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청주를 일컫는 ‘사케’를 ‘정종’으로 부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정종’은 술의 종류가 아니라 상표명이다.‘정종’은 일본 전국시대의 인물인 다테 마사무네(伊達正宗)에서 유래한 말이다.

다테 마사무네는 당시 이름이 높던 인물인데, 그의 가문에서는 두 가지 자랑할 것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아주 정교하고 예리하게 만드는 칼이고, 다른 하나는 쌀과 국화로 빚은 청주였다. 당시 일본인들은 청주를 빚으면서 가문의 이름을 붙이곤 했는데, 다테 마사무네 가문이 빚은 술 역시 ‘국정종(菊正宗)’으로 불렸다.



그리고 훗날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한 청주회사가 우리나라에 들여온 청주의 상표명이 ‘국정종’을 본뜬 ‘정종(正宗)’이다. 즉 ‘정종’은 일본말 마사무네(正宗)를 우리 음으로 읽은 것이지, 술의 종류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사케’를 대신할 우리말은 ‘청주(淸酒)’다. 이런 청주와 어울리는 안주를 꼽으라면 오뎅을 빼놓을 수 없다. 따끈한 청주와 차가운 청주 모두에 어울리는 오뎅은 일본에서 건너왔지만, 이제 우리 식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먹을거리가 됐다. 오뎅 하나로 대박집 명성을 얻은 집도 한둘이 아니다.

그중 하나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 초입에 위치한 ‘서래오뎅’(02-591-5505)이다. 해질녘부터 하나둘 찾아오는 발길이 쌓여 저녁 8시께면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이 집을 바둑TV의 명해설자 김영삼 八단과 함께 찾았다. 바둑TV의 미녀 진행자 최유진 씨도 동행했다.



이 집은 인근 맛집들의 터줏대감이다. 7년 전인 2003년께 이 집이 문을 열 때만 해도 이 일대에 음식점이라고는 곱창집 하나뿐이었다. 간단히 술 한잔 할 곳이 없는 것에 불편을 느끼던 주민 김미애 씨가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심정’으로 오뎅가게를 내고 주인장이 됐다.

그날부터 가게는 대박이 났다. 동네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하는 데다 오뎅이 정말 맛있기 때문. 백화점에만 납품하는 ‘부산 오뎅’ 전문업체가 공급해 준다는 이 집의 오뎅은 밀가루를 적게 쓴 까닭에 씹는 맛이 쫀득하다. 꼬치 각각의 맛도 달라 16가지 맛을 한 자리에서 즐기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다시마, 멸치, 고추씨, 과일 외에 한약재 등 22가지 재료로 우려낸 국물도 입을 행복하게 만든다.

모 CF의 ‘국물 맛이 끝내줘요’는 저리가라다. 이 밖에도 이 집에는 맛거리가 넘쳐난다. 새우·오징어·홍합·소라가 들어간 해물떡볶이, 소면과 함께 즐기는 골뱅이무침, 소금으로만 간을 한 메로구이 등도 맛꾼들의 입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이 집의 오뎅을 맛보기 위해서는 걸음을 서둘러야 한다. 저녁 8시가 넘으면 문 밖에서 한동안 군침을 흘려야 하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월간바둑 10월호 맛의발견

[글 : 스포츠칸 엄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