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신도전 5강’으로 불리며 조훈현 九단을 격파하는 등 한창 성적을 올렸던 김성룡 五단의 말을 들어보자.

“기사들 중에는 프로기사들이 생각하는 천재기사들이 있습니다. 가령 조국수(조훈현 九단)같은 경우는 200수가 넘는 기보를 5분 정도 훑어보고 패착을 찾아내지요. 그러나 창호형은 반대인 것 같습니다. 복기를 잘 못하고 몇일이 지나면 아예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러므로 창호형을 천재로만 생각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어느 부분이 강하다는 것입니까?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보통기사들과 형세판단하는 능력이 다릅니다. 보통사람들이 보는 것보다 한차원 높다고 할까요? 보통 창호형이 끝내기가 강하다고 하지만 우리 프로기사들이 보기에는 모든 부분이 다 강합니다. 조훈현 九단이나 유창혁 九단과 비교하면 포석에서 약간 밀리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죠. 그러나 그들은 초반에서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사들입니다. 그들에 비해 약간 밀릴지는 모르지만 그 밖의 다른 사람보다는 뛰어납니다.


(사진은 바둑왕전에서의 이창호 9단)
창호형은 조국수나 유왕위에 비해 포석에서 밀리지만 자꾸 신수를 개발, 이를 극복합니다. 특히 사제대결에서 창호형이 지면 항상 신수(일명 한국형 정석)를 연구하여 틀기 때문에 초반약점을 커버하지요 그런데 그 신수라는 것이 중요한 대국이 아니면 잘 보여주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아무튼 창호형의 초반에 대한 공부는 조국수에 대한 연구라고 보면 틀림없습니다.”

그럼 이창호 九단을 능가할만한 기사는 누가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창호형의 바둑은 지금도 늘고 있기 때문에 창호형을 이길 기사는 지금 현재는 없다고 봅니다. 중국과 일본쪽도 창호형과 견줄 인물은 없습니다. 명훈형이 가장 근접해 있기는 하지만 전성기 때의 조국수와 서명인(서봉수 九단)의 관계 정도라고 하면 딱 맞을 겁니다.”

김五단이 말하는 이창호의 최대장점은 단연 형세판단이었다. 거듭 덧붙여 강조하는 김五단.

“창호형의 최대강점은 형세판단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형세판단을 잘 한다는 것은 모든게 완벽하다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창호형은 심지어 돌이 10개 있을 때도 형세판단을 하니까 우리로서는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창호형 집에는 기증본을 빼고는 바둑책도 거의 없습니다. 조국수님 댁에서 내제자로 있을 때 그 많은 책을 공부했다는데 전부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뭐, 자기 바둑 복기하는 것이 최고의 공부이기는 하겠지만, 하하하.”

[ 차영구 기자 forceit@baduk.or.kr/ 구성 CYBERORO ]

●... 98년도에 5단이었던 프로기사 김성룡은 2002년 현재는 7단이다. 또 이창호 9단보다 후배이지만 결혼도 일찍했다. 모든 일에 적극적이며, 성실한 편이고, 새것을 익히는 데에도 크게 주저하지 않는 개방적인 성격을 지녔다.( 따라서 위의 글도 재밌고 솔직한편)

또 김 7단은 충암연구회의 연구를 정리하는 등의 바둑출판과 해설자로서의 바둑본업에서부터 한때는 인터넷 싸이트에서도 일반사원들과 호흡을 같이 하며 밤을 지새는등, 일에 대한 긍정적인 욕심도 다른 기사들에 비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성실한 김7단이니만큼 조금 기다리면 20대 9단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해도 좋을 것 같다.

○... 관련 기보는 96년 제1회 삼성화재배 본선2회전에서 김성룡 4단이 일본의 우주류 다케미야 마사키 9단을 날려버린 판이다. 본선 1회전에서 고바야시 사토루 9단을 꺾어 기염을 토했던 김성룡 4단은 8강전에서 요다 9단에게 패해 아쉽게도 연승행진을 멈췄었다. 기보감상은 밑의 관련기보 아이콘을 클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