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최철한 등 권갑용 도장출신 천재기사들의 어린시절
이세돌- 최철한 라이벌 구도의 정체는?
"어른들에게도 할말 다하는 세돌이 형이 부러웠어요"(최철한 9단)
천재기사들은 어릴 때부터 남다르다. 떡잎부터 달라보인다는 것이다. 관철동시대, 맛있는 수담의 이번 편은 천재기사들의 어린 시절 편이다. 이를 위해 특별히 권갑용 8단이 토크에 참가했다.
중앙일보 박치문 위원은 "도장 시스템이 자리잡기 훨씬 이전, 관철동시대는 기원 중심의 군웅할거같았다. 불광동 기원하면 김희중, 노량진 기원에 청년 고수 서봉수 하는 식이었다. 이들 고수들이 칼을 갈고 있다가 입단대회가 열리면 모두 몰려왔다. 입단 과정 자체가 로맨틱한 면이 있었다"고 설명.
권갑용 도장에선 "국내 45명. 해외기사는 20여명이 함께 공부를 해 입단에 성공했다. 국내에선 이세돌 최철한 강동윤 김지석 박정환 원성진 백홍석 등이 유명하고 해외로는 천스위엔, 씨에이민 등이 권갑용 도장을 거쳐갔다.
토크의 관심은 이세돌 9단이었다. 권갑용 사범은 이세돌을 처음 본 순간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보는 순간 꽂혔다. 어린이 대회에 참가한 이세돌이었다. 실력 자체야 어리니까 아직 멀었지만 독특했다. 어린 아이인데도 순간순간 자기의 수읽기로 수를 찾아내는 장면, 소름이 끼치는 느낌이었다. "
박치문 위원이 재미있는 인터뷰를 들려 준다. 최철한 9단이 이세돌 9단에 대해 했다는 말.
"어릴 때는 세돌이 형이 부러웠어요, 세돌이 형은 어른들에게도 할말 다했으니까요."
최철한은 이세돌과는 성격이 아주 달랐다고 한다. 최철한 어머니가 초등학교 때까지 최철한을 업고 다니셨는데, 비가 억수로 오던 어느 날, 권갑용 도장에 최철한을 업고 나타났다.
권갑용 사범의 말이다.
"재능있는 친구들은 빛이 난다. 그런데 처음에 철한이는 말이 너무 없어 벙어리인줄 알았다. 그럼에도 그 실력이 1년만에 번개처럼 늘어났는데, 그런 아이는 잘 없다."
"(도장에서도) 세돌이가 워낙 강하니까. 라이벌이 필요했고 그런 의식이 들도록 했다. 또 세돌이가 다른 아이들은 다들 쥐락펴락하는데 철한이만 마음대로 하기 힘들었다. 철한이 실력이 워낙 빨리 늘었다. 세돌이가 그래서 철한이와 바둑두면서는 화를 내기도 했다. 밟아줘야 한다고 느끼는 것? 하하"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의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천재의 계보는 크게 보아 "김인-조훈현-이창호-이세돌"이며 이 천재들과 겨뤘던 2인자들이 서봉수, 유창혁 등이었다는 게 박치문 위원의 견해다. 조남철 9단의 경우는 한국프로바둑의 원조로 비교대상이 없다.
이세돌과 박정환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너무나 바둑적인 것이다.
"둘의 성격은 매우 다르다. 그러나 기풍이 너무 특이하다는 점에 있어서 같다. 바둑에 있어선 둘다 잔인하다."
권갑용 도장은 젊은 시절 제자들의 잘못을 용서해 주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크게 혼나지 않은 제자들이 그래서 드물다.
가장 많이 혼낸 사람은 누구였을까? 뜻밖에도 여류기사인 윤영선 8단(독일)이었다. 권 사범의 말이다.
"윤영선은 고집이 정말 강하고 개성도 독특했다. 배우는 감각이 무뎌보여서,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지금 너의 방식이 나쁘다고 해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 고집불통, 하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