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향과 술향 솔솔 풍기는 백세주마을

보통 프랜차이즈점은 ‘맛집’의 대열에 합류하기가 힘들다. 본사에서 정한 ‘맛틀’에 묶여 그 집만의 아우라를 풍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에도 예외가 있듯이 프랜차이즈점 중에서도 세상의 맛집으로 대접받기에 충분한 집들이 적지 않다.

서울시내 6곳에 자리한 ‘백세주마을’도 그런 맛집 중 하나다. 본사에서 음식재료 등을 공급받기는 하지만 각각의 음식들은 지점 주방장들의 손에 의해 값싸고 푸짐하고 맛있는 먹거리로 탄생한다.서울시내 곳곳에서 맛향과 술향을 솔솔 풍기는 백세주마을 중 대학로점(02-3672-0103)을 김찬우 五단과 찾았다.

김五단과 알고 지낸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3년 남짓이다. 하지만 술잔을 많이 부딪친 기사 3명 가운데 하나다.그와 기울이는 술잔은 달다. 목 넘김이 시원하다. 그와는 서로 요구하거나 받을 것이 없어 언제나 마음 편히 목을 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안주는 바둑동네 얘기 하나면 그만이다.




이 때문에 늦은 밤, 집에서 쉬고 있는 그를 불러내기도 한다. 이날도 거의 해질녘에 그를 호출했다. 당연히 ‘땜빵’이었다.당초 마음에 두고 있던 ‘그녀’가 약속이 있다고 해서 ‘그이’를 찾았지만, 그 역시 선약이 있다고 했다. 난감한 상황. 그때 떠오른 것이 김五단이다. 그도 눈치는 챘을 터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김五단 “콜”을 외쳤고, 시간에 맞춰 대학로로 나왔다.

우리 둘의 사진을 찍기 위해 한게임바둑의 한창규 기자도 자리를 함께했다. 바둑 현장에서 늘 열심이면서 넉넉한 웃음도 잃지 않는 한 기자는 술과는 그다지 친하지 않다. 많이 먹어야 소주 반 병이다. 하지만 술자리를 지루하지 않게 하는 묘한 매력을 지닌 ‘남자’다.

모름지기 최고의 안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아무리 산해진미가 차려져 있어도 술잔을 부딪치는 이가 ‘재수 없는 그’라면 술맛은 꽝이다. 하지만 김치 하나에 마시는 막걸리라도 술잔을 따르는 이가 좋은 벗이라면 그것이 감로주다.

서로 마음이 통하는 남자 셋이 모였으니, 이날 술자리는 안주가 형편없어도 유쾌한 시간이었을 터이다. 그러나 이날은 안주까지 입맛을 돋우고 술맛을 살렸다. 술은 스르르 목을 타고 넘고, 한 젓가락 집어든 안주는 혀끝에서부터 녹아들었다.






값싸고 맛있는 진정한 맛집

백세주마을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싼 가격이다. 아무리 비싸도 2만원을 갓 넘기는 수준이다. 대부분은 1만원대이고, 1만원 아래 것들도 부지기수다.

물론 값이 싸도 맛이 없다면 비지떡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백세주마을의 음식들은 하나같이 입에 착착 붙는다. 접시에 담아 나오는 모습도 환상적이다. 눈부터 감동시키고 입을 흥분케 한다.

그중에서도 ‘솔잎보쌈 보쌈김치’(1만8800원)는 나이 든 어른들은 물론 젊은이들도 좋아할 먹을거리다. 은은하게 풍기는 솔향이 잡내를 없애 고기의 풍미를 더하는 데다 아삭한 보쌈김치가 입맛을 한껏 돋워준다.‘토종모둠순대’(1만4200원)도 미식가들의 혀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야채·고기·김치를 다져 넣은 3종 세트의 모둠순대는 입맛에 따라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




특히 생부추와 함께 알코올 불에 살짝 익혀 가며 먹게 돼 있어 순대가 동이 날 때까지 처음 맛을 유지해 준다. 숨이 죽은 부추를 곁들이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황제어묵탕’(1만5000원)도 빼놓을 수 없는 ‘맛거리’다. 고급 수제 어묵의 깊고 은은한 국물맛이 일품. 더욱이 태극 문양을 경계로 매운 국물과 담백한 국물을 함께 맛볼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음식이다.






이 밖에 고기류로는 ‘로스트 오리 대나무 훈제’(1만4900원) ‘양송이 떡갈비’(1만5500원), 탕류로는 ‘특선해물어묵탕’(2만500원) ‘해물수제비매운탕’(1만3000원) 등도 인기 메뉴다. 또 ‘도토리묵냉채’(9000원) ‘간장양념닭튀김’(7900원) ‘쌀피새우튀김’(8300원) ‘흑임자두부샐러드’(8500원) 등도 가격 대비 최상의 맛을 선물하는 먹을거리다. 식사류로는 ‘겨자쌈밥’(5000원)과 ‘멸치쌀국시’(4500) 등이 있다.

음식과 술에도 궁합이 있다. 백세주마을이 다른 맛집과 가장 차별되는 것은 ‘아무 안주에 아무 술’이 아니라 ‘이 안주에는 이 술’을 권한다는 점이다.




토종모둠순대에는 ‘백세주담’과 ‘명작 오가자’를, 황제어묵탕에는 ‘생백세주’와 ‘예담’을 권하는 식이다. 이는 잘만 먹으면 ‘백약 중 으뜸’이라는 술의 약성(藥性)을 높이기 위함이다. 처음 백세주마을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음식과 궁합이 잘 맞는 술을 자세히 설명해 준다.

이곳은 술값까지 착하다. ‘백세주’가 일반 음식점의 절반 수준인 5000원밖에 안 한다. 소주를 섞지 않고도 적당한 도수(16도)를 유지하면서 깔끔한 뒷맛을 안겨주는 ‘50세주’는 소주 가격인 4000원이다. 많은 술들 중에서 특히 인기를 끄는 것은 생막걸리와 생백세주다.

생막걸리는 톡 쏘는 듯한 탄산의 맛이 혀끝을 기분 좋게 자극하고, 신선한 맛이 매혹적인 생백세주는 혀끝에 착착 감긴다. 최근 나온 자양백세주도 하루가 다르게 인기를 높여 가고 있다. 술 전용 쌀로 생산된 친환경설갱미로 빚고 6년근 홍삼이 들어간 자양백세주는 웰빙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밖에 마치 맥주를 마시는 듯한 기분까지 내주는 얼린 생백세주도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 이 집 조중환 점장의 귀띔이다.

○●...우리말 대마왕, 엄민용

'건방진 우리말 달인'을 자처하며 같은 이름의 책을 썼고 성공했다. 어려서는 교열기자로서 여러 일간지에서 '진'하게 일했다. 그는 글에 대한 자존심이 높던 취재기자들의 기사에 빨간 줄을 마구 그어대 심하게 다툰 적이 많았다. 어려서부터 그는 그런 다툼에서 지지 않았다. 그의 한마디에 자존심 높던 기자들이 대부분 얼어 붙었다. "네가 쓴 글이 틀렸다니까. 어법도 안맞고 표준어도 아니야."

현재 스포츠칸에서 바둑을 담당하고 있고, 일간지 교열기자와 아나운서들의 모임인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바둑담당 기자들 사이에선 '엄라덴'이라는 애칭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실제 나이보다 훨씬 들어보이는 외모를 활용할 줄 안다.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 잘 벗겨진 이마. 꺾어 신은 운동화에 후줄근한 와이셔츠. 단정치 못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를 위엄(?)있게 만드는 장치다.

엄민용은 기자다. 그리고 우리말 대마왕이다.

'맛의 발견'은 월간바둑에 2009년부터 연재된 '음식탐방기'다. 프로기사, 바둑애호가들과 함께 '맛집'을 순례해 인기를 끌고 있다. 잡지에 연재될 때, 흑백사진이 나와 아쉬움이 많았는데 총천연색으로 웹에서 보는 맛은 전혀 다를 것이다. 지난 연재를 사이버오로,파란바둑,야후바둑을 통해 주1회, 혹은 격주1회로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