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커피는 에스프레소다. 그들에게는 에스프레소와 버터를 바른 바게트 한 조각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하는 게 예사다.

하지만 진하다 못해 쓰기까지 한 에스프레소와 가장 찰떡궁합을 이루는 것이 파티세리(patisserie)다. 파티세리는 케이크처럼 ‘무척 단 빵’을 뜻하거나 그런 것들을 파는 집을 가리킨다.

예부터 프랑스의 케이크와 빵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아 왔다. 양질의 밀가루와 버터 등을 사용하고 아프리카를 식민지배하면서 발달한 좋은 초콜릿 덕분이다. 서울에서 그런 프랑스 전통의 파티세리를 맛보기는 쉽지 않다. 그 맛을 내기 위해서는 양질의 재료를 써야 하는데, 수지타산이 맞추기가 어려워 덤벼드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 종로구 내수동 서울지방경찰청 맞은편에 있는 ‘파티세리b’(02-739－5532)에서는 ‘진짜’ 파티세리의 맛을 만끽할 수 있다. 이 집을 조혜연 八단과 찾았다. ‘만년 소녀’ 조八단의 분위기와 딱 맞을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이 집의 파티세리는 조八단의 오감을 만족시켰다.

서울에서 맛보는 프랑스 전통의 파티세리

아무 생각 없이 가게에 들어서면 “애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매장이 그다지 크지 않고, 인테리어 역시 빼어나지 않다. 진열된 파티세리도 많지 않다.

하지만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고 첫 키스의 입맞춤보다도 달콤한 파티세리(하나에 4000~5000원)의 포로가 돼 버린 사람들의 발길이 하루 종일 끊이지 않는다.이 집은 일반 밀가루가 아닌 유기농 밀가루에 초콜릿은 프랑스산만 쓴다.

특히 버터는 네덜란드산 천연버터를 고집한다. 천연 버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줄 거래처를 찾기 위해, 수년 전 가게를 오픈할 때 일정을 늦췄을 정도로 재료에 대한 주인의 정성이 지극하다. 파티세리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바닐라빈도 ‘천연’ 제품만을 사용한다.



주인장이 이렇듯 재료에 집착하는 것은 가게의 이익보다 손님들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파티세리의 맛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다.이처럼 프랑스 정통의 맛과 손님들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주인장의 고집에 반한 재료상들이 입과 입으로 이 집을 홍보해 주기도 한단다.

손님을 생각하는 주인장의 마음은 케이크를 담는 포장에서도 드러난다. 상자를 끈으로 장식할 뿐만 아니라 다시 한 번 예쁜 종이백에 담아 ‘선물’로서도 손색이 없도록 한다.프랑스 최고의 파티세리 학교인 ‘에콜 르노트르’에서 프로페셔널 과정을 마친 주인장이 손님들에게 일일이 자신의 ‘작품’을 설명해 주는 것도 이 집만의 자랑이다.

이 집에서는 파티세리뿐 아니라 아주 특별한 맛의 ‘마카롱’(밀가루 없이 아몬드파우더와 계란흰자로 만든 과자)도 싼 값(1000원)에 맛볼 수 있다. 또 주변의 직장인들을 위해 준비한 샌드위치(5000원) 역시 양으로나 맛으로나 ‘맛꾼’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월간바둑 9월호

[글 : 스포츠칸 엄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