최고의 수확 아니었느냐”는 식으로 묻자 강동윤은 정색을 하고 이렇게 답했다. “커제가 물론 잘 두긴 하죠. 하지만 절대 못 오르지 못할 산은 전혀 아니거든요.” 언제건 질 수 있듯 이길 수도 있는 상대란 의미였다. 그의 목소리엔 커제가 지나치게 신격화돼 있는데 대한 아쉬움이 깔려 있었다.

아무튼 한국 바둑계가 곧 맞이할 세모(歲暮)는 좀 쓸쓸한 모습을 감추기 힘들 것 같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세계 타이틀전 결승 2개가 잇달아 벌어지는데, 둘 모두 중국 기사들끼리 펼치는 패권 잔치이기 때문이다. 커제는 2개를 다 딸 수도, 다 못 딸 수도 있지만 그와 관계없이 연말 주연배우로 설정된 상태다. 한국 바둑으로선 세밑 재편될 세계 타이틀 지도를 살피고 분석하면서 새로운 반격을 다짐하는 연말이 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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