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창호가 제14회 LG배 결승에 진출, 이 대회 다섯 번째 패권을 노리게 됐다. 한국이 지난 13년 간 차지한 이 대회 총 우승 수 7차례 중 이미 4번이 이창호의 몫이었으니 절반이 넘는 셈이다. 이미 단일 세계기전의 최다우승기록을 보유 중인 이창호는 내년 초 14회 대회 결승서 스스로 그 기록 경신에 도전하게 된다.

한국 바둑 전성기의 주역이었던 이창호는 다른 국제 기전에서도 누구보다 뛰어난 활약을 보였지만, 그 중에서도 LG배에서 드러낸 존재감은 가위 독보적이었다. 이번 기회에 LG배를 포함한 각종 국제 타이틀전의 ‘주역’이 각각 누구였는지 점검해 보기로 했다.

최근까지 거행됐거나 거행되고 있는 현존 6개 국제기전을 대상으로 했으며, 중단된 지 여러 해가 지나 사실상 폐지된 동양증권배는 제외했다.

◆LG배(14회 진행 중)

이창호가 우승 4회, 준우승 1회로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자랑해 왔다. 이 기전에서 14년 간 한 번도 빠짐없이 개근한 유일한 프로이기도 하다. 이창호의 뒤를 이어 이세돌이 우승 2회와 준우승 2회, 중국 구리가 우승만 2회를 기록 중이다.

역대 LG배에서 이들 세 사람이 거둔 통산승률은 거의 비슷하다. 이창호가 47승 14패로 승률 77.0%를 기록 중이다. 이창호는 예선에는 한 판도 출전한 적이 없으므로 이는 모두 본선서 거둔 성적이다. 그만큼 ‘순도’가 높다는 뜻이다.


이세돌은 53승 18패로 74.6%, 본선 이상만 계산하면 30승 15패(66.7%)로 다소 떨어진다. 예선 전적을 포함하면 LG배 통산 최다승 기록 보유자는 이세돌이다. 구리는 9회부터 14회까지 본선에 진출하면서 18승 6패를 기록 중이다. 승률 75.0%.

결론적으로 LG배는 이창호를 위한 기전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가 독주해 왔다. 전 대회 출전에 최다우승, 승률, 본선전 다승 등 여러 부문서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삼성화재배(14회 진행 중)


이창호와 이세돌 두 한국 기사가 경합 중이다. 아래 표를 보자.


우승 회수는 3회로 같다. 이창호에겐 2차례 준우승도 있다. 이세돌은 세 번 결승에 나가 한번도 실패하지 않았다. 이창호는 LG배에서처럼 삼성화재배서도 14년을 개근했다. 이세돌은 5회부터 13회까지 9회 연속 참가하다가 현재 진행 중인 14회 대회엔 빠졌다.

삼성화재배서 작성한 승률은 이창호가 이세돌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 이창호의 전적은 모두 본선서 거둔 것이다. 이세돌의 승률 76.0%는 예선전까지 포함한 것으로, 본선 이상만 따질 경우 78.9%(30승 9패)로 오히려 높아졌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전체적으로 두 기사는 막상막하. 준우승을 ‘실적’으로 보느냐, ‘실패’로 보느냐에 따라 다른 평가가 나올 수 있다. 이세돌이 세 차례의 결승전서 6승 1패의 뛰어난 전적을 기록했고 최근 이 대회서 월등한 성적을 올렸다는 것도 무시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이창호는 준결서 탈락했고 이세돌은 불참, 쿵제와 추쥔 등 두 중국기사 간의 패권 다툼으로 좁혀져 있다.

◆잉창치배(6회 종료)

복수(複數) 우승자가 1명도 없다. 4년 터울로 열리는 대회임에도 우승자를 6명이나 배출해 온 배경이다. 1차례씩 우승을 맛 본 6명을 비교하기란 간단치 않다. 그래서 준우승 경력도 감안했다. 그 결과 우승 1회, 준우승 1회를 기록한 기사 3명으로 압축됐다.


결국 우열은 총 전적에서 가릴 수 밖에 없겠다. 역대 잉씨배 전적에서 다승은 이창호, 승률은 최철한이 가장 앞섰다. 또한 똑같은 우승 1회, 준우승 1회의 실적이긴 하지만 최철한의 경우 2차례 출전 모두 결승전까지 진출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원년 우승자인 조훈현은 잉씨배 통산 9승 5패로 다승 및 승률에선 다소 뒤지지만 사실상 첫 국제대회 우승이 갖는 파급도와 상징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사로 기록될 만 하다.

◆춘란배(7회 종료)


7회에 걸쳐 대회를 열어 총 6명의 우승자를 배출했다. 유일하게 복수(複數) 우승을 기록한 기사가 한국의 이창호다. 2003년과 2005년 열린 4회와 5회 대회를 연패(連覇)했다. 기타 조훈현 왕리청 유창혁 구리 창하오 등은 한 차례씩만 우승자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이 사실 만으로도 춘란배의 ‘주인’은 이창호로 모아진다. 그는 춘란배서도 7년 동안 한 번의 결석도 없이 개근한 유일한 기사로 남아있다. 통산전적에서도 이창호가 압도적이다. 총 20승 8패, 71.4%의 승률로 누구의 범접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기전의 패권은 2007년부터 2기 연속 중국에로 넘어간 상태.

◆도요타덴소배(4회 종료)

이세돌이 유일하게 복수(複數)의 금메달을 획득 중이다. 2005년과 2007년 2, 3회 대회 우승을 거푸 차지했다. 나머지 두 번의 우승은 이창호와 구리가 1회씩 나눠가졌다.


이세돌이 최다우승 외에 다승에서도 가장 앞섰고, 근소한 차이이긴 하지만 승률 역시 1위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도요타덴소배의 ‘임자’는 이세돌이라고 주장해도 무방해 보인다. 다만 주최측이 경영난으로 내년부터 대회 중단을 선언한 상태란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후지쓰배(22회 종료)


출발연도와 누적 회수에서 가장 많은 역사를 쌓은 기전. 22회를 치르는 동안 우승 트로피를 품어보았던 기사 수만 14명에 달한다. 특히 한국은 99년 12회부터 2007년 20회 대회까지 국제 바둑사상 전무후무한 10연패(連覇)를 이룩하는 등 14번이나 우승했다. 대표적 친한(親韓) 기전인 셈이다. 현재도 한국의 20세 청년 강동윤이 보유 중이다.

그렇다면 후지쓰배의 터줏대감은 누구일까. 이세돌과 조훈현 2명의 후보로 최종 압축된다. 아래 표를 보자.


3차례의 결승진출을 모두 우승으로 장식한 이세돌의 결정력이 돋보인다. 승률에서도 이세돌이 조훈현에게 6%포인트 남짓 앞서있다. 이세돌이 3번의 결승전을 모두 국내 기사하고만 치른 반면 조훈현은 한 차례 창하오를 꺾고 우승했다. 이 같은 이력을 감안하더라도 후지쓰배는 ‘순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이세돌의 차지로 정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