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훈으로부터 명인, 기성을 손에 넣었던 고바야시는 계속해 십단, 천원까지 획득해 4관왕이 된다. 마침내 일본 바둑계를 제패했던 것이다.

고바야시는 바둑계 정상에 섰던 것을 의식함과 동시에 이번은 자신이 쫓기는 입장이 된 것도 느꼈다. 특히, 자신이 무관에서부터 쫓아 올라갔던 조치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치훈은 또다시 즉시 나에게 도전해 올 것이다.'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마침내 본인방전 도전기 사상 공전절후의 대하드라마 조-고바야시 3년연속 대결이 펼쳐진다. 그것은 치열한 사투였다. 교통사고, 그리고 고바야시에게 연이은 패배. 그러나 어떤 것도 조치훈을 좌절시키지는 못했다. 기성을 잃고 무관으로 전락했던 조치훈은 1986년 여름 기성(碁聖)에 복귀했다.



이듬해에는 고바야시에게서 천원을 빼앗았고, 그 이듬해에는 가토 마사오(加藤正夫)로부터 십단을 획득, '부활'의 디딤돌을 착실히 다지고 있었다. 고바야시의 명인 첫 방어는 '킬러' 가토 마사오에게 저지당했지만, 2년만에 설욕에 성공하여, 두 번째 기성과 명인을 동시 보유하게 된다.

그러나 '곧바로 도전해 올 것'이라고 고바야시가 예측하던 조치훈과은 아직 올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항상 도전권 근처까지는 갔지만, 손에 닿지 않는 초조함..... 생각해보면 고바야시에게도 이런 시기가 있었다. 조치훈이 가진 타이틀 도전권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던 기억. 두사람이야말로 서로에 대한 심정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조치훈은 다케미야 마시키(武宮正樹)를 꺾고 본인방에 즉위했다. 그러자 그것을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고바야시가 본인방 도전권을 획득했다. 조치훈에게서 기성과 명인을 빼앗은 고바야시가 이번에는 본인방을 호시탐탐 엿보게 된 것이다. 고바야시로서는 조치훈만이 달성한 대삼관(기성, 명인, 본인방 동시보유)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다.

'기성, 명인만으로도 이렇게 중압감을 느끼는데, 대삼관이 된다면 대체 어느 정도일까? 조치훈만이 알고 있는 그 느낌을 나도 한번 느껴보고 싶다.' 대국에 임하기전 고바야시의 말이다. 세간의 평도 고바야시 우세 쪽으로 흘렀다.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에서 고바야시는 이 도전기에 임했다. 그러나 결말은 조치훈의 승리였다.

1990년부터 3년간 이어진 본인방전 도전기에서 고바야시는 3 : 4, 2 : 4, 3 : 4로 3년연속 패배의 쓴잔을 맛봐야 했다. 대삼관이란 그만큼 어려웠던 것. 일본 바둑계의 1인자 자리를 쟁취한 이상 마지막 목표는 대삼관(大三冠)이었지만, 그것은 꼭 실력으로만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고바야시에게는 천적 조치훈의 마지막 관문이 존재하고 있어, 한층 대삼관의 의미가 강렬했지만, 승부의 여신은 대삼관을 허락하지 않았다.

고바야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3년간 대삼관의 찬스가 7번 있었다. 그 7회를 모조리 조치훈에게 저지당했다.' 부언설명을 하자면 '7회'란 제45기 본인방전 도전기 제5~7국, 제47기 본인방전 도전기 제4~7국이다. 제45기부터 제47기까지 본인방전 도전기를 보면 고바야시는 3 : 1, 2 : 0, 3 : 0으로 앞서다가 전부 역전당하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역으로 말하자만 대삼관을 저지하기 위한 조치훈의 의지가 그만큼 필사적이었다는 뜻도 된다.

기보는 3년연속 대결, 첫해의 최종국이다. 고바야시는 훗날, '제5국은 찬스가 있었는데 손해를 봐서 실패했고, 제6국은 완패. 이 시리즈에서는 이 7국이 최대의 찬스였다. 포석이 성공하여 흑49까지 흑이 리드했다. 그러나 백74에 흑75이하가 칠칠치 못한 수로 백82까지 흑33의 한점을 잡혀서는 알 수 없는 바둑이 됐다. (※하단 관련기보참조). 흑75는 참고도 흑▲로 가야할 자리였다.'고 밝히고 있다. 참고도의 흑▲은 A와 B가 맞보기. 이것으로 타개가 되는 것을 고바야시는 7번기를 마치고 귀가하는 전차안에서 깨달았다고 한다. 조치훈도 '참고도라면 백도 곤란했다'고 술회했다.

( 류승필 사이버오로 컨텐츠 팀장 spryoo@baduk.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