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배 세계기왕전

‘화로사랑’-호주산 와규로 만든 소모둠구이가 일품

맛집에 관한 정보는 인터넷 사이트에 넘쳐난다. 하지만 그곳 중에는 큰 기대를 하고 찾아갔다가 실망만 안고 돌아오는 집이 적지 않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른 까닭에 누구에게는 맛집이 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그런 집이 되기도 한다.

반면 길을 가다가 우연히 들른 집에서 ‘맛 대박’을 맞기도 한다. 그냥 한 끼 때우러 갔다가 자기 입맛과 찰떡궁합을 이루는, 맛의 대발견을 하는 것. 5호선 광화문역 1번 출구 근처에 있는 ‘화로사랑’(02-723-9844)도 많은 사람에게 ‘맛 대발견’의 기쁨을 안겨줄 집이다.

이 집을 기자에게 처음 소개(?)한 사람은 사이버오로 손종수 본부장과 김영삼 八단이다. 하지만 두 사람도 처음부터 맛집으로 알고 찾아간 게 아니라 그냥 술 한잔 하러 들어갔던 집이란다.

그 집을 조한승 九단과 함께 찾았다. 조九단과 만난다는 얘기에 손종수 본부장은 직원들과 영화를 보다 말고, 카메라를 들고 뛰어왔다.

눈이 즐겁고 입은 행복하고

이 집은 호주산 ‘와규’로 손님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입을 행복하게 한다. 와규는 한마디로 일본소다. 일본 토종 소가 유럽의 여러 종과 오랫동안 교배하면서 뛰어난 맛과 영양을 자랑한다. 현재 전 세계의 최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가장 많이 쓰는 소고기이기도 하다. 특히 호주산 와규는 일본에 역수출될 만큼 부드러운 맛과 뛰어난 마블링이 일품이다.

이 집의 대표 ‘맛거리’는 소모둠구이(5만3000원). 꽃살, 갈빗살, 황제살 등으로 구성된 소모둠구이는 소고기의 다양한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메뉴다.

이름만큼이나 예쁜 마블링이 눈길을 사로잡는 꽃살은 담백하면서도 달달한 육집이 입 안을 푹 적시고, 씹는 맛이 쫄깃한 갈빗살은 마치 찹쌀떡처럼 입 안에 착착 감긴다. 두툼한 살점에 빛깔도 고운 황제살은 참숯의 불맛이 밴 고기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아, 이래서 황제살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등심도 이 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맛거리’다. 두툼한 살점이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그 비법은 칼집에 있다. 고기 사이사이에 적당히 칼집을 넣은 덕에 유난히 부드러운 데다 참숯의 향이 고기에 살포시 배어들어 고기는 씹기도 전에 목을 타고 넘는다.

소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삼겹살을 강력 추천한다. 국내산 돼지 목 부위의 삼겹살은 씹으면 씹을수록 쫀득한 맛이 젓가락을 잠시도 쉬지 못하게 한다.

고기를 먹은 후 ‘부족한 그 무엇’을 채워주는 된장찌개와 공기밥(1000원), 누룽지(2000원), 냉면(4500원)도 이 집의 ‘비밀병기’다. 후식 형식으로 나오는 된장찌개는 ‘얼큰구수’하고, 누룽지는 ‘구수고소’하다. 특히 누룽지의 경우 3~4명이면 반바가지(5000원) 하나로 충분할 만큼 양도 푸짐하다. 또 매실액으로 반죽해 뽑은 면발이 쫀득하고, 깔끔하고 담백한 육수가 마음까지 상큼하게 해주는 이 집의 냉면은 굳이 고기를 먹지 않더라도 한 끼 식사감으로 손색이 없다.

특별한 분위기에 살뜰한 서비스

이 집의 음식을 특별히 맛있게 하는 데는 독특한 분위기도 한몫 단단히 한다. 일반 고깃집에서는 접할 수 없는, 마치 유명 카페 같은 분위기가 기분까지 좋게 한다. 고기를 구워 먹는 곳이라기보다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와인을 한잔 마시기에 좋을 듯한 분위기다. 이 때문인지 손님 중에 여성들이 유난히 많다.

실제로 이 집에서는 맛좋은 고기에 와인을 즐길 수도 있다. 누구나 부담 없이 맛볼 수 있는 2만5000~4만5000원의 품질 좋은 와인이 준비돼 있다.

또 주인장과 종업원들의 살뜰한 서비스는 가게에 들어선 후 나갈 때까지 손님들을 편하게 해준다. 가게 간판을 ‘화로사랑’이 아니라 ‘사람사랑’으로 바꿔도 될 듯싶다. 옷에 고기 냄새가 배지 않도록 큰 광주리에 겉옷을 넣어 보관토록 하고, 손님상에 부족한 것이 있으면 종업원이 바람처럼 나타나 빈 접시들을 채워준다.

게다가 손님이 자기가 좋아하는 와인을 가지고 와서 마셔도 주인장은 별 군소리를 하지 않는다. 손님은 소주든 맥주든 1병만 시키면 그만이다. 구레나룻이 매력적인 주인장의 넉넉한 웃음은 세상에 둘도 없는 기막힌 소화제다.

※ 수년 전, 어느 호프집. 몇몇의 젊은 프로기사들이 모여 있었다. 그중 한 청년이 눈에 들어왔다. 잘생긴 얼굴 가득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평소 가장 친하게 지내는 양 모 八단을 그 청년과 견줘 ‘산적 같다’고 말했다가 지금까지 원성을 듣고 있다. 그 원인 제공자가 ‘꽃남’ 조한승 九단이다.

그날 이후 만날 때면 늘 환한 얼굴로 반겨주던 그가 12월 중순 군대를 간다. 한동안 얼굴을 보지 못할 것을 생각하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거친 군 생활을 잘할지도 걱정이었다. 그에게 맛있는 음식 한번 먹이고 싶었다.

그런데 조九은 의외로 담담했다. 아니, 당당했다. ‘공부를 게을리 했다’고 스스로를 반성한 조九단은 “군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로 지적돼 온 ‘2% 부족한 투지’를 군에서 채워 오겠다고도 했다.

조九단이 군생활을 마치고 다시 반상을 마주할 때면 이립(而立)의 나이가 된다. 공자가 자립한 나이다. 공자가 서른에 스스로 몸을 일으켜 세상을 밝혔듯이, 돌아온 조九단이 한국바둑의 기둥으로 더욱 꼿꼿하게 몸을 세우길 기대한다. 그때 다시 ‘화로사랑’을 찾아 오늘을 추억하며 술 한잔 기울여야겠다.

[글 : 엄민용]

○●...우리말 대마왕, 엄민용

'건방진 우리말 달인'을 자처하며 같은 이름의 책을 썼고 성공했다. 어려서는 교열기자로서 여러 일간지에서 '진'하게 일했다. 그는 글에 대한 자존심이 높던 취재기자들의 기사에 빨간 줄을 마구 그어대 심하게 다툰 적이 많았다. 어려서부터 그는 그런 다툼에서 지지 않았다. 그의 한마디에 자존심 높던 기자들이 대부분 얼어 붙었다. "네가 쓴 글이 틀렸다니까. 어법도 안맞고 표준어도 아니야."

현재 스포츠칸에서 바둑을 담당하고 있고, 일간지 교열기자와 아나운서들의 모임인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바둑담당 기자들 사이에선 '엄라덴'이라는 애칭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실제 나이보다 훨씬 들어보이는 외모를 활용할 줄 안다.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 잘 벗겨진 이마. 꺾어 신은 운동화에 후줄근한 와이셔츠. 단정치 못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를 위엄(?)있게 만드는 장치다.

엄민용은 기자다. 그리고 우리말 대마왕이다.

'맛의 발견'은 월간바둑에 2009년부터 연재된 '음식탐방기'다. 프로기사, 바둑애호가들과 함께 '맛집'을 순례해 인기를 끌고 있다. 잡지에 연재될 때, 흑백사진이 나와 아쉬움이 많았는데 총천연색으로 웹에서 보는 맛은 전혀 다를 것이다. 지난 연재를 사이버오로,파란바둑,야후바둑을 통해 주1회, 혹은 격주1회로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