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대다수의 팬과 기사들이 체념감이 들 정도로)이창호는 강한가? 완벽한가?

이창호가 그 옛날 스승의 등잔밑에서 비책을 훔쳤듯이, 지금 불철주야 “타도! 이창호”를 외치며 이창호의 곁에서 비책에 골몰하고 있는 충암연구회의 신예들에게 이창호에 대해 물었다.
먼저 ‘동갑내기 라이벌’로 급부상한 최명훈 六단이 느끼는 이창호의 높이는 어느 정도일까?

최六단은 이창호 九단을 한마디로 3박자를 완벽하게 갖춘 기사로 평가했다. 3박자란 ‘노력’, ‘성격’, ‘환경’이라는 것. 즉 정상에 올라섰어도 자만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것과 침착한 ‘성격’, 더 포괄적으로 말하자면 바둑외적인 것에 한눈 안 판다는 것. 승부사가 자기를 제어할 힘이 있다는 것은 보통 무기가 아니다. 실제 이창호 九단의 말을 빌려도 “몇번 해봐서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을 것 같으면 아무리 흥미가 있어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에 당대 최고의 스승인 조훈현 九단의 내제자로 들어갔다는 것이 바둑인에게는 최고의 ‘환경’이라는 것이다.


[사진은 약간 엣되보이는 90년대 말의 이창호 9단 ]
최六단은 바둑외적인 변수로 이창호 자기자신이 무너지지 않는한 10년 이상은 무난하다고 예측한다.


“이국수를 무너뜨릴 사람은 성격적으로 특출나지 않으면 힘들 것 같습니다. 일단 바둑외적인 것에 관심을 쏟는다면 힘들 것이고. 아무튼 바둑만을 생각하는 애가 나와야 창호를 넘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신진기사들은 현재 가장 성적을 내고 있는 최명훈 五단의 바둑이 93～94년도의 이창호 실력 정도라고 보고 있다. 그러니까 아직은 이九단에 3～4년 뒤져 있다는 얘기이다.

94년 제17기 국기전에서 타이틀 매치를 벌여 판 맛을 본 적이 있던 (3대1로 이창호 승리) 김승준 五단(통산2승10패)은 심리적인 면이 많이 작용함을 지적한다.

“창호와 대국할 때 마주 앉으면 웬지 답답합니다. 실력자체도 창호가 뛰어나지만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런것도 강자만이 누릴 수 있는 프리미엄인 것 같습니다.”

김五단의 이창호에 대한 평가도 “훌륭한 스승에 본인의 노력이 가미되어 최강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는 것인데, “역시 노력이 가장 큰 플러스 요인이지만 성격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천부적으로 바둑에 딱 맞는 성격을 타고 났다는 것.

“중국의 6소룡이 창호의 바둑을 연구하는 것을 보면 무섭도록 열심입니다. 창호도 나름대로 대비를 하고 있겠지만 조심해야 될 것입니다. 누군가 창호의 뒤를 열심히 따라오고 있겠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최소 10년은 창호의 시대가 이어지지 않겠어요?”
김五단의 평가 또한 최명훈 六단과 별반 다른게 없다.

[ 차영구 기자, forceit@baduk.or.kr / 구성 : Cyberoro]

-1998년 당시의 상황인데, 현재도 아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으며,굳이 달라진 점을 찾자면 세월의 영향으로 이창호 9단이 소년티를 완전히 벗은 청년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에 이창호 9단은 제4회 응씨배 우승및 1000승 달성, 통산 100회 우승달성등의 기록을 세웠다.

관련기보는 94년 국기전에서 도전자로 나서 시리즈 첫판에서 승점을 따냈던 이창호 vs 김승준의 기보이다. 결과는 3-1로 당시 이창호 7단이 타이틀을 방어했지만 낯선 상대에게 종종 고전을 하는 최강 이창호의 모습이기도 하다. 당시 군인신분이었던 '흑기사 김승준' 3단은 백으로 첫 승점을 올려 바둑계에 신예의 돌풍을 불려일으켰었다.

2002년 현재 프로기사 김승준은 7단이며, 나이로는 이창호 9단보다 2년 연상, 입단연도로는 2년 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