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기사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이창호의 최대장점은 끊임없는 노력이다.대국수 과다가 문제이긴 하지만 그것이 체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전력노출의 측면이 더 우려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프 더 레코드를 요청한 한 기사의 말 중 의미심장한 말이 있어 양해를 구해 소개한다.

“최명훈 六단이 급부상한 이유는 ‘그림자 밟기’에 연유한 것 같습니다. 최六단은 이길 때 보면 창호형과 똑같은 방식으로 이기죠. 그러나 프로가 보기에는 창호형에 비해 무엇인가가 부족합니다. 독창성이랄까 자기만의 색깔이랄까.”

최명훈 六단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면 이창호를 이길만한 세대는 연구생들 중에 나올 확률이 크다. 현재 프로에 석점으로 버티는 아이들도 연구생에 못들어오고 대기하는 상태임에랴. 그만큼 연구생의 층이 두텁고 세다는 결론이다.

“우리들은 따라잡기 힘들겁니다. 군대문제도 있고, 그중 뛰어나다는 명훈이가 1년 따라잡았을 뿐인데, 우리세대는 갭이 안 좁혀져요.”


(-사진은 98년 후지쯔배에서 우승한 후 후지쯔 우승컵을 안은 모습 .. 전문기자가 찍은 것이 아니라서 사진이 좋지 않다.)

대외목으로 주가를 높인 바 있는 양건 四단의 말이다. 불과 몇 년 전 “3년이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한 양四단이 갭이 안 좁혀진다고 말하니 아이러니컬하다. 그만큼 이창호 九단은 지금도 열심히려니와 느는 속도도 엄청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양四단이 밝힌 이창호의 토막일화 하나.

“몇년 전인가 지방에서 자정이 넘어 강남터미널에 도착한 일이 있습니다. 집도 멀고해서 근처 반포에 살고 있는 창호에게 신세를 지려고 연락했더니 바로 터미널로 뛰어나오더군요. 같이 집에 들어가 보니 바둑판에 바둑돌이 빼곡이 놓여 있는 겁니다. 물어봤더니 그날 스승과 둔 기보를 연구하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등에 식은땀이 좍 흐르더라구요. 당대 최고수가 자정 넘어서 까지 공부에 여념이 없으니 초일류는 뭔가 달라도 한참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창호 바둑을 보면 91년도와 92년도의 바둑이 엄청나게 다릅니다. 다시 말하면 타이틀을 따고 안따고의 바둑이 무지 다르다는 것이지요. 지금 젊은 기사들의 생각은 창호는커녕 조국수도 이기기 힘들다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 차영구 기자, forceit@baduk.or.kr /구성 cyberoro ]

○... 이창호의 정상유지는 틀림이 없지만 그 동안 신예기사들의 생각도 많이 틀려졌을 것이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 보인 이세돌 3단의 뛰어난 활약은 많은 기사들, 특히 아직 젊고 힘이 넘치는 많은 기사들에게 일종의 투지와 각성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조훈현 9단은 여전히 신예기사들을 메다꽂으며 건재함을 과시하지만 신예들의 자신감과 분위기는 예전보다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 그 증거는 조훈현 9단 혹은 유창혁 9단. 심지어 이창호 9단까지도 신예기사들을 만날때 제한시간의 소비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것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관련기보는 98년 제11회 후지쯔배 결승에서 이창호 9단이 당시 중국의 창하오 8단을 물리치고 우승을 획득한 내용이다. 불리한 바둑도 끈끈하게 따라붙어 미세하게 만든다음, 기어코 역전시켜 때로 불가사의한 느낌도 들게 만든는 전형적인 이창호 기풍의 기보라고 평가된다. 98년 당시 한국기원에는 신예기사들이 거의 달달 외울만큼이나 흔하게 이 기보를 들고 다녀서 어떤 신예 기사는 이 기보를 우연히 발견하자 ' 으 지겨운 이 기보' 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었다. 관련기보는 밑의 관련기보 아이콘을 클릭하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