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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렬의 바둑이야기
  “내게도 ‘한칼’이 있다네”
 
국내 프로기사 수는 어느덧 320명을 넘어섰다. 매일같이 이세돌 박정환 박영훈 김지석 최정 등의 몇몇 최고스타들의 이름만 접하게 되지만, 숨어있는 나머지 기사들의 펀치력도 결코 만만치 않다. 그들 ‘무명 기사’들의 비범함은 어떤 기회만 마련되면 숨김없이 드러나게 돼 있다. 흔히 말하는 ‘주머니 속의 송곳(囊中之錐)’ 고사가 바둑만큼 실감나는 동네도 흔치 않다. 그동안 숨어 있다가 올해 들어 존재감을 빛내고 있는 기사들을 한 자리에 모아보았다.

▲ 유병용 3단

▨유병용(28) 3단
한국기원이 최근 집계, 발표한 올해 상반기 승률 랭킹에서 그는 16승 5패에 76.2%의 승률로 변상일 최정에 이어 3위에 랭크됐다. 지난 해(2015년) GS칼텍스배, 바둑왕전, 레츠런파크배 등 주요 기전 본선에 무더기 승선하는 등 본격 활동을 펼치더니 올들어 본격 가속도가 붙은 것으로 해석된다. 대국했던 상대들이 대체로 중하위권 기사들이긴 했지만 도산검림(刀山劒林)의 바둑계에서 네 판 중 세 판 이상 이기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7월 현재 한국 랭킹은 61위.
유 3단은 2013년 1월 만 25세 나이에 일반인 대회를 통해 입단한 늦깎이 프로기사다. 입단 전 프로 못지않은 완력을 휘두르며 ‘프로잡는 아마추어’로 위명을 떨쳤다. ‘영원한 톱스타’ 박영훈에게 유일하게 패점을 안겨준 유일한 아마추어가 유병용이다. 배우 못지않게 잘 생긴 얼굴로 팬도 많다. 본격 무대서 높은 승률을 올릴 날이 다가오고 있다.


▲ 박경근 4단

▨박경근(23) 4단
역시 한국기원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결산서 훌륭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그는 10연승을 기록했는데 이는 나현 6단과 공동으로 연승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원성진(15연승), 윤찬희 최정(이상 12연승), 이동훈 이태현(이상 11연승) 다음 자리다. 2015년 12월 7일부터 이듬해 1월 22일까지, 연말연시 한 달 보름 사이 작성했다. 이 기간 GS칼텍스배와 바둑왕전 예선을 통과했고 승단대회서도 3연승을 찍었다.
박 4단의 이 기록 역시 최상위권 랭커들을 상대로 작성한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상대와 무관하게 한 판도 내주지 않고 10판을 계속 이기기란 초일류들도 힘든 일이다. 장수영 도장서 수학, 2012년 일반인 대회를 통해 입단했다. 유병용 3단 못지않게 수려한 용모의 보유자. 7월 기준 한국 랭킹 85위에 올라있다.


▲ 한태희 5단

▨한태희(23) 5단
국내 최고 스타들의 경연장인 한국바둑리그에서 한 5단은 올해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불린다. 한국물가정보 팀 5장으로 선발된 뒤 7월 12일 현재 5전 전승을 달리고 있기 때문. 이 시점 바둑리그 5연승자는 정관장 팀 1지명이자 한국바둑 대들보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신진서(16)를 포함해 단 두 사람뿐이다. 날고 긴다는 각 팀 1~5지명 선수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엄청난 대활약이다. 누가 그를 줄곧 40위권 대에 머물러온 기사라고 믿을 수 있을까.
2010년 10월 내신 성적으로 입단했다. 그는 같은 해 1월 열린 제2회 비씨카드배 본선서 바둑사에 길이 기록될 ‘사건’을 만든 당사자다. 연구생 2조의 17세 아마추어였던 한태희가 64강전서 만난 이창호를 백으로, 그것도 단 96수만의 단명기로 통쾌하게 꺾은 것. 아마추어가 예선만 통과해도 대단한데 본선서 엄청난 일을 저지르자 큰 화제가 됐었다. 2014년 천원전 8강 후 잠시 조용하던 한태희가 올해 바둑리그를 기점으로 크게 폭발할 조짐이다.


▲ 윤찬희 6단

▨윤찬희(26) 6단
2006년 연구생 내신 1위로 프로가 된 후 각종 기전서 재주를 보이던 윤찬희는 언젠가부터 팬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2011년, 21세의 젊은 나이로 군에 입대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최대한 군 복무를 늦추고 실적부터 쌓은 뒤 입대하려는 대다수 프로들과 다른 ‘행마’였다. 2년 만기 복무 후 제대 복귀한 윤찬희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제21기 바둑왕전서 패자 결승까지 올라간 것이 그 신호탄이었다.
윤찬희의 ‘재발견’이 확실하게 이뤄진 무대는 올해 열린 GS칼텍스배다. 4연승으로 예선을 통과한 뒤 본선에서도 신진서 원성진 등 랭킹 10위권 내 초1류들을 연파, 무려 결승전까지 도약한 것이다. 마지막 고비서 이동훈에 패해 준우승에 그치긴 했지만 동료 프로들로부터 “찬희가 미쳤다”는 농담을 들을 만큼 눈이 번쩍뜨일 활약이었다. 이 기간 12연승을 내달리며 올 상반기 연승부문 2위에 자리했고 최고 31위(4월)까지 랭킹도 올랐다. 새롭게 ‘개안’한 윤찬희에 바둑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 반진솔 7단

▨박진솔(30) 7단
박7단은 현재 LG배 조선일보기왕전을 보유 중인 세계 챔피언 강동윤 9단과 입단 동기다. 세 살 아래 동기생이 각종 실적을 쌓아오는 동안 박진솔은 ‘재주 있는 바둑‘이란 소리를 들으면서도 이렇다 할만 한 성과는 올리지 못해왔다. 올해 만 30줄에 접어든 그는 지난 봄 열린 바둑리그 선수 지명식 때 감독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금년엔 나를 2부리거로 뽑지는 마세요. 사양합니다.” 그의 이름은 5라운드 네 번째, 1부리거 45명 중 40번째로 호명됐다. 간신히 1부리그의 소망(?)을 이룬 것이다. 박진솔은 2011년(2승 2패) 딱 한 차례 1부리그에서 뛰었을뿐 이후 줄곧 2부리그에 머물러왔다.
박진솔은 리그가 시작되자마자 그간의 한을 풀려는 듯 무서운 기세로 4연승을 질주했다. 상대한 기사도 최철한(10위) 이동훈(6위) 원성진(8위 이상 당시 랭킹) 등 최정상급 스타들이었다. 5지명 박진솔의 눈부신 활약으로 소속 팀은 일약 선두에 나섰다. 6월 36위이던 박진솔의 랭킹은 7월 31위로 5계단이나 올랐다. 입단 동기 강동윤과의 대국서도 유리했던 바둑을 역전패했는데, 이 판까지 승리했더라면 더욱 화제가 만발할 뻔 했다.

프로기사 면장(免狀)은 세계에서 가장 따기 힘든 자격증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 난도(難度)가 높은 자격시험이다. 경쟁은 사법시험 뺨칠 만큼 치열한데 문호는 세상 어떤 시험보다도 좁다. 그 관문을 통과한 사람치고 누구하나 어렸을 때 천재 소리 안 들어본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들 모두가 입단과 함께 최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는 없다. 기전 무대도 제한돼 있거니와 주변 환경이나 건강 상태, 멘탈 측면 등 여러 변수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결국 잠시 한 발 쳐지는 기사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위에 열거한 기사들도 그 동안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지만 올들어 숨겨져 있던 재주를 모처럼 폭발한 케이스다. 이들의 행마를 계속 지켜보는 한편 또 어떤 ‘잠룡’들이 승천할지 기다리는 것이야 말로 바둑 팬들의 즐거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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