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가족들과 함께 송편을 먹고, 성묘를 하고, 둥근 달을 처다보던 2002년 추석날, 한국 바둑계의 박사 기사인 문용직 4단이 사이버오로 문학게시판에 진신두(鎭神頭)에 관한 글을 올렸다.

오래 전부터 쓰이던 진신두(鎭神頭)의 정확한 의미를 보여주려는 것으로 2001년 LG정유배에서 터진 이창호 9단의 '진신두 묘수'의 용어를 다시 한번 정의 하고자 한 것이다. 바둑에 관심이 많았던 독자라면 월간바둑은 물론 각종 일간지에 진신두(鎭神頭)에 관한 각종 기사가 한 때 유행을 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굳이 이야기 하면. 누군가 그렇다고 말을 하니 모두가 그렇게 썼다. 물론 아무런 의심도 없었다. 그래서 이쪽 바둑 그리고 에피소드 시리즈에도 진신두가 '양쪽의 축을 방지하는 축머리'의 의미로 글이 한편 올라오기도 했고 말이다.

문용직 박사의 학식과 연구에 경의를 표하면서. 문학 게시판의 글을 옮겨본다.[cyberoro]

진신두(鎭神頭)에 대해서 제가 아는 바를 올립니다.

1) 얼마 전 월간 {바둑}에 크게 보도된 바와 같은, 단 한 수로 두 개의 축을 해결한다는 묘수를 진신두라고 하는 견해에 대해서.

가장 오래된 바둑책인 {忘憂淸樂集}(宋나라 徽宗 1101-1126 때의 저명한 國手로 알려진 李逸民의 著作)을 보면, 그 묘수는 '王積薪一子解二征'이라는 이름으로 나옵니다. 여기서 征은 축을 말합니다.

2) 다양한 판본이 있어 확증할 수는 없지만, {玄玄碁經}(1349년에 晏天章과 嚴德甫가 편집한 책)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초반에 排子(事前置石制)를 흑백간에 엇갈리게 화점에 두어놓고, 또 天元에 백 돌을 하나 놓은 방식으로 포석을 정한 다음에 흑이 화점에 날일자로 걸칩니다. 백은 한칸 씌워서 받고. 그 다음에 귀에서 이루어진 변화의 하나를 진신두라고 지칭합니다. 그 후 다양한 변화도가 나오는데, 그 모든 것이 진신두의 이름으로 통합되어 있습니다.

진신두의 묘수라고 칭하는 것이 축하고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적어도 여기에서는.

명나라 때의 國手 過佰齡의 저술인 {四子譜}에는 진신두의 이름으로 100수가 넘는 진행도 발견됩니다. 물론 화점에 날일자 걸쳤을 때, 상대가 한 칸 모자를 씌워서 받는 형태가 그 출발입니다.


3) 鎭이라는 글자는, 고대 중국에서는 모자(帽子)의 행마를 가르키는 용어입니다. 삭감의 모자를 鎭, 날일자 삭감을 飛鎭이라 하며, 曲鎭도 있습니다. 즉, 鎭은 누른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鎭, 壓也).


4) 顧師言과 관련된 故事는 唐나라 때의 蘇악의 {杜陽雜編}에 처음 실린 이야기를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하야시 겐비(林 元美, 1778-1861)의 {爛柯堂棋話}에 실린 顧師言 故事도 이를 근거로 하였습니다. 아쉽게도 저는 그 근거인 {杜陽雜編}까지 찾아볼 부지런함은 없습니다.


5) 저는, 한 수로 두 개의 축을 예방한다는 그 묘수가, 진신두의 이름 밑에 실린 바를 어느 책에서도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古典에 寡聞한 탓이겠지요.


6) 한 수로 두 개의 축을 예방한다는 묘수는, 그 수준으로 보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며 또 우리의 실전에서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그 수준이 대단찮다는 것은, 이미 우리가 다 알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그 수가 처음에 발견되기 이전에는 國手도 그 수를 발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또 대단한 묘수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천년만의 묘수, 라고 떠들썩할 정도는 아닙니다.

7) 요약하자면, 진신두의 묘수를 "한 수로 두 개의 축을 예방하는 수" 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오히려 {현현기경}에 나온 1선의 묘수를 진신두의 묘수라고 하는 것이 더 무난할 겁니다. 제가 기보를 여기에 올릴 줄 몰라, 그 묘수를 보여드리지 못하여 미안합니다.

8) 그리고 진신두란, 화점에 날일자 걸쳤을 때 그 날일자에 한칸 씌우는 형태, 또는 그로부터 파생되는 모든 변화를 지칭하는 것으로 봅니다. 요즘의 눈사태형 정석에 비유하면, 진신두란 진신두 정석이라고 부언할 수 있겠지요.

以上이 제가 알고 있는 바로써, 여러분들이 틀린 점은 바로 잡고 부족한 점은 보태주셨으면, 합니다. 사소한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둥근 추석날의 오후라, 글의 각이 부드럽지 못합니다

(문용직 프로4단 2002 09 21)