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새해가 밝아온다. 올해 바둑계엔 또 어떤 메가톤급 뉴스들이 새로운 1년을 장식할까. 경인년 호랑이 띠의 해를 주름잡을 주인공은 누구일까. 바둑이 워낙 젊은이들의 독주 마당으로 좁혀지다 보니 팬들의 눈길도 20세 전후의 새 유망주들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지난 2009년에도 입단 2년 미만의 신진 기예들이 톡톡 튀는 활약을 펼치면서 눈부신 실적을 이뤄냈다. 2010년은 이들이 뭔가 대형 사건을 저지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들 새내기들 중에서 타이틀 홀더가 탄생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프로세계에 뛰어들기 무섭게 포효 중인 2년 이내 ‘영 건’ 9명의 활약상과 신상명세를 꺼내 들춰봤다.
▲지도다면기를 하고 있는 이춘규 2단.
89년 3월 생이니까 새해 봄이면 만 21세가 된다. 입단일자는 2007년 12월 2일. 프로생활 만 2년이 약간 넘어 엄격하게 말하자면 이 기획에 해당되지 않는다. 가장 ‘노장’급인 이춘규는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한국바둑리그에 연속으로 출전한 유일한 새내기다. 바둑리그가 국내 모든 프로들이 간절히 선망하는 가운데 단 40여명에게만 출전이 허용되는 무대임을 감안할 때 신인으로선 엄청난 가능성을 보인 셈.
2008년 티브로드 팀으로 뽑혀 5승(5패)이란 ‘대박’을 터뜨린 데 이어 올해는 4승(6패)을 따냈다. 이춘규는 또 제4기 원익배 십단전 예선을 파죽지세로 돌파하더니 본선에서도 8강까지 진출하는 맹위를 떨쳤다. 2년간 58.3%(42승 30패)의 승률을 올리면서 2009년 12월 현재 국내 랭킹 28위에 올라있다.
▲안형준 2단.
입단 2년 이내 신예들 중에서도 최고의 루키를 꼽으라면 안형준을 빼놓을 수 없다. 우선 국내 랭킹이 15위로 이들 9명 중 가장 높다. 프로진입 이후의 승률(65.0%) 또한 9명 중 최고다. 89년 8월 생인 그는 2008년 3월 입단, 새해 3월이 돼야 프로생활 만 2년째를 맞는다.
안형준은 53기 국수전 4강에 올라 홍기표와의 준결승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2명만 더 꺾으면 천하의 국수 타이틀을 탈취하는 단계까지 왔으니 이것 하나만으로도 까무러칠 일이다. 게다가 물가정보배에서도 4강까지 진출했었고, 바둑리그에선 6승 4패로 소속 팀 1-2 지명자 강동윤 박정상에 앞서 최고 승률을 마크했다. 국제대회인 비씨카드배 32강에 오르는 등, 이미 국제무대에도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한웅규 2단.
한웅규는 2009 바둑리그에서 돌풍의 핵이었다. 최고 스타들이 살기 등등하게 맞부딪친 포스트시즌 무대에서만 무려 4승(1패)을 기록해 소속 팀 한게임의 기둥 노릇을 했다. 포스트시즌 4승은 지난 해 바둑리그서 그 어떤 선배 강자들도 따내지 못한 숫자다.
게다가 지난 봄에는 국제대회인 제1회 비씨카드배에서 국내외 강자들을 연파하고 일약 8강까지 진출하는 깜짝 쇼까지 선보였다. 입단한지 만 1년 차 신예시절의 얘기다. 한웅규는 이 밖에 천원전서도 16강까지 밟았다. 2008년 4월 프로가 된 한웅규는 새해 5월 성년(만 20세)을 맞는다. 프로 통산 43승 21패(67.2%)를 기록했으며 한국 랭킹은 2009년 12월 현재 19위.
▲이호범 초단.
이호범은 92년 정월 초하루 태어났다. 새해 첫날 만 18세를 맞는 셈이다. 2008년 5월 프로가 된 뒤 프로세계에서 거둔 통산전적은 14승 13패. 물론 썩 좋은 성적은 아니다. 그리고 국내 랭킹에도 아직 진입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호범은 이름 그대로 호랑이 또는 범의 기상을 지녔다. 많은 경쟁자들이 이를 인정한다. 2009년 3월 벌어졌던 ‘새내기 최강전’서 또래 유망주들이 몽땅 이호범에게 혼이 난 적이 있다. 바둑TV가 주최한 이 대회서 이호범은 강창배 김미리를 누른 뒤 결승서 안성준에게 2대1로 역전승, 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비공식전이긴 하지만 이들 9명 중 최초의 타이틀 홀더(?)는 이호범이었던 셈이다.
▲안성준 초단.
▨안성준 초단
안형준 2단의 친 동생. 형보다 나이는 2살 아래인 91년 9월 생, 입단은 반 년이 늦은 2008년 9월에 달성했다. 아직 만 18세에 불과한 하이틴으로 앳된 모습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바둑실력은 결코 만만치 않다. 지난 한 해 명인전 바둑왕전 바둑리그 등의 본선서 활약하며 매서운 기량을 과시했다.
특히 바둑리그에선 6승(5패)를 올려 팀 내 최다승 2위에 오르는 맹 활약을 보였다. 입단 직후 그는 형 안형준 2단과 입을 모아 “바둑리그에 출전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이들 형제가 함께 꿈을 이루고 나란히 뛰어난 성적표까지 받아 든 것. 통산 22승 18패(55.0%), 한국랭킹 30위로 돼 있지만 잠재력은 그 이상이란 게 바둑계의 평가다.
▲한국바둑리그에서 박정환 4단(우측)과 함께
새 해 8월 만 21세가 된다. 2008년 12월 입단, 만 1년 사이 26승 16패(61.9%), 한국랭킹 33위에 올랐으니 벼락 출세가 따로 없다. 온순하고 친화력 있는 성격이지만 바둑은 매우 야무지게 둔다는 게 주변 동료들의 평가.
2009 바둑리그에 입성해 성적은 2승(5패)에 그쳤으나 중요한 고비에서 한 몫씩 했다. 무엇보다 2009년 일궈낸 제1회 비씨카드배 본선 진출이 가장 돋보였다. 입단 1년 차의 햇병아리였던 그는 험난한 예선을 뚫은 뒤 본선서도 32강까지 진출해 주목 받았다.
▲입단자 면장 수여식에서 가족과 함께
93년 11월 생으로 이제 갓 16세를 넘겼다. 지난 몇 년간 한국 최연소 기사 타이틀을 몇 년 동안 누렸던 기사는 박정환(93년 1월 생). 하지만 김기원이 2009년 3월 입단하면서 박정환은 정든(?) 최연소 프로 호칭을 김기원에게 물려주어야 했다.
김기원은 만 1년이 채 못 되는 2009년 한 해 동안 12승 7패, 승률 63.2%를 마크했다. 아직 국내 랭킹도 없다. 그러나 제5기 십단전 본선 2회전까지 진격한 데서 보여주듯 뚝심이 만만치 않다. 김기원은 이미 타이틀을 따낸 동갑내기 박정환을 라이벌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어린 천재들이 석권하는 최근 바둑계 흐름에 비춰볼 때 김기원은 새해 가장 주목되는 신예 중 1명이다.
▲김정현 초단
91년 4월에 태어난 이 18세 소년도 꾸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2009년 4월 프로 입단에 성공하자 마자 파죽의 8연승을 달렸다. 연말까지 거둔 성적이 18승 5패로 승률이 78.3%에 이른다. 이 기획에 등장한 9명의 주니어 기사들 가운데 최고 승률이다.
김정현은 또 아마추어로서 프로 국제대회인 제1회 비씨카드 배 본선 64강을 밟는 이변으로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연구생 신분으로 출전, 국내외 프로와 아마 고수들을 연파하고 본선에 상륙했던 것. 프로 진입 후 53기 국수전에선 본선 1회전서 신예 맹장 강유택을 제압, 당당 8강까지 올라 선배 고수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원영 초단
연구생 신분으로 제1회 비씨카드배 본선의 벽을 허문 기사는 김정현뿐이 아니다. 이원영도 같은 이변을 연출해 냈다. 김정현이 본선 64강에 머문 반면, 역시 연구생이던 이원영은 1승을 더 보태 32강까지 진격해 바둑계를 경악시켰다. 그뿐이 아니었다. 뒤이어 벌어진 제14회 삼성화재배 통합예선마저 돌파, 이 대회 사상 아마추어의 첫 본선진출이란 신화를 추가한 것.
2009년 10월 프로 면장을 받았으니 프로 경력이라야 아직 석 달이 채 못 되는, 햇병아리 중의 햇병아리다. 아직 프로 공식전 조차 못 치른 이원영이지만 새해 가장 일을 낼 후보 중의 1명임은 분명해 보인다. 92년 5월 생으로 만 17세에 불과한 나이 역시 누구 못지 않게 유리한 조건으로 평가된다.
▲서봉수 9단.
‘영원한 명인’ 서봉수는 프로가 된지 1년 8개월 만이던 72년 거함 조남철을 꺾고 제4기 명인에 올라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었다. 박영훈도 만 2년이 되기 전에 이미 천원전 우승, 바둑TV배 준우승, 배달왕전 도전자 결정전 진출 등 무시무시한 실적을 작성한 바 있다.
요즘 잘 나가는 박정환은 프로 1년 6개월 시절이던 2007년 연말 마스터즈 챔피언십을 제패, 비공식 타이틀이긴 하지만 역대 최단기간 우승자로 기록되고 있다. 한상훈은 프로 입단 만 1년을 약간 넘긴 2008년 초 LG배 결승까지 도약해 최저단, 최단기간 세계대회 결승진출이란 새 역사를 썼다. 이 밖에 안영길은 97년 8월 입단 후 첫 판을 진 뒤 내리 19연승 하는 등 그 해 11승 1패(91.7%)란 전설적 승률을 작성한 주인공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