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기대되는 주니어 7인방

2009년 새해 바둑계 기상도는 신인들에 의해 급변할 것이 확실하다. 바둑은 어떤 스포츠 종목 못지않게 젊음의 패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 “아직은 좀 이르다”고 생각되던 신예가 치고 올라가 바둑계 역사를 바꿔놓은 경우는 하나 둘이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 중인 유망신인들 가운데서 7명을 추려봤다. 2008년 입단자들은 아직 대국 수 자체가 적어 제외했고 2006~2007년 입단자 중 눈길을 모았던 신예들을 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박정환 김승재 강유택 이원도 이현호 류동완 이춘규 등으로 정리됐다(입단일자 순). 나이는 새해 21세가 되는 이현호 1명을 제외한 나머지 전원이 10대다.

▨박정환 3단
93년생. 이들 7명 중에선 말 할 것도 없고, 국내 230여 프로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어리다. 2006년 5월 13세 때 입단했다. 수 년 전부터 입단 문이 좁아지고 연령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엄청나게 빠른 프로진출이었다.

박정환은 입단 이듬해인 2007년 16세 나이로 한국바둑리그 선수로 지명돼 그에 대한 바둑계의 기대를 반영했다. 이 무렵 한 바둑사이트에서 국내프로기사들에게 ‘장래가 가장 촉망되는 기사’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정환이 압도적 표차로 선정됐다. 이 ‘막내’에 대한 선배 기사들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만 한 투표결과였다.

2008년 한해 그는 기대대로 활짝 피어났다. 국제대회인 제12회 삼성화재배 본선에 당당히 진출했고, 비록 비공식 행사이긴 하지만 ‘엠게임 마스터즈 챔피언십“ 대회서 또 다른 유망주 김지석을 2대0으로 누르며 첫 우승을 따냈다. 연말엔 신예프로 10걸전 결승까지 올라 김기용과 패권을 다퉜다. 결과는 1대2로 져 준우승. 신인왕전서도 4강까지 진격했다. 한국랭킹은 18위(2008년 12월 기준).

▨김승재 2단
92년 8월 생. 박정환보다 약 반 년이 늦은 2006년 12월 프로가 됐다. 그 이후에도 숱한 ‘입단 후배’들이 생겨났지만 박정환에 이은 국내 프로기사 최연소 2위 자리는 아직도 내놓지 않고 있다.

어린 나이에도 각 기전서의 활약상은 대단하다. 2008년 한 해 신예 타이틀전인 신예연승최강전서 라이벌 이원도를 2대0으로 따돌리고 생애 첫 우승을 맛봤다. 신인왕전서도 준우승을 추가했다. 국제대회인 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본선, 국내 최고스타들의 경연장인 바둑리그 등에서도 모습을 보였다.

북한 출신 축구스타 정대세를 연상시키는 터프한 용모답게 투지가 돋보인다. 하지만 아직 노련미는 좀 더 배양해야 한다는 게 선배들의 진단. 2008년 1년간 41승 30패(12월 19일 현재)를 기록했고 랭킹은 25위에 올라있다.

▨강유택 2단
이 글의 대상으로 뽑힌 7명 가운데 가장 눈부신 실적을 자랑한다. 올 한 해 48승 19패를 기록하며 230여 국내 프로기사들 중 승률 5위, 다승 8위를 마크했다. 국수전과 천원전 4강에 오르며 결승 문턱까지 갔었다. 신예연승 최강전서도 4위를 차지했다.

2008년 실적 중에선 바둑리그에서의 활약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영남일보 팀 최규병 감독은 프로 경력 첫 해의 햇병아리 강유택을 일약 3지명 선수로 뽑자 그는 10승(6패)을 올리면서 소속 팀 영남일보가 우승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주위의 의아심을 씻고 팀의 기대에 100% 부응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프로 진입 1년 반 사이에 이룬 것이라곤 믿지 못할 만큼 뛰어나다. 2007년 4월 연구생 입단대회를 통해 프로가 됐다. 12월 현재 국내 랭킹은 11위. 한상훈 이후 처음 보는 ‘고속출세’다. 유순한 성격에 바둑도 공수 균형이 돋보이는 타입. 워낙 성실해 한눈팔지 않고 꾸준히 공부하는 기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원도 2단
강유택보다 한 달 늦은 2007년 5월 프로에 뛰어들었다. 지난 해(2008년) 최고의 수확은 신예연승최강전 결승 진출. 김승재와 접전 끝에 비록 0대2로 져 준우승에 그치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재능과 투지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2008 한국바둑리그 또한 빠르게 성장 중인 그의 모습을 확인하는 무대였다. 티브로드에 지명된 그는 타 팀 에이스급 강자들을 상대로 8승(5패)을 올려 거의 주전멤버 같은 역할을 해냈다.

지난 해 34승 21패로 12월 랭킹은 34위. 연말 바둑리그 시상식 때 동료 4명과 함께 축하공연을 통해 남다른 ‘무대 끼’를 보여줘 화제를 낳기도 했다. 장수영 9단이 애지중지하며 키워낸 ‘수제자’이기도 하다. 지난 가을 라식수술로 원래의 안경 낀 모습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이현호 초단
88년 생으로 이들 7명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연구생 퇴출 시한(19세)을 눈앞에 두고서야 입단했다. 하지만 연구생 내신 1위 입단이란 과정이 보여주듯 탄탄한 실력을 자랑한다. 상대적으로 출발이 늦었지만 입단 3년 차를 맞는 새해엔 본격적인 성적 랠리가 기대되고 있다.

2008년도에 국수전 예선 협로를 뚫고 본선에 진입, 일약 8강까지 진출했다. 바둑리그에서도 한게임 팀의 부름을 받아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원익배 십단전, 바둑왕전 본선 등에도 이름을 올렸다. 김원도장 출신으로 2008년 12월 현재 랭킹은 37위.

▨류동완 초단
2008년 한국바둑리그는 반환점을 돌 무렵까지는 류동완을 위한 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팬들에게 거의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던 이 10대 소년은 뭇 스타플레이어들을 차례로 연파, 초반 7연승의 무풍지대를 달렸다. 소속 팀 제일화재가 중반까지 선두를 질주했던 데는 류동완의 몫이 결정적이었다.

바둑리그를 9승(4패)로 장식한 그는 십단전 본선 진입에도 성공했다. 속기에 특히 뛰어나고 투지 넘치는 바둑을 둔다. 2008년 성적은 25승 13패에 랭킹은 32위. 한 발 먼저 시작한 강동윤 김지석 등 89년 동갑내기 강자들의 숲을 헤치고 새해 어디까지 도약할지 주목된다.

▨이춘규 초단
현재 한창 진행 중인 제4기 원익배 십단전 ‘초단 돌풍’의 주역이다. 그는 이 무대에서 동년배 경쟁자 이현호를 꺾은 데 이어 송태곤 양재호 등 대 선배들을 줄줄이 베고 현재 8강에 진출해 있다. 목진석만 넘어서면 4강이다.

지난 해(2008년)엔 바둑리그 티브로드 팀에서 5승 5패를 마크, 이원도와 함께 신인 쌍두마차로 활약했다. 류동완과는 89년 생 동갑에다 입단동기(2007년 12월). 2008년 21승 14패, 랭킹 28위였던 성적이 새해엔 상당한 변화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쾌활한 성격이지만 대국 때는 꽤 진중한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