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English LG
LG Home English Chinese

생중계
뉴스
기보보기
기보해설
대회개요
대진표
선수소개
역대 우승자 보기
기력향상 길라잡이

쏙쏙바둑정보
에피소드
이홍렬의 바둑이야기
  LG배 주인, 박영훈일까 강동윤일까
 

새해 첫 달도 보름이 지났건만 이세돌의 몽백합배 패권 도전이 아깝게 실패로 돌아간 여운이 아직도 남아있다. 커제(19)가 간발의 차로 이세돌(33)을 따돌리고 우승함으로써 세계 판도는 중국의 우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 같은 분위기다. 6개의 메이저급 세계 타이틀 가운데 커제가 3개(바이링배, 몽백합배, 삼성화재배)를 쟁취했고 판팅위와 구리가 각각 잉씨배 및 춘란배를 가지고 있다. 한국이 보유 중인 기전은 LG배 하나뿐이어서 현재 양국의 세계 메이저 점유율은 1대5다.

현역 LG배 챔프는 박정환(23). 하지만 그의 임기(?)는 2월 초에 끝난다. 현재 진행 중인 20기 대회 결승을 마칠 때까지 전기 우승자를 타이틀 보유자로 인정하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제20기 LG배 결승 3번기는 2월 1일과 3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벌어지며, 2국까지 결판이 나지 않을 경우 4일 최종 3국을 갖게 된다.

20기 결승에 올라있는 기사는 한국의 박영훈(31)과 강동윤(27)이다. 누가 승리하건 올해도 우승컵의 한국행은 이미 결정돼있는 셈이다. 요즘처럼 한국 바둑이 국제무대에서 중국에 밀리는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가 확보돼 있다는 건 다행스런 일이다. 자존심으로나 반격을 위한 자신감으로 보나 LG배가 아니었더라면 큰 일 날 뻔 했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은 지난 해 19기 LG배때도 4강을 독점, 우승을 무혈점령(?)한 바 있다.

LG배가 한국 바둑의 수호신으로 등장한 셈인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꼭 그렇지도 않았다. 일단 우승자 수를 소속 기원 별로 구분해 계산하면 한국과 중국이 8명씩으로 같다. 총 19년 간 두 나라가 16회를 절반씩 나눠 가진 셈이니 한 중 양국의 압도적 점유율이 새삼 실감난다. 나머지 3개의 우승컵은 일본 2명, 대만 1명이 가져갔다.

LG배의 묘한 전통 가운데 하나는 같은 기원 소속기사 끼리의 결승전이 유독 많았다는 점이다. 20년 동안 한국 대 한국 결승전이 8번이나 됐다. 중국 대 중국 결승전 3회를 합하면 동국인 결승은 전체의 절반이 넘는 11번에 이르렀다. 이러다 보니 특정국의 연패(連覇)도 많아 5회부터 8회까지 한국이 4년 연속, 13회부터 18회 대회까지 중국은 무려 6년 연속 패권을 가져갔고 다시 한국이 2연속 패권을 확보한 상황이다.

한-중 간 결승전만큼 요란하진 않지만 같은 나라 기사끼리의 결승전도 그 나름의 쏠쏠한 재미가 있다. 출전자 쌍방이 서로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터라 더욱 내실 있는 기보가 나온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만 해도 톱스타 박정환과, 기사 생활의 피크타임에 올라있던 김지석 간의 명승부가 영하의 추위를 녹이며 기록적 시청율로 이어졌었다. 팬들 역시 편안한 마음으로 바둑 내용 자체에만 몰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강동윤과 박영훈 둘 중 누가 스무 번 째 LG컵의 주인이 될까. 우선 결승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자. 박영훈은 중국 신예 황윈쑹, 전년도 우승자 박정환, 대만 출신의 일본 신병기 위정치, 그리고 2년 전 18기 LG배 때 정상에 섰던 퉈자시를 연파하고 결승 무대를 밟았다. 강동윤의 결승행에 디딤돌 역할을 해 준 기사는 중국 리캉, 당시 아마추어 신분으로 돌풍을 몰고왔던 안정기, 그리고 중국 커제와 스웨였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강동윤의 결승행 항로가 박영훈에 비해 좀 더 험난했다고 볼 수 있다. 4강전과 준결승에서 따돌린 커제와 스웨는 중국 바둑랭킹 1위와 2위를 지키고 있는 명실상부한 세계 톱플레이어들이다. 커제는 현역 3관왕으로 올라서면서 이의 없는 세계 1인자로 군림하기 시작했다. 준결승에서 강동윤에게 패하면서 커제는 한국기사에게 거두고 있던 10연승 행진을 마감한 바 있다. 스웨는 커제 등극 이전까지 중국 랭킹에서 16개월 연속 부동의 1인자로 군림했던 강자. 두 기사는 지난 12월 삼성화재배 결승서 맞붙어 커제가 우승, 스웨가 준우승을 차지했었다.

하지만 박영훈의 결승행 코스도 곰곰 살펴보면 결코 용이하지 않았다. LG배 역대 우승자가 2명(박정환, 퉈자시)이나 포함돼 있다. 황윈쑹은 지난 해 제2회 글로비스배 우승자다. 20세 이하 대회라곤 하지만 요즘 주니어들의 종횡무진한 활약을 감안할 때 결코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위정치는 지난 1년 간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국과 중국이 아닌 제3세계 기사가 8강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케이스였다.

역대 LG배와 두 기사의 인연은 어땠을까. 박영훈이 통산 11번, 강동윤은 7번 출전했다. 2002년 제7회 대회 때 첫선을 보였던 박영훈의 LG배 최고 성적은 4강 세 차례(3회, 14회, 19회)였는데 이번 결승 진출로 자기 기록을 경신했다. 강동윤은 13회 때 처음 LG배는 신고식을 치렀다. 이후 17회 때 한 차례 4강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고 역시 이번에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다.

두 기사의 과거 실적도 비교해 봤다. 박영훈이 평생 거둔 통산 우승 회수는 총 18회다(초청전 형식의 영남일보배는 제외했다). 이 중 국제대회는 3회(후지쓰배 2회, 중환배 1회). 강동윤은 후지쓰배를 통해 한 차례 세계 정상에 선 것을 포함해 총 6번 타이틀을 차지했다(세 차례 신예대회 우승 포함). 두 기사 간에는 네 살이란 나이 차가 있다. 한창 성적을 낼 시기의 4년이란 시간은 매우 큰 변수다. 하지만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과거 경력에선 박영훈의 판정승이 분명해 보인다.

실적이 아닌 최근 성적(2015년 1년치)도 중요하다. 강동윤은 43승 19패, 박영훈은 43승 18패로 거의 똑같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 내역을 들여다보면 몽백합배 4강, 삼성화재배 16강, 명인전 4강에 오른 박영훈이 렛츠런파크배 16강, 맥심배 8강 등에 그친 강동윤을 뚜렷하게 앞섰다. 최근 1년 간 성적 항목에서도 박영훈이 좀 더 우세했다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두 기사의 맞대결 성적을 살펴본다. 강동윤과 박영훈은 지금까지 총 16번 맞붙어 8대8, 승률 50%의 팽팽한 균형을 이뤄왔다. 2004년 첫 만남 이후 강동윤이 2-0, 5-2로 앞서가다 5-7로 역전 당했으나 8-7로 또 뒤집었다가 2014년 12월 마지막 대결서 박영훈이 승리했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강동윤이 2009년 7월 제22회 후지쓰배 준결승과 2013년 제8회 원익배 결승 3번기(2-0)서 승리, 큰 대국서 좀 더 강했다. 박영훈이 이긴 가장 큰 판은 2012년 4월 제17회 GS칼텍스배 준결승전이었다.

지난 해 11월 준결승이 끝나고 두 기사는 공동 인터뷰를 가졌다. 둘 모두 재치 있는 입담으로 유명한 기사인데다 각자 난적을 눕히고 결승까지 진격한 성취감 덕에 화기롭고 유쾌한 인터뷰가 이뤄졌었다.
“동윤이가 워낙 강하니까 나만 잘 하면 형제 결승이 이뤄지겠다고 생각했다”(박영훈)
“막판 영훈이 형의 신음 소리가 들려 형제 대결은 틀렸나보다 했다”(강동윤)
“영훈이 형은 (곧 거행될) 몽백합배서 한국의 우승을 결정해주기 바란다. 대신 LG배 우승컵은 내게 양보하겠지”(강동윤)
“물론 내가 몽백합배에서 우승한다면 편한 마음으로 LG배에 임할 것이다”(박영훈)

둘의 기풍은 판이하다. 박영훈이 균형감각과 형세판단, 발군의 계산력을 무기로 하는 반면 강동윤은 치고 빠지는 능력이 당대 제일이다. 이 때문에 중반전까지의 형세에 따라 후반전이 승부가 되 공산이 크다. 박영훈이 약간이라도 앞서 있다면 특유의 솜씨로 ‘닦기‘에 나설 것이고, 반대의 경우엔 박영훈의 공격과 강동윤의 타개가 맞서는 흐름이 될 공산이 많다는 중론이다. 박영훈의 커리어와 노련미, 이번 LG배서 보여준 강동윤의 기세와 수읽기는 어느 한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다.

둘은 공통점도 많다. 박영훈이 2001년 제6기 천원전서, 강동윤이 2005년 제5기 오스람배 신예최강전서 우승해 나란히 16세 때 처음 정상을 밟았다. 후지쓰배를 통해 세계 정상을 정복했다는 점도 일치한다. 입단 전 세계 청소년 선수권대회 우승을 거쳤다는 점까지 닮았다. 박영훈은 96년 제13회 대회 주니어부, 강동윤은 2000년 17회 대회 주니어부 제패로 둘 모두 11세 때였다. 미혼에 키가 크고 안경을 썼다는 점까지 닮았다.

새해 한국식 나이로 박영훈은 서른 둘, 강동윤은 스물여덟이 된다. 갈수록 낮아져가는 바둑계의 연령 사이클을 생각할 때 둘 모두 언제 다시 세계 제패의 기회를 잡을지 알 수 없다. 피차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무대란 뜻이다. 이번 승자는 스무 번째 LG배의 주인공이자 LG배를 따낸 통산 15번째 기사, 다섯 번째 한국기사로 등록된다. 금년 세계 제패에 성공한 첫 번째 한국 기사란 칭호와 함께 3억원이란 막대한 우승 전리품도 따라온다. 영광과 실속을 한 방에 떠안을 이번 잔치의 주역은 둘 중 누구일까.
Top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