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의 희망을 담은 태양이 또 한번 동쪽 하늘 위로 불끈 솟아올랐다. 2007년 새해를 향한 희망의 형태는 천태만상이다. 바둑 쪽만 놓고 본다면 팬들은 한 급이라도 오르는 게 소망일 것이고, 프로들은 타이틀 획득을 향한 의지를 새삼 불사르게 마련이다. 데뷔한지 얼마 안 되는 루키급 기사들도 꿈이 이뤄지기 위해 벅찬 가슴으로 새해를 맞이할 것이다. 2006년 한 해를 빛낼 유망 소년 기사들로는 어떤 얼굴들이 있을까.

윤준상 4단(87년 11월 생)은 새해 벽두인 1월 10일부터 전통의 국수전 도전기에 나선다. 뭇 선배 강호들을 줄줄이 제치고 천하의 이창호와 정상 자리를 다투는 것. 프로 입단 만 5년을 넘긴 윤준상은 2006년 한 해 동안 61승 26패(이하 모든 통계는 12월 25일 기준)로 다승(多勝) 3위, 승률 9위의 호 성적을 마크했다. 신예연승최강전서 준우승 했고 국제 대회인 LG배와 삼성화재배서도 출전권을 따내는 등 활약 속에 현재 한국 랭킹 11위에 올라있다.

윤준상과 동갑 라이벌인 이영구 6단(87년 8월 생)의 지난 해 활약도 눈부셨다. 왕위전 도전자로 나서 이창호와 정상을 다툰 데 이어 신예프로10걸전서도 결승까지 치달아 정상 등극이 머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한국바둑리그에선 이 대회 준우승 팀인 한게임의 주장을 맡아 ‘19세 사령관’으로 맹위를 떨쳤다. 2006년 50승 25패에 다승 11위, 승률 16위란 전적도 훌륭하다. 이영구는 그러나 지난 해 2차례 준우승 추가로 통산 준우승 5회에 머물고 있다. 이제는 우승도 할 수 있는 재목임을 보여주는 것이 새해 그에게 부과된 과제다.

이들 보다 2살 어린 강동윤 5단(89년 1월 생)은 지난 해에도 47승 1무 19패로 다승(12위)과 승률(8위) 양 면에서 모두 빼어난 성적을 보여주었다. 13세 4개월의 기록적 어린 나이에 입단한 그는 2005년엔 이영구와 고근태 등 ‘거물’들을 결승서 꺾고 신인 2관왕에 오르는 등 순탄한 성장을 계속해 왔다. 하지만 그에게 쏠린 기대에 비쳐볼 때 올해는 국제 무대서 좀 더 힘을 내 주어야 하리란 중론. 강동윤은 현재 한국 랭킹 18위에 올라있다.

백홍석 5단(86년 8월 생)은 지난 해 가장 인상적인 진보를 보여준 기사. 2001년 8월 입단 후 그저 그런 성적에 머물더니 2006년 눈부신 도약을 이뤘다. 국제 무대인 삼성화재배에서 일약 4강까지 치고 올라갔고, 신인 기전인 신예10걸전 패권을 안았다. 52승 16패의 연간 성적으로 한국기원 소속 기사 200여 명 중 당당히 승률 부문 1위까지 석권했다. 이 같은 질주가 2007년엔 어떤 모습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고근태 5단(87년 3월 생)은 18세 되던 2005년 천원에 올라 크게 주목을 모았던 루키. 그 보상으로 2006년 국제대회 출전 풀 시드를 받아 춘란배 LG배 도요타배 삼성화재배 등 다양한 대회서 16강을 밟았다. 한-중 천원전서 중국 1인자 구리를 2대1로 제압, 4년 만에 이 행사의 패권을 한국으로 가져왔던 사건도 유명하다. 이런 저런 배경으로 국내 랭킹도 루키들 중 가장 높은 7위를 유지하고 있다. 2007년이 상승과 하락의 분기점이 될 전망.

허영호(86년 7월 생) 5단은 2006년 신인왕전서 대망의 우승을 차지하며 정상 정복이란 생애 첫 목표를 이뤘다. 마스터즈 토너먼트서도 간발의 차로 준우승을 추가하는 등 착실히 성장 중이다. 2006년 58승 24패로 다승 6위에 승률 10위, 한국 랭킹은 20위다. 백홍석과는 동갑이자 입단 동기생으로 라이벌 관계에 있다.

온소진 3단(86년 10월 생)도 이들과 동갑내기. 그러나 프로 데뷔는 2004년 8월로 허영호나 백홍석에 비해 꼭 3년이 늦었다. 늦은 출발을 단숨에 벌충이라도 하려는듯 온소진의 추격세가 매섭다. 2006년 GS칼텍스배서 한 때 도전권에 육박했었고 왕위전 8강, 신예10걸전 3위를 거쳐 바둑리그서도 인상적인 분전으로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한국 랭킹 16위.

홍성지 5단(87년 8월 생)에 대한 바둑계의 기대도 여전하다. 이영구와 입단 동기생인 그는 2006년 한 해 37승 27패(다승 24위, 승률 44위)란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국내 랭킹 19위론 다소 초라한 듯 보이는 전적이지만 왕위전 4강, 전자랜드배 8강 등 각 기전서 제 몫을 해 냈다. 제3기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청룡부 우승도 값진 수확이었다.

89년 생 유망주 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사가 김지석(6월 생)과 진시영(9월 생). 김지석 3단은 지난 한 해 43승 25패를 거두며 바둑리그 등에서 빠른 성장을 과시 중이다. 진시영 2단은 LG배 본선 진출을 비롯 신인왕전과 신예연승최강전 4강, 국수전 8강, 왕위전 16강 등 여러 기전서 맹위를 떨쳐 2007년의 활약이 특히 주목된다. 국내 랭킹은 김지석이 27위, 진시영은 48위.
촉망 받기로는 박정환 초단(93년 1월 생)만 한 신예도 드물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내 현역 프로들 중 최연소자다. 13세 4개월 만의 프로 입단은 역대 랭킹 10위 권에 해당하며, 강동윤 이후 4년 만의 13세 입단이란 사실도 브랜드 가치(?)를 더 해준다. 2006년 5월 입단 후 7승 4패를 마크했는데, 그가 꺾은 중엔 안조영 9단 허영호 5단 등 기라성 같은 맹장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2006년 입단자로 주목을 모았던 루키 가운데는 또 박승화 초단(89년 2월 생)이 있다. 지난 한 해 11승 4패, 73%대의 승률을 기록했다. 물론 규정 타석 미달(?)이긴 하지만 단순 수치로는 승률 부문서 당당 5위에 해당한다. 입단 직후 조훈현을 꺾어 화제를 낳기도 했으며, 신예10걸전 본선에 바로 진입하는 등 기세가 심상치 않다. 대표적 ‘원석(原石)’ 중 1명.

이 밖에 김수용 초단(90년 4월 생)도 눈길을 줄 만 하다. 2005년 8월 입단 후 이듬해인 2006년 원익배 본선 2회전까지 올랐고, 마스터즈 배에선 거함 최철한을 침몰시키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 88년 생 동갑내기로 입단도 2005년 8월 함께 했던 전영규-김형우 초단은 각각 각종 기전에서 괄목할 만 한 성적으로 새해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두뇌 스포츠’로 불리는 바둑의 전성 연령은 갈 수록 낮아져가고 있는 추세. 향후 한국 바둑의 위상과 국제 무대 경쟁력도 당연히 이들 최연소 유망주 그룹의 손에 달려있는 셈이다. 거명된 유망주들 가운데 내년 이맘때면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스타덤에 올라있을 기사도 탄생할 수 있다. 10대 기사들은 새로 바둑판 앞에 앉을 때마다 성장이 눈에 보일 만큼 빠른 진경을 보인다고 한다. 과연 이들 가운데 어떤 루키가 어떤 대회를 무대 삼아 국내외 새 스타로 등극할 것인가. 새해 바둑계가 유망 신인들을 향해 문호를 활짝 열어젖힌 채 빨리 달려오라고 손짓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