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조치훈은 오타케 히데오(大竹英雄) 9단으로부터 명인을, 이듬해 다케미야 마사키(武宮正樹) 9단으로부터 본인방을 차례차례 탈취해 갔다.

도중에 십단(十段)까지 합병하여 눈깜짝할 사이에 3관왕. 조치훈은 고바야시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1인자의 자리에 올랐다.

고바야시는 조치훈의 정상등극에 대해'우직했기에 정상에 올라갔다고 생각했다.' 고 말하고 있다. 이때부터 고바야시의 추격이 시작된다. 그 기회는 의외로 빨리 돌아왔다. 1982년 고바야시는 본인방전리그를 전승으로 끝내고, '타도, 조치훈'을 외쳤다.

그러나....조치훈은 첫 명인전리그에 진입한 이후 4기째만에 도전권을 획득했고, 첫도전에서 일거에 명인을 획득했다. 또한 고바야시보다 2년 늦게 진입한 본인방전리그에서도 불과 2기째만에 도전권을 획득하고 곧바로 타이틀을 획득한 것이다. 고바야시가 양대 리그의 두터운 벽에 막혀 있는 사이에 조치훈은 눈깜짝할 사이에 명인-본인방이 되어 정상에 서버린 것.

터무니없는 초초감이 고바야시를 엄습했다. 그러나 어느덧 때는 왔다. 제37기 본인방전 예선에서 5연승을 거둔 고바야시는 본선리그에 복귀했고, 본선리그에서 7전전승을 장식하며 조치훈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랜 본인방전 역사에서도 전승으로 도전권을 획득했던 것은 전기의 조치훈과 이번기의 고바야시, 단 둘뿐이었다.

고바야시로서는 최초로 맞이하는 이틀걸이 7번기였다. 조-고바야시 전이 실현되자 언론에서도 대서특필했다. 조치훈을 타도하려면 영원한 라이벌인 고바야시 이외에는 없다고.

역대 성적은 고바야시가 16승 6패로 우위. '두면 지지 않는다.'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고바야시의 일방적인 우위는 불가사의했다.

그러나 이러한 고바야시의 자신감은 조치훈에 의해 무참히 깨부셔진다. 고바야시는 이듬해 이렇게 말한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의 조치훈의 힘은 나보다 확실히 위였다.'라고. 마치 뒤에서야 알아차린 것처럼 고바야시가 말하고 있지만, 실은 7번기의 도중에서 지금의 자신으로서는 역부족임을 고바야시는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첫 결전은 고바야시의 선승으로 시작된다. 제2국은 내줬으나 제3국에서 다시 승리를 거둬 리드를 빼앗아 온다. 처음의 7번기였고, 게다가 상대는 조치훈. 처음은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둘수 있었다. 하지만 제3국에서 이기고 난 고바야시는 '이건 찬스다. 어쩌면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을 먹게 된다.

그러나, 승부의 분수령인 제4국에서 고바야시는 미끄러졌다. 고바야시는 '이 패배로 내힘이 부족한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고 토로했으며, 그 후의 제5, 6국을 연속으로 내줘 고바야시의 '타도 조치훈'은 일단 물건너 가게 되었다.

( 류승필 CYBERORO 컨텐츠 팀장/ spryoo@baduk.or.kr )

○... 관련기보는 전회에 이어 계속해서 소개된 37기 일본 본인방전 도전 4국. 승부의 분수령이 된 이 대국에서 조치훈 9단은 특유의 처절한 기풍을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