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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렬의 바둑이야기
  12번째 판을 끝낸 바둑리그 복기(復棋)
 

바둑리그는 규모와 출전자 수, 대회 기간 등 모든 면에서 국내 바둑대회를 대표하는 최고의 제전이다. 2부 리그 격인 퓨쳐스리그 선수들, 각 팀 감독과 TV 해설자 등 모든 관계자들을 포함하면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의 3분의 1이 넘는 인원이 장장 7개월 여 간 전쟁을 치르는 게 바둑리그다. 우승 팀 2억원, 준우승팀 1억원 등 단체 상금 외에 감독상, 개인상 등 각종 포상을 포함한 전체 예산 규모는 무려 30억원이 넘는다.

1년의 절반 이상 기간 동안 진행되는 바둑리그는 프로기사들의 입장에선 여러 점에서 가장 절실한 생활 터전이기도 하다. 리그에서 빠지면 당장 경제적 기반에 큰 차질이 생길 뿐 아니라, 극심한 소외감 또는 상실감 또한 감당하기 힘들다고 한다. 갓 입단한 신예 기사들이 앵무새처럼 첫 목표로 바둑리그 입성을 말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개인 타이틀전과 달리 바둑리그에서 정상급 기사가 불참하는 예는 아직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12년간 바둑리그에 출전한 숫자는 퓨처스리거를 합해 연인원 700명에 육박한다. 그 중 한 해도 빠짐없이 출전한 기사는 이창호 최철한 박영훈 목진석 등 단 4명뿐이다. 이세돌 강동윤 김지석 원성진 이영구 윤준상 등 지난 10 여년 간 한국바둑을 대표해온 간판급 기사들도 다양한 이유로 ‘개근‘은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통산 대국수(정규리그 기준)는 출전 연도수와는 약간 달라서 목진석(157국) 최철한(154국) 박영훈(153국) 강동윤(148국) 이창호(145국) 순으로 나타났다. 12년 동안 통산 100국을 넘긴 기사는 22명에 불과했다.

12번째 시즌인 올해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통산 100승 돌파 기사가 3명 탄생했다. 최철한이 13승(2패)을 보태 108승 1무 45패를 기록하면서 최다승 기록을 경신해가고 있다. 올해 7월 5일 바둑리그 사상 처음 100승 고지를 밟았다. 최철한의 뒤를 이어 강동윤과 이세돌이 나란히 100승에 안착했다. 바둑리그 통산 100승은 매년 평균 8승 이상을 거둬야 가능하므로 꾸준함의 징표이기도 하다. 이들의 뒤를 김지석(92승) 박영훈(89승) 조한승(85승) 이창호(84승)이 추격 중이다. 2007년 바둑리그에 데뷔한 박정환의 통산 전적은 아직 82승(37패)으로 전체 10위에 불과하다.

그런데 바둑리그 통산 승률 부문으로 눈을 돌리면 판도가 또 달라진다. 이세돌이 100승 37패, 승률 73.0%로 1위다. 국내 최고 기사들만 모이는 바둑리그에서 작성한 7할 3푼의 통산 승률은 놀랄만 한 숫자다. 최철한(70.5%)도 7할을 넘겼다. 현역 1인자로 대접받고 있는 박정환은 68.9%로 3위에 랭크됐다. 그 뒤를 강동윤(67.6), 이영구(66.4%), 김지석(64.8%)이 따르고 있다.

한 시즌에 작성된 개인 최다승은 몇 승일까. 2012년 김승재가 기록한 14승(4패)이 지금까지 최다로 기록되고 있다. 그 해 참가 팀이 10개나 돼 경기 수가 늘어난 덕을 본 것도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스마트오로 팀 2지명으로 출전했던 김승재는 쉽게 깨지지 않을 대기록을 수립했다. 김승재 14승 이후 연도별 최다승 기록은 2013년 박정환의 12승, 2014년 역시 박정환의 11승, 2015년 최철한-윤준상이 공동으로 작성한 13승이었다. 13승은 2010년 리그 때 이세돌과 강유택을 포함해 모두 네 차례 나왔다.

다승왕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영광인데 이를 한 해도 아닌 다년(多年)에 걸쳐 이뤄낸 기사들도 있다. 박정환과 강동윤이 각각 두 차례씩 다승왕 자리를 밟은 기사들. 강동윤은 2007년 12승 1패로 최다승을 거둔데 이어 2011년 12승 2패로 두 번째 다승왕에 등극했다. 박정환은 2013년(12승 1패)과 2014년(11승 2패)로 리그 사상 첫 다승왕 2연패(連覇)의 주인공이 됐다. 여기까지는 단독 다승왕 이야기다. 최철한은 2006년 이창호, 2008년엔 이세돌과 함께 공동 다승왕에 두 번 올랐다. 이세돌도 2008년 최철한, 2010년 강유택과 함께 같은 실적을 냈다. 이 둘을 포함해 2번 이상 다승왕에 등극 기사 숫자는 4명이 배출됐다.

혼자 아무리 잘 해도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지 못하면 우승할 수 없다는 게 단체전의 묘미다. 팀웍의 바탕 아래 자신의 주도로 팀의 우승을 이끄는 것이야 말로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른바 MVP에 가장 많이 오른 기사는 누구였을까. 김지석이 그 영광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007년과 2009년 당시 소속 팀 영남일보의 3연패를 견인하더니 2012년엔 한게임을 우승시키는데 앞장섰다. 바둑리그 MVP 3회란 실적은 김지석이 TV 속기용 단체전에 누구보다 최적화된 ‘맞춤용 스타‘임을 말해준다. 이밖에 이세돌(2004년-2010년)과 김정현(2011년-2013년)이 두 차례, 박영훈 최철한 윤준상 김정현 강동윤 박정환이 한 번씩 MVP를 수상했다.

꼭 MVP가 아니더라도 팀의 일원으로 팀의 우승에 기여하는 것은 매우 복되고 보람 있는 일이다. 유난히 우승의 기쁨을 자주 맛보는 기사들이 있다. 이 부문 1위는 강유택으로 무려 5번이나 소속 팀과 우승의 기쁨을 함께 했다. 2008년과 2009년 영남일보, 2013년 신안천일염, 2014년과 2015년 티브로드 멤버로 팀의 우승에 일조를 했다. 흥미로운 것은 2013년과 2015년 우승을 다툰 팀은 신안천일염과 티브로드였고 한 번씩 승패를 나눠 가졌는데, 강유택은 소속을 바꿔가면서 두 번 모두 우승 팀에 소속됐다는 점이다. ‘우승을 가져다주는 복덩이‘라고 부를 만 하다. 강유택 다음으로 김지석이 4회, 이세돌과 김형우가 각각 3회 우승을 맛보았다.

이번엔 감독 부문이다. 바둑리그 12년 간 한 차례 이상 감독으로 재직한 프로기사 수는 총 25명에 달했다. 최규병 九단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영남일보 팀을 3년 연속 우승시키며 최고의 명장으로 우뚝 섰다. 3회 우승은 지금까지 바둑리그 감독 최다 기록으로 남아있다. 신안천일염 이상훈(小)과 티브로드 이상훈(大)이 나란히 2회 우승으로 최규병을 추격 중이다. 그밖에 김성룡, 백성호, 차민수가 1회씩 팀의 정상 등극을 지휘했다.

우승 회수와 별개로 가장 많은 승수를 따낸 감독은 김영환 九단이다. 2015년 시즌까지 총 8년 간 65승(53패)을 올렸다. 김영환은 울산디아채, 바투, 충북&건국우유를 거쳐 현재의 킥스까지 총 4개 팀을 지휘, 몸담았던 팀 수에서도 최다기록을 갖고 있다. 감독 다승 부문 2위는 7개 시즌을 활동한 최규병(53승)과 올해 신안천일염을 준우승으로 이끈 이상훈(52승)으로 둘 다 김영환과는 10승 이상 차이가 있다. 감독 승률 부문에선 티브로드 2연패(連覇)의 주역 이상훈(大)의 63.7%(3승 1무 22패)가 현재 1위다.

마지막으로 팀 부문이다. 바둑리그 12년 동안 29개 팀이 리그에 나왔다. 아쉽게도 12년 개근 팀은 한 팀도 없었고, 한 시즌을 끝으로 사라져간 팀도 9개나 됐다. 2004년 원년 대회부터 출전했던 한게임은 2013년을 끝으로 10년을 채운 이후 불참 중이다. 킥스는 리그 3년 째인 2006년 첫 선을 보인 뒤 지금까지 10년째 출전해 한게임과 함께 공동 최다 출전 팀으로 기록되고 있다. 킥스는 내년 한게임을 추월해 역대 최다 출전 팀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그 뒤를 현 챔피언 팀인 티브로드와 CJ E&M(바투 및 넷마블 포함)의 공동 8회, 신안천일염의 7회로 집계됐다.

이상 12년에 걸친 바둑리그 각종 기록들을 살펴보았다. 수준과 규모에 어울리게 한국바둑을 대표하는 간판스타들의 경연장으로 불멸의 기록들이 작성됐다. 새로운 기록을 향한 각축도 계속돼나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바둑리그는 절반의 성공에 불과했다. 이 대형 행사가 성큼 팬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엄존한다. 매년 반복되는 선수들의 ‘헤쳐 모여’ 방식으로 인해 팀과 선수의 연속성이 12년 내내 담보되지 못했고 리그는 겉돌아 왔다. 바둑리그는 허울뿐인 단체전이었고, 그래서 단체전이 가져다 줄 부수적인 관전 재미는커녕 오히려 어수선하고 산만한 분위기가 증폭돼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갑조리그가 성공을 거둔 이유는 여러 가지 있지만 팀과 소속 선수의 연속성 확보가 가장 컸다. 현재 한국 바둑리그의 구조로는 팀과 관련된 각종 기록은 전혀 의미를 갖지 못한다. 출전 프로의 이름만 듣고 바로 소속 팀을 연상시킬 수 없는 단체전은 단체전이라고 할 수 없다. 해마다 바둑리그 개막 때마다 지적돼 온 이 치명적인 약점이 내년 대회에선 개선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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