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보를 공부하는 것은 유익한 일이지만 신문이나 잡지를 보면 여러 수가 함께 보이기 때문에 나라면 다음에 어떻게 둘까를 생각한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한 페이지에 한 수씩 나와 있다면 다음을 생각해 볼텐데 …하는 독자들의 요청이 많은데 아무래도 이것은 이상에 불과한 얘기겠지. 현실적으로는 페이지 수가 너무 많이 드니까"

나와 친한 사이인 후쿠오카(福岡) 씨(일본광학 부사장)가 이런 느낌을 얘기한 적이 있다.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 창작한 것이 이 「명국세해」이다. 57년 잡지 「위기(圍碁)」의 별책부록으로 시작되었던 이 「명국세해」는 이후 독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현재까지 25년간 위기 지의 '보석'으로 지속되고 있다. 창간 당시는 우 칭위엔 씨의 기보를 우 씨의 자세한 해설로 12년간 계속했었다. 우 씨는 대국 후에도 늘 깊은 연구를 하는 기사로, 공부할 것이 많은 우 씨의 명기보를 가능한 한 자세히 기술하려고 최대한 노력하였다.

글·편집/가츠모토 테츠슈(勝本哲州)

위 글은 「우 칭위엔 명국세해」제1권의 머리말 전문이다. 현재까지도 월간『바둑』을 비롯한 바둑전문잡지의 부록, 단행본 등을 통해 계승되고 잇는 '명국세해류(流)'의 원류를 전하기 위해 다소 길지만 전문을 인용해 보았다.

이렇듯 「명국세해」는 '한보에 한 수씩만 해설하는 관전기가 있다면…'하는 아마추어팬들의 이상을 위해 태어난 '보석'같은 기획물이었다. 특히 자신의 기보를 우 칭위엔 九단이 직접 자전 해설한 초기 연재물들은 각국 콜렉터들이 수집 대상이 되기까지 했다.

오늘 소개하는 「우 칭위엔 명국세해」는 이 초기 연재물 중 8국의 대국보를 두권 분량으로 나누어 담은 책이다. 일본의 바둑양서를 꾸준히 번역, 출판했던 현현각(玄玄閣)에서 발간했으며 번역은 월간『바둑』편집장을 역임한 안영이 씨가 맡았다. 「명국세해」는 아마추어팬들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지만 프로기사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TV, 신문 등을 통해 바둑해설을 맡고 있는 기사들의 필독·애독서라는데.

최규병 九단 같은 기사는 "50년대에 일본 바둑지에 연재된 내용들이지만 지금도 이만한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나 역시 신문지상에 바둑해설을 하고 있지만 우 九단의 「명국세해」를 보고 있자면 '내가 바둑해설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자책감이 들기도 한다."고 말할 정도.

「명국세해」의 최대 장점은 한보(譜)당 수순 진행이 서너 수에 불과하다는 것. 그것도 초반 포석단계에서는 한보 당 한수 진행이 보통이다. 편집 상식을 초월한 「명국세해」의 넉넉한 지면배정 덕에 기력이 부족한 초중급자들도 최정상 프로들의 난해한 대국보를 환등기 사진을 감상하듯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명국세해」는 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는 '고전(古典)의 법칙'을 그대로 따른다. 초급자들에게는 '수학 문제'를 '산수'수준으로 풀 듯 쉬운 관전기 읽기의 재미를, 중급자에게는 프로의 발상과 수읽기 메카니즘을, 그리고 고급자에게는 '살아있는 기성' 우 칭위엔의 깊은 바둑세계를 흠향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쉬운 점은 「명국세해」가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된 상태라는 것과 시리즈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하고 제2권까지만 나와 있다는 점. 하지만 너무 일찍 실망하지는 마시라. 「명국세해」는 절판된 지가 그닥 오래 되지 않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데다 출판사인 현현각 역시 향후 재출판을 기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