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의 끝은 어디인가?

한국경제는 지금 금융대란을 맞아 곤두박질치고 있는데, 이창호 주가는 매년 초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린 이창호. 전라북도 우량아 선발대회에서 우승하고 할아버지(이화춘옹, 86년 작고) 손에 이끌려 상경, 전국 우량아 선발대회 2등에 입상하며 명함을 내민 이창호가 이제는 세계바둑 최고수가 되어 전세계 바둑팬들의 우상이 되었다.

노력파의 대가로 알려진 이창호는 할아버지에게 바둑을 배운지 1년 만에 어깨동무바둑왕에 오를 정도로 천재성을 지녔던 소년. 86년 만 11세에 연구생 1기로 입단한 직후 88년 13세의 나이로 바둑왕전에서 우승하며 세계최연소 타이틀 보유자가 되었고, 그해 벌어진 동양증권배 결승에서도 대만의 린 하이펑(林海峰) 九단에 승리, 세계최연소 세계 챔피언에 등극. 90년 41연승의 신화와 최고 승률(78승 12패, 86.7%), 93년 최다승 기록(90승), 94년 국내 16개 기전 사이클링 히트 달성 및 최다관왕(13관왕) 등극. 이제 이창호에 대해 그 어떤 수식어를 붙이는 자체가 사족이다.



누가 이창호의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천년만년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조훈현의 아성을 무너뜨린 것은 라이벌 서봉수 九단이 아니라 그 아성 안에서 금이야 옥이야 키운 제자 이창호였다. 내제자 이창호는 조훈현의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스승의 강점과 약점을 속속들이 알아냈다. 조 九단의 최대 약점은 종반 끝였다.

여기에서 우리는 하나의 명제를 도출해 낼 수 있다. 아무리 강자라 하더라도 아킬레스건은 있게 마련이라는 것. 그렇다면 신(神)이 아닌 이상 이창호도 어딘가 아킬레스건은 있을 것이고 이를 잘 파악하고 철저히 연구하는 사람만이 ‘타도! 이창호’의 선봉이 될 수 있다는 얘기인데.

이창호를 잘 알고 실력상으로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현재까지는 스승인 조훈현 九단 및 유창혁 九단, 서봉수 九단 등의 정상급들과 ‘내가 포스트 이창호’를 외치며 진군나팔을 울리고 있는 신예 기사들, 아니면 아직은 수면밑에 잠복해 있지만 칼날을 세우고 있는 연구생 차세대 신병기들로 나눠 볼 수 있다.

현재 이창호와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는 조훈현,서봉수,유창혁의 3인방은 일단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다만 스승인 조훈현 九단이 각 기전에서 타이틀을 놓고 수년째 끈질기게 전면전을 벌이고 있어 확률로 따지자면 이창호를 공략할 만한 유일한 카드.

[표1]이창호:조훈현 상대전적표

연도 이창호九단 조훈현九단
1988 1승
1989 3승 13승
1990 7승 5승
1991 18승 12승
1992 6승 8승
1993 18승 9승
1994 21승 7승
1995 23승 10승
1996 19승 15승
1997 21승 11승
계 136승 91승
■97년도 전적은 12월 15일 현재

그러나 전적표<표1>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갈수록 밀리는 양상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외 유창혁 九단은 대(對) 이창호전 통산 28승 61패(올해 3승 6패)로 승률 31.46%이고, 서봉수 九단도 대(對) 이창호전 통산 16승 43패(올해 1승 4패)로 승률이 고작 27.12%에 지나지 않는다. (97년 12월 15일 현재)

현역기사에서는 대안이 없다?

조훈현과 서봉수 九단은 이미 40대 중반을 넘어섰고 유창혁 九단도 30대 중반에 접어든다. 나이로 보나 체력으로 보나 20대 초반의 쌩쌩한 이창호를 당해낼 재간은 없다. 그렇다면 이들 3인방보다는 미래에서 이창호를 무너뜨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가 되는데.

94년 2월호 월간「바둑」에서는 그 당시 두각을 나타내는 신예 4인방의 생각을 다룬 적이 있다. 93년 가장 두각을 나타낸 바 있는 최명훈 六단, 윤성현 五단, 윤현석,양건 四단 등은 정상 4인방에 맞설 신세대 선두주자로 발군의 성적을 올렸었다. 그때 그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3년이면 이창호를 따라 잡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을 어떤가? 3년전 당시보다 이창호 九단에 더 떨어지고 있지 않은가.

그 당시 신예 4인방은 군대에 갈 시기라 다분히 의욕적으로 목표달성 시한을 3년으로 잡은 것인지도 몰랐다. 다만 군입대를 면제받은 최명훈 六단만이 상당한 성적을 내는 단계에 올라섰다. 95년부터는 도전권을 따내기 시작하더니 이창호와 벌써 3번(기성전, 명인전, 테크론배)이나 도전기를 치렀다. 비록 타이틀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이창호 九단의 연배 중에서는 가장 가능성을 찾아 볼 수 있는 기사다.

그러나 최명훈 六단의 대(對) 이창호전 성적은 통산 4승 1패(올해 1승 7패)로 승률이 22.22%에 지나지 않는다. (97년 12월 15일 현재) 역시 역부족임을 알 수 있다.

이쯤되자 충암연구회를 중심으로 한 신예 중에서 ‘이창호를 무너뜨릴 백마 탄 기사’를 찾는다는 것도 무리란 체념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어쩌면 그들보다 아래, 현 프로기사중 나이가 가장 어린 이세돌 初단(13세), 최철한 初단(11세)보다 더 한단계 아래인 그 어떤 천재소년의 출현에나 기대를 걸어보아야 할 것이라고 예단하고 나선다.

[ 월간바둑 차영구 기자 / forciet@baduk.or.kr ]
구성 : CYBERORO

PS : 이 글은 98년도 신년호 월간 바둑가이드에서 이창호 9단에 관해 특집으로 실렸던 차영구 기자의 글이다. 내용은 이창호 9단에 관한 그간의 기록이나 특징등을 주변 기사들로부터 들어보고, 왜 이창호 9단이 최강이 되었나를 살핀 것이다.( 98년初까지의 기록으로 되어 있는 표등의 자료는 2002년의 자료로 갱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 이창호 9단에 관한 이 시리즈는 차영구 기자의 특집을 시작으로 이창호 9단의 각종 대회 우승 및 특별 인터뷰와 내제자 시절에 관한 글등을 종합해 매주 1~2회 이상 구성해서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이창호 9단에 대한 연구를 하거나 그외 관심을 가지고 있는 팬들에게 다소나마 궁금증을 해소하고 이창호 9단을 더 잘 알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cybero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