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먹거리’다. 그런 만큼 술과 관련한 명언도 많고, 술을 노래한 시도 많다.

중국 한서(漢書)에 “술은 백약 중의 으뜸이다”라는 대목이 나오고, 이백은 “하늘이 술을 사랑해 주성(酒星)이 있고, 땅이 술을 사랑해 주천(酒泉)이 있다”고 노래했다.

이런 술은 정겨운 이와 마셔야 제 맛이다. 어떤 목적이나 바라는 것 없이 정을 담아 마셔야 약이 된다. 거기에 좋은 안주가 곁들여지면 금상첨화다. 정겨운 사람과 함께 좋은 안주에 마시는 술은 한마디로 ‘크흐~ 좋다’다. 그곳이 곧 별유천지다.

바둑동네에서 사람 좋기로 소문난 양재호 9단과 함께 찾은 ‘뱃놀이’가 딱 그랬다. 얼마 전 결혼한 새색시 이승현양, 바둑을 사랑하는 마음만 따졌으면 10대 가수왕을 열 번쯤 거머쥐었을 추두엽씨 등 정겨운 사람들과 맛있고 건강에도 좋은 안주로 밤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즐기는 고래고기의 참맛

서울 도곡2동에 있는 ‘뱃놀이’(매봉역 4번 출구에서 5분 거리, 02-3461-0055)는 서울에서 고래고기의 참맛을 볼 수 있는 몇 집 가운데 하나다. 특히 고래고기를 처음 먹는 사람도 젓가락을 현란하게 놀릴 수 있는 집이다.

고래고기는 특유의 고래향 때문에 처음 먹어보는 사람은 대개 인상을 쓰기 마련이다. 느끼하면서 조금 퀴퀴한 향이 입 안을 자극한다. 삭힌 홍어를 처음 입에 넣었을 때만큼의 거북한 느낌을 맛본다.

그러나 이 집의 고래고기는 차원이 다르다. 부담스러운 고래향이 일절 나지 않는다. 난생처음 경험하는 원시의 맛이 느껴질 뿐이다. 이 집의 고래고기에서 고래향이 나지 않는 것은 주인장(최현욱씨)이 최고급의 밍크고래만을 고집하고,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으로 요리하는 덕이다.

“고래고기에서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죽은 지 오래돼 피와 내장 등에서 부패가 시작된 고래를 해체한 것이 첫째 이유이고, 곱새기(돌고래)나 청고래처럼 원래부터 특유의 향을 지닌 고래를 재료로 삼은 것이 둘째 이유다.”

주인장 최씨의 얘기다. 그러나 이 집은 고래향이 거의 없는 밍크고래로 음식을 만들면서 된장과 비법의 소스로 미세한 잡내까지 완벽히 잡아낸다. 그렇게 해서 상에 오른 고래고기는 쫀득하면서 담백하고, 구수하면서 들큼한, 아주 오묘한 맛으로 사람을 취하게 만든다.






고래고기 중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는 ‘운해’(턱밑 살)를 비롯해 지느러밋살과 뱃살, 등살, 갈빗살 등 5~6가지 부위의 살이 큼직한 그릇에 가득 담겨 나오는 ‘고래고기 모둠’(대짜 10만원, 중짜 7만원)은 ‘고래고기는 12가지 맛이 난다’는 말이 왜 생겼는지를 맛으로 증명해 준다. 부위마다 다른 맛을 즐기다 보면 처음 고래고기를 먹는 사람도 그 자리에서 마니아가 될 정도다.

‘고래고기 모둠’에는 고래고기 수육 외에 고래고기 육회와 고래고기 떡갈비 등도 딸려 나온다. 고래의 내장 등 특수 부위는 미리 예약하면 맛볼 수 있다.

이 집이 늘 신선한 고래고기를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주인장의 아버지 최대성씨 덕이다. 울진에서 직접 ‘바다농사’를 짓고 있는 최씨는 신선한 횟감을 그날그날 아들에게 올려 보내고, 밍크고래가 잡혔다는 소리가 들리면 바로 달려가 구입한다. 최씨는 아마추어 바둑계에서 짱짱한 실력자로 소문난 바둑애호가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느끼는 울진의 바다향기

울진 앞바다에서 잡힌 바닷송어, 우럭, 광어, 도다리, 물가자미가 한 접시에 담기는 막회(대짜 5만원, 중짜 3만원)도 이 집의 인기 메뉴다. 아버지가 그날그날 올려 보낸 싱싱한 횟감이 아들의 손을 거쳐 손님상에 오르니 ‘맛 최고’요 ‘안심 100%’다.

또 밀복으로 요리한 복불고기(대짜 6만원, 중짜 4만원)도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시원한 복’이 ‘매콤한 복’으로 변신해 입을 즐겁게 한다.

특히 이 집은 밑반찬만으로도 바다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서울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가자미식해를 비롯해 창난젓과 명란젓을 섞은 또 다른 맛의 젓갈, 깊은 바다에서 나는 해초인 꼬시래기 등이 입을 행복하게 한다.






그 중에서도 미역장아찌는 ‘맛 중의 맛’이다. 주인장의 어머니가 직접 담근다는 미역장아찌는 고추장을 다섯 차례 달이고 미역을 정성스레 말려 만드는데, 그 맛이 아주 특별하다. 짭짜름하면서 달큼한 것이 밥도둑이 따로 없다.

고추장에 숙성된 미역은 마치 고기를 씹는 것처럼 쫀득하다. ‘특허를 낼 생각’이라는 주인장의 얘기가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을 만큼 색다르면서 기막힌 맛을 자랑한다.

일반 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는 것도 이 집의 자랑거리다. 바다가 맛을 내고 간까지 맞춰준 재료를 사용하는데, 조미료가 왜 필요하냐는 것이 주인장의 자신에 찬 강변이다.






고래고기는?

고래고기는 성인병 예방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불포화 지방산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병의 원인이 되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또 혈액응고를 억제하는 EPA와 뇌의 활동을 활발히 해주는 DHA 성분도 많다.

특히 고래는 미오글로빈 형태의 단백질 조직을 가지고 있다. 이는 철의 흡수가 가장 쉬운 조직이다. 고래가 잠수할 때 산소를 풍부하게 공급받는 것도 이 때문인데, 철은 신체 조직에 산소를 운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나이신이 비교적 많이 포함돼 있어 피부염과 알레르기성 질환을 예방해 준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여성에게는 피부 건강에 좋은 미용식으로, 남성에게는 스태미나 음식으로 통한다.

그런 고래고기 중에서도 최고는 ‘밍크고래’ 고기다. 고단백 식품으로 꼽히는 고래고기 중에서도 최고의 단백질 함유량(24.8%)을 자랑하기 때문. 또 밍크고래는 100g 중에 철의 함유량이 8.5mg으로, 식육 고기 중에서는 말고기와 함께 철 함유량이 가장 많다.


[글 : 엄민용]




○●...우리말 대마왕, 엄민용

'건방진 우리말 달인'을 자처하며 같은 이름의 책을 썼고 성공했다. 어려서는 교열기자로서 여러 일간지에서 '진'하게 일했다. 그는 글에 대한 자존심이 높던 취재기자들의 기사에 빨간 줄을 마구 그어대 심하게 다툰 적이 많았다. 어려서부터 그는 그런 다툼에서 지지 않았다. 그의 한마디에 자존심 높던 기자들이 대부분 얼어 붙었다. "네가 쓴 글이 틀렸다니까. 어법도 안맞고 표준어도 아니야."

현재 스포츠칸에서 바둑을 담당하고 있고, 일간지 교열기자와 아나운서들의 모임인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바둑담당 기자들 사이에선 '엄라덴'이라는 애칭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실제 나이보다 훨씬 들어보이는 외모를 활용할 줄 안다.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 잘 벗겨진 이마. 꺾어 신은 운동화에 후줄근한 와이셔츠. 단정치 못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를 위엄(?)있게 만드는 장치다.

엄민용은 기자다. 그리고 우리말 대마왕이다.

'맛의 발견'은 월간바둑에 2009년부터 연재된 '음식탐방기'다. 프로기사, 바둑애호가들과 함께 '맛집'을 순례해 인기를 끌고 있다. 잡지에 연재될 때, 흑백사진이 나와 아쉬움이 많았는데 총천연색으로 웹에서 보는 맛은 전혀 다를 것이다. 지난 연재를 사이버오로,파란바둑,야후바둑을 통해 주1회, 혹은 격주1회로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